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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의 '폐경'은 며느리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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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inceton 댓글 0건 조회 1,125회 작성일 10-08-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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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고부(姑婦) 갈등은 드라마 소재로 자주 다뤄진다. 갈등은 대개 상대방 처지를 이해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는 데서 연유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갈등의 원인이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몸에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인류 진화에서 시어머니가 이른 시기에 생식능력을 잃는 폐경(閉經)을 맞이한 것이 며느리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며느리가 곱게 보일 수 없는 일이다.
◆어머니 가설 대 시어머니 가설
여성은 보통 70세 이상 장수한다. 하지만 50세 전후부터 생식능력이 급격히 퇴화되기 시작해 60대가 되면 완전히 상실한다. 동물세계에서 암컷이 거의 죽을 때까지 생식을 할 수 있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러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그동안 두 가지 가설이 제시됐다. 바로 '어머니 가설'과 '할머니 가설'이다.
'어머니 가설'은 인간이 제 힘으로 설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데서 출발한다. 침팬지는 젖을 떼자마자 제 힘으로 먹이를 구하지만, 인간은 10대를 넘어서도 자립하기가 어렵다. 이 경우 어머니가 계속 아이를 낳으면 먼저 태어났든, 나중에 태어났든 아이들은 모두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나이 들어서까지 아이를 계속 낳기보다는 젊은 시절에 낳은 아이를 잘 키우는 게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유리하다. 이런 이유로 여성의 폐경이 앞당겨졌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머니 가설은 여성의 긴 수명을 보면 신뢰도가 떨어진다. 가설대로라면 자식이 자립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면 다시 아기를 가져도 되는데 왜 일찍 폐경을 맞느냐는 것이다.
그 후에 나온 할머니 가설은 그보다 더 정교하다. 영국 셰필드대의 비르피 루마(Lummaa) 교수는 2004년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할머니들이 직접 자녀를 낳기보다는 손자들의 양육에 도움을 줘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자손을 번성시키는 방향으로 몸이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루마 교수팀이 캐나다와 핀란드 여성 3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은 폐경 이후 10년마다 평균적으로 2명의 손자를 더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반론이 만만치 않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의 킴 힐(Hill) 박사 연구팀은 "나이가 들어도 계속 아이를 낳는 파라과이의 한 부족을 보면 자손의 번성 측면에서 '할머니 이론'이 우세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생식경쟁 피하기 위한 조기 폐경?
영국 엑스터대의 마이클 칸트(Cant) 박사는 최근 두 가지 가설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다. 여성의 조기 폐경은 외부에서 온 며느리라는 새로운 젊은 여성과의 생식경쟁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칸트 박사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집단에 있던 기존의 나이 든 여성(시어머니)은 생식 경쟁을 벌이는 대신, 새로 이주해온 젊은 여성(며느리)이 낳은 아이를 보살피는 방향을 택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칸트 박사의 며느리 가설은 우선 어머니와 딸의 수명이 많은 시간 겹치지만, 둘이 동시에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시기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연구진은 이를 여성들이 세대 간에 생식경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화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동물은 수컷이 집단을 떠나고 암컷들은 태어난 곳에 남는다. 이 경우 젊은 암컷들은 스스로 새끼를 낳기보다는 자신과 유전자를 나눈 어미나 어미의 자매(이모)들이 낳은 새끼를 함께 키우는 쪽을 택한다.
반면 인간사회에서는 딸은 어머니를 떠나고 대신 유전적 연관성이 없는 며느리가 온다. 며느리로선 유전적 연결고리가 약한 시어머니를 위해 희생할 이유가 없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이미 그 집단과 유전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며느리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기보다 스스로 생식을 멈추고 자손을 돌보는 게 낫다는 것.
이 가설에도 맹점은 있다. 침팬지도 인간처럼 여성이 조직을 떠나 이주하지만 조기 폐경은 없다. 칸트 박사는 침팬지 같은 영장류는 인간과 달리 자손을 돌보는 데 서로 돕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과연 어머니 아니면 시어머니, 또는 며느리가 폐경의 원인일까? 왜 폐경의 배경에 남성들은 보이지 않는 것일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정말 여성의 몸은 미스터리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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