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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사회 흑인 위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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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mile 댓글 0건 조회 853회 작성일 14-10-16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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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미국이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합니다. 하지만 갈 수 있습니다. 넘어지더라도 우리는 다시 일어설 겁니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명연설을 한 지 꼭 50주년이 되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같은 자리에서 이렇게 외쳤다. 50년 전에 비해 성별과 인종, 종교, 성적취향, 장애에 따른 차별이 크게 개선됐으나 이제 실질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지니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호소였다.

1963년 8월28일 약 25만명이 참석한 '일자리와 자유를 위한 워싱턴 대행진' 이후 흑·백 인종 차별은 1964년 민권법 제정으로 공식적으로 없어졌다. 남부를 중심으로 학교 등 시설을 따로 써야 했던 미국은 첫 흑인 대통령까지 배출했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에 관한 언급은 금기처럼 돼 있다. 그렇다고 흑인과 백인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여기는 이는 별로 많지 않다. 흑인과 백인 사이에는 넘어설 수 없는 큰 벽이 놓여 있다. 경제력 차이는 교육의 차별로 이어지고 빈부 격차는 대물림되면서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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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대양 속 가난의 섬에 고립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킹 목사의 꿈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백인의 60%가 그렇다고 답한 데 비해 흑인은 20%만이 동의했다. 갤럽이 지난달 9∼22일 흑인 10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백인이 직장을 구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답했다.

50년 전에 비해 미국 사회에서 흑인의 정치·경제·사회적 위상이 크게 향상된 게 사실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은퇴해 사는 흑인 밀턴 로스(72)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1963년의 약속이 모두 이뤄진 건 아니지만 남부의 삶이 훨씬 나아졌다"며 "50년 전 흑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교육이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흑인은 광활한 물질적 풍요의 대양에서 외로운 가난의 섬에 살고 있다"는 킹 목사의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소득, 주거, 교육, 고용, 범죄, 기대수명 등 모든 지표에서 백인에 한참 뒤처져 있다. 1966년 42%에 달하던 흑인 가구의 빈곤층 비율이 2011년 28%로 개선됐으나 10% 미만인 백인 가구와 크게 비교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흑인 가구의 소득 중간값은 백인의 40% 이하에 머물러 있다. 메릴랜드주 경제컨설팅회사인 세니터리서치는 지난 6월 현재 흑인 가구의 소득 중간값은 3만3519달러인데 비해 백인 가구는 5만8000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2011년 한 해 동안 10만달러 이상을 번 경우는 흑인 가구의 10.4%, 백인 가구의 24.0%로 차이 났다. 10만달러 이상 소득의 흑인 가구는 1991년 6.9%에서 증가한 수치다.

흑인의 실업률은 지난달 12.6%로, 백인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흑인 가구의 자기 집 소유 비율은 지난 2분기 기준으로 42.9%, 백인 73.3%에 비해 턱없이 낮다. 기대수명도 흑인은 1990년 69세에서 2010년 75세로 늘긴 했으나 여전히 백인보다 4년가량 낮다.

문제는 흑인들이 빈곤의 늪에서 사다리를 타고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미국 민간연구소인 퓨채리터블트러스트의 조사 결과 소득이 최하층인 가정에서 자란 흑인의 53%가 성인이 되어서도 저소득층에 머물지만, 백인의 경우에는 33%에 그쳤다. 최빈곤층에서 벗어날 확률이 흑인은 2명 중 1명인 반면 백인은 3명 중 2명이라는 뜻이다. 중산층에서 자라났으나 커서 저소득층으로 떨어질 확률은 흑인 56%, 백인 32%로 나타났다.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의 흑인 교수인 찰스 오글레트리 교수는 "흑인 중산층은 거주와 음식 등에서 진전이 있었다"며 "문제는 흑인 사회에서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에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50년 전 우리가 경험한 것보다 훨씬 양상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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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목사의 꿈, 갈 길은 아직도 멀다

흑인과 백인이 따로 쓰던 버스 칸과 화장실 구분이 사라진 지 오래됐으나 흑인에 대한 불신과 편견은 미국 사회에 여전하다. 주요 도시는 백인들이 교외 변두리로 나가면서 흑인과 백인의 거주지역이 자연스럽게 구분되어 있다. 어느 미국인도 인종문제를 언급하길 꺼리지만 이는 애써 외면하는 것일 뿐이다.

지난해 2월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히스패닉계 백인 자경 대원 조지 지머먼(29)이 비무장 상태의 흑인 트레이번 마틴(당시 17세)을 총으로 쏘아 숨지게 한 사건은 피해 의식이 강한 흑인들의 분노를 샀다. 지난 7월 지머먼이 백인으로만 이뤄진 배심원단의 무죄평결로 풀려나면서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에서 대대적인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그동안 인종문제 언급을 삼간 오바마 대통령 발언은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적 편견을 잘 드러낸다. 그는 "나를 포함해 백화점에서 쇼핑할 때 누군가 따라붙는 걸 경험하지 않은 흑인은 없다. 거리를 걷다가 차문이 잠겨지는 소리를 듣지 않은 사람은 없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같이 탄 여성이 지갑을 움켜쥐는 걸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흑인의 범죄율이 높은 건 사실이다. 2011년 살인 사건 피해자의 절반 가까이 흑인이었고, 현재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의 38%가 흑인이다. 미국 인구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14.2%(4450만명)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고 흑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흑인들의 정치적 입지도 약하다. 1963년 5명뿐이던 의원은 현재 44명으로 늘었으나 상·하원 525명의 8.1%에 그치는 수치다. 하지만 흑인들의 정치참여 의식이 높아져 선거 때마다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투표율은 2012년 처음으로 67%로 백인(64%)을 앞질렀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92%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내 당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킹 목사 연설 50주년 기념식에 공화당 정치인이 참석하지 않은 데서 보듯 공화당과 거리는 더욱 멀어진 게 사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사실상 비례한다는 점에서 흑인들의 경제력이 커지지 않는 이상 백인과 불평등성은 해소되기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집권 이후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 및 복지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저소득층 조기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지원하고 저소득층 학자금지원 프로그램인 '펠 그랜트(Pell Grant)'를 확대했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보험법 개혁과 최저임금 인상 등도 흑인을 비롯한 저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다.

킹 목사의 꿈을 이루기 위한 미국 사회의 노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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