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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개혁안은 오바마의 담대한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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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2,422회 작성일 10-06-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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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100년 묵은 숙제인 건강보험을 개혁했다. 그러나 미국 사회는 이를 놓고 분열하고 있다. 공화당의 공격도 거세다. ‘역사적 쾌거’를 이루고도 오바마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미국인 대부분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건강보험 개혁안이 발효했는데도 미국 사회가 좋아하기는커녕 오히려 극심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취임 벽두부터 건강보험 개혁안을 추진해온 오바마 대통령이나 우군인 민주당 진영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개보험제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 쾌거라고 주장하지만, 공화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통해 개혁안을 좌초시키겠다고 단단히 벼른다. 심지어 14개 주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들게 한 조항은 위헌이라며 집단 소송을 제기하고, 각 주에서 개혁안에 반대하는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3월23일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공식 발효한 건강보험 개혁안의 핵심은 경제 형편이나 병력 등 다양한 이유로 의료보험에 들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것으로 약 3200만명이 혜택을 받는다. 직장을 다니는 미국인이 내는 전 가족원의 한 달 평균 보험료는 200~300달러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는 1000달러가 훨씬 넘는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러니 매달 가족을 부양하기도 빠듯한 자영업자 다수가 보험을 들지 않는다.

   
3월23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하원을 통과한 건강보험 개혁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 데다 국가적으로 볼 때 의료비로 나가는 부담이 천문학적이고, 기존 보험체계가 의사와 보험업계만 살찌운다는 불만이 오래전부터 고조돼왔다. 그래서 1912년 공화당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전임 부시 대통령에 이르는 역대 대통령이 의료보험 개혁을 위해 나름대로 진력했다. 그러나 보험업계의 강력한 반대 로비와 공화·민주 양당의 첨예한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다.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우선 현재 보험에 들지 않은 미국인 절대 다수를 의무적으로 보험에 들도록 했고, 이를 위반하면 최고 695달러를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지금은 자녀가 19세가 되면 직계가족으로 분류되지 않아 부모의 보험 혜택을 볼 수 없지만 앞으로는 자녀가 26세가 될 때까지 혜택을 받는다. 그동안 보험업자들은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보험 혜택을 주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관행이 금지된다. 게다가 종업원 50인 이하인 중소기업도 의무적으로 직원에게 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보험을 제공하는 기업은 세금감면 혜택을 받지만 보험을 제공하지 않으면 무거운 벌금을 물어야 한다.

소송 줄 잇고 ‘행동거부’ 계획하기도

특히 이번 개혁안은 단순히 보험 수혜자의 확대라는 차원을 떠나 지난 30년 이상 누적돼온 빈부 간의 소득 격차, 나아가 경제적 불평등을 크게 완화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단적인 예로 이번 개혁안에 따라 4인 가족 연소득이 8만8000달러 이하인 중산층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반면 부부 합산 연소득이 25만 달러 이상인 사람의 경우 앞으로 소득세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난다. 또 65세 이상 은퇴자에게 돌아가는 메디케어에 따라 지금까지는 별도의 값비싼 개인보험을 든 부유층도 보조금을 받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보조금이 대폭 삭감된다.
1970년대 말 이후 보험에 든 미국인 수는 꾸준히 줄어든 반면 보험자와 미보험자 간의 경제적 불평등은 계속 커져왔는데, 이번 개혁안에 따라 이런 격차가 많이 해소될 전망이다. 실제로 감세를 기치로 내건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부유층에 대한 세율은 계속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이번 개혁안에 따르면 2019년까지 미국 국민 가운데 현행 85%에서 95%까지 보험 혜택을 받게 되며, 특히 빈곤층과 중산층이 주된 수혜자로 떠오른다.

   
 
건강보험 개혁안에 찬성한 공화당 하원의원은 한 명도 없다. 위는 건강보험 개혁 반대 시위 모습.
이처럼 건강보험 개혁안은 보험을 든 사람이나 지금껏 형편상 보험을 들지 못한 사람이 보면 정파를 불문하고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개혁안에 결사반대하는 공화당은 개혁안이 실현되면 연방정부는 빚더미에 앉게 되고, 각 주는 천문학적인 보험 부담으로 파산할 것으로 본다. 또한 65세 이상 은퇴자에게 제공되는 메디케어 혜택이 줄어들 뿐 아니라, 보험이라는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정부가 간섭하게 되는 등 하나같이 문제투성이라고 주장한다. 공화당 원내총무인 존 뵈너 의원은 “이번 개혁안은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수치스러운 일이다”라고까지 매도했을 정도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은 반대 여론의 기세를 몰아 11월 중간선거 때 기필코 압승해 건보 개혁안을 폐기하거나 대체하겠다고 벼른다. 의무적인 보험 가입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이미 14개 주 검찰총장이 집단 소송을 제기한 데다 일부 주에서는 구체적인 행동거부 계획에 들어간 상태다. 예를 들어 공화당 중진 상원의원인 존 매케인 의원의 출신 주인 애리조나 주는 11월 중간선거 때 주민투표를 통해 개혁안에 대한 수정안을 처리할 방침이고, 버지니아 주 의회는 강제보험에 반대하는 입법안을 통과시켰다.

건강보험 개혁안 ‘찬성 49%, 반대 40%’

이들이 제기한 위헌소송의 핵심은 보험 가입을 강제한 의회의 조처가 연방정부의 사생활 침해라는 것. 그렇지만 이에 대해 헌법학자 대부분은 근거가 약하다고 본다. 캘리포니아 법대 어윈 케머린스키 교수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건강보험을 사지 않을 개인의 권리는 헌법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의회는 1964년 민권법을 포함해 국가적 목적을 위해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조처를 자주 취해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화당을 중심으로 이번 개혁안에 대해 거센 역풍이 불고 있지만 민심은 일단 오바마 대통령 편이다.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1005명 가운데 49%가 보험 개혁안에 찬성해 반대한다고 응답한 40%를 훨씬 앞섰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년 국정의 최대 역점 과제로 삼은 건강보험 개혁안을 주도하고 마침내 발효하게 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위대한 대통령 반열에 오를 만한 기틀을 확실히 마련했다.

그렇지만 난제도 만만치 않다. 먼저, 오는 11월 중간선거는 말할 것도 없고 재임 내내 건강보험 개혁에 따른 엄청난 사회적 양극상과 분열상을 극복해야 하는 힘든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개혁안에 동조한 공화당 의원이 1명도 없었다는 점은 취임 후 초당적 국정수행을 다짐했던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초당적 대통령이 되겠다던 오바마가 건보 개혁안을 기점으로 자신이 그토록 경계한 ‘분열적 대통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건보 개혁안은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역사적·정치적 수확인 동시에 대도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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