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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적벽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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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ABYS 댓글 0건 조회 1,290회 작성일 11-06-2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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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하일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적벽대전입니다. 그중에서도 오나라와 유비의 촉연합군이 조조에게 승리하는 결정적인 순간은 연환계로 배들을 묶게 한뒤, 제갈공명의 신묘한 예측대로 그 계절에 통상 불지 않던 동남풍이 불게 됨으로써 화공으로 조조군을 궤멸시키는 대목입니다. 전력과 정황상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순간에 불어준 갑작스런 동남풍은 유비에게 큰 승리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어렵사리 통과시킨 건강보험개혁은 현재 안팎의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처리과정에서 공화당 및 미국주류와 갈등을 겪어온 오바마는 올겨울 중간선거를 앞두고 더 이상 견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개혁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백악관의 실무진 들을 중심으로 오바마가 그동안의 수많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재선을 위해서 이민개혁 어젠다를 포기하였다는 얘기가 들려오던 차입니다. 사실 이민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오바마가 재선에 실패하여 공화당 정부가 들어선 뒤 상당히 오랫동안 반이민정책이 난무하는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리던 요즘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 3월말부터 오바마의 적벽에 동남풍이 불고 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더 불리한 정황으로 보일 수도 있는 사건은 다름아닌 애리조나주의 이민단속법 통과입니다. 올여름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민단속법은 애리조나주 내에서 불법 체류를 범죄로 규정하고 지방 경찰이 이를 단속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치의 명분은 연방정부가 멕시코로부터 유입되는 마약 및 범죄자를 통제할 포괄적인 법안을 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주가 나서게 되었다는 논리입니다.

사실 애리조나주의 반(反)오바마 법안은 이민단속법 뿐만이 아닙니다. 대선당시 상대였던 존 매케인이 연방상원으로 있는 애리조나주 하원은 대통령 후보자는 출생증명서류를 국무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하고, 국무장관이 이를 심사해 하자가 있을 경우 대선 후보자가 될 수 없도록 하는 출생지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미국내 골수공화당원들은 하와이 태생의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아직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를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법안인 셈입니다. 곳곳에서 애리조나주의 조치를 반대하는 시위가 펼쳐지고 있지만, 미국전체의 여론은 이민자들에게 좋지만은 않습니다. 뉴욕타임스와 CBS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51%는 애리조나주의 접근법이 맞다고 응답했습니다. 대체로 미국인 중에 친이민자는 3분의 1남짓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적벽대전의 동남풍을 떠올리게 된 것은, 현재 이민개혁의 최대 장애물이 반대자가 많다는 사실이 아니라, 아예 논의자체를 꺼낼 수 없는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비판론자와 찬성론자가 유일하게 동의하는 것은 바로 연방정부가 포괄적 이민개혁을 미루고 있었기 때문에 애리조나주가 나서게 된 것이라는 상황인식입니다. 여러 여건 때문에 언감생심 군불을 떼지도 못하던 차에, 떠밀리듯 이 문제를 처리해야만 하도록 상황이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말하면 오바마가 정황과 명분이 부족하여 이슈화를 미루던 이민개혁 논의가 타의에 의해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입니다.

논란의 핵심은 주(State)법이 과연 이민 문제를 관할하도록 되어 있는 연방(Federal)정부의 권리와 의무를 침해하느냐에 대한 판단입니다. 흑인최초의 연방 법무부장관인 에릭 홀더는 애리조나의 새 이민단속법이 연방권한침해이자 인종차별로 남용 또는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면서 소송제기 가능성도 내비추고 있습니다. 진척을 보지 못했던 연방의회의 초당적인 이민개혁추진은 민주당이 애리조나주의 관련법이 제정된 직후 독자적인 개혁안을 내놓으며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양쪽을 만족시키는 방향은 불법 체류자가 합법적인 신분을 획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되 국경 및 불법 이민에 대한 단속은 강화하는 것입니다. 오바마가 아마도 임기를 단임에 그치게 만들지도 모를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부디 이민개혁의 묘수를 찾아내기를 많은 이민자들과 함께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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