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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건강함을 만나다_아르헨티나 에코센트로 파타고니아 바다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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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454회 작성일 10-10-0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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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에코센트로 파타고니아 바다박물관(Ecocentro Mar Patagonia, Argentina, www.ecocentro.org.ar)은 파타고니아 바다 환경 보존과 연구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아르헨티나의 동남부 푸에르토마드린(Puerto Madryn) 시에 본부를 두고 있다. 도시 외곽에 남대서양을 마주 보며 해안가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이 아르헨티나 에코센트로 파타고니아 1 바다박물관은 입구부터 거대한 고래 뼈를 상징하는 설치물이 놓여 있어 이곳이 바다를 위한 공간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이 설치물은 박물관 개관 몇 달 뒤에 해안에서 발견된 암고래 뼈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긴 꼬리뼈는 공룡 뼈와 비슷하고, 사람의 손처럼 다섯 개의 손가락뼈가 분명히 있는 것이 신기롭다. 대저택 같은 분위기의 박물관 내부로 들어서면 확 트인 공간에 마련된 바다가 바라보이는 카페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입구 맞은편으로 나선형의 흰 계단이 있으며, 터진 공간 위로 원형의 예술작품 전시장과 도서관이 2, 3층에 있다. 입구 오른쪽으로 주 전시공간이, 왼쪽으로는 숍과 사무공간이 위치한다.





주 전시장은 파타고니아1 바다에 대해 총괄적으로 다룬다. 대형 설치작품 위주의 공간 구성으로 모형 고래와 물개가 천장 높이 매달려 있어 마치 바다 속에 있는 듯 느껴진다. 전시장 중앙에는 벽을 설치하여, 이곳의 조수(潮水) 특징과 바다 생물에 관하여 그림과 사진, 비디오 따위의 다양한 매체를 동원해 열두 단계에 걸쳐 설명한다. 설명의 낱말을 누르면 해당 지역이나 생물의 그림이 나타나거나 소리가 나도록 장치를 해놓은 것도 있다. 전시장 한편에는 조수에 따라 서식하는 생물들의 ‘못(tidal pool)’이 마련되어 있다. 이 못은 자연적인 상태를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색의 조화가 무척 아름답고, 실제로 말미잘, 불가사리, 조개 따위의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 움직인다.
전시장 둘레에 위치한 각각의 방에서는 좀 더 깊이 있게 바다 생물을 접할 수 있는데, 그중 ‘어둠과 고래 소리’ 방이 인상적이다. 텅 빈 어두운 공간에 방석만 띄엄띄엄 놓여 있다. 고요에서부터 시작하여 바다 소리와 함께 점차 여러 톤의 소리들이 울려 퍼지는데 이곳 발데스 반도(Peninsula Valdes)에 서식하는 고래들의 소리라고 한다. 마치 깊은 바다 속에 있는 느낌이고, 한편으로는 전위예술 한가운데 앉아 있는 듯하다. 또 다른 방에서는 이 지역의 대표적 동물인 고래와 바다사자의 먹이사슬 관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 이 방 역시 벽에 바다 풍경과 바다 생물들이 그려져 있고, 모니터가 내장되어 실제 바다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효과를 준다. 이렇듯 바다박물관은 과학과 예술이 조화된 최첨단 전시방식으로 파타고니아 해안에서부터 바다 속 깊은 곳까지 보여주고 그곳에 터를 잡은 생물들의 존재를 알리며 바다 세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보존해야 한다고 일깨운다.
무엇보다도 훌륭한 것은 바다와 맞닿은 카페 전망이다. 이곳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파타고니아 바다의 영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광활한 바다가 그대로 펼쳐져 있어 명상도 가능할 정도다. 여느 박물관에 비해 완벽한 ‘휴식’을 제공하는, 사람을 위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무실과 화장실 쪽 복도에는 사진을 전시해두었고 허름한 책상 위에 옛날 타자기와 책이 놓여 있다. 자세히 보니 발데스 반도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을 내용으로 하는 책으로, 벽의 사진은 그 책의 삽화 사진을 포함하여 책의 내용과 관련한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책의 저자가 바로 에코센트로의 창설자이자 현재 재단의 대표를 맡은 알프레도 리히터(Alfredo Lichter)다.
이 박물관이 이렇듯 독특하고 아름다운 것은 알프레도 리히터가 파타고니아 바다에 품은 신념과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리히터는 작가이자 자연주의자로 30여 년간 아르헨티나 전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는 그중에서 파타고니아 바다와 발데스 반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 지역 보존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1990년대 초 푸에르토마드린 출신의 생물학자와 의기투합하여 고래박물관 설립을 추진했고, 1994년 드디어 시에서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뒤 리히터는 미국에서 이 지역과 비슷한 곳을 찾아가 새 박물관을 위한 수많은 정보와 조언을 구했다. 부지는 푸에르토마드린 시에서, 자금은 석유회사 Eg3에서 후원했고 또 공간 디자인은 건축가 제임스 도날드슨(James Donaldson)이, 인테리어는 박물관 인테리어 전문 업체인 미국 회사 아카데미 스튜디오스(Academy Studios)에서 맡았으며, 건축가 알레하드로 코르티(Alejadro Corti)의 진행으로 2000년 드디어 박물관 ‘에코 센트로’가 개관했다. 에코센트로는 파타고니아 바다를 연구하고 관련 자료를 전시할 뿐만 아니라, 서적을 출간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음악회를 열어왔다. 또 사진, 설치, 예술,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시와 행사도 벌이고 있다. 특히 국내외 순회전과 웹을 통하여 전시장 밖에서의 문화교류도 병행한다. 2005년에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에코센트로 지부(Ecocentro Buenos Aires)를 개관하여 파타고니아 바다의 대사관을 자처하고 있다고 한다.
이 세상의 바다가 하나로 연결되듯 지구와 인간 또한 하나로 연결되고, 바다가 건강해야 인간의 삶의 질이 향상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다양한 차원에서 대중의 관심과 공감대를 적극적으로 끌어내는 이 박물관의 기획은 주목할 만하다. 에코센트로의 이러한 미래지향적인 모습은 앞으로 문화공간들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 할 것이다.
이 먼 곳에서 문득 우리의 독도의 현실을 떠올린다. 우리가 독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독도를 포함하여 동해와 그곳의 생명체에 관심과 애정을 품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동해의 기상을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에 심어줄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마련하는 데도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홍미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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