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번 도로를 달려가면
NJ- 4W를 타고 가다 208번 도로를 만나면 갑자기 차가 미끄러지듯 달린다. 라디오의 볼륨을 한껏 올리고 매끄러운 도로를 신 나게 달려가면 60여 종류의 허브가 심어진 작은 동산에 도달한다.
푸른색 보우 타이를 맨 장난기 넘치는 바깥주인인 정원사가 허브 한 잎 한 잎을 따서 주며 효능을 일일이 설명했다. 향기로운 허브향에 몸과 마음이 편안해 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돼지고기숙주찜, 해물쟁반국수, 허브꽃밥, 냉두부, 고추기름소스해물냉채, 생강소스참치회, 새싹탕평채, 아스파라거스 Vina…
작성자Angel
작성일 13-10-15 04:38
조회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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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하는 여자 ‘문학 동우회’에 처음 나오는 사람은 으레 “시를 쓰세요? 수필을 쓰세요?”하고 묻는다. 할말을 찾지 못해 얼버무리고 있는 내 옆에서 “이 사람은 시도 쓰고 수필도 씁니다.”라고 말해준다. 그때마다 나는 겸연쩍은 웃음을 웃고 만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다. 자칫하면 시도 잘 쓰고 수필도 잘 쓰는 사람으로 들릴 수 있다. 물론 이 세상에는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내 경우는 좀 다르다.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보니 이것도하고 저것도 해 본다. 글을…
작성자ewha
작성일 11-03-06 23:36
조회 2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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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아리랑대상│윤종범(미국)
그때를 회상하면 언제나 그때처럼 두근거리는 가슴과 함께 님 생각이 난다. 위기에 처한 나를 구하기 위해 수만 리 태평양을 단숨에 건너온 님.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흙 내음을 맡은 곳, 나의 앙증맞은 두 발을 처음으로 내 디딘 곳. 나의 유년과 청년 시절을 몽땅 간직하고 있는 바로 나의 고국이다.
일 년 후면 내 나이가 오십이 되는 어느 여름날이었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여느 때처럼 집을 나서는 아내와 나는 가벼운 운동복 차림이었다. 서쪽 하늘에 붉으스레 수를 놓고 있는 노을은 걷고 있…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23:21
조회 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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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알
대상 _ 강갑중(미국)
비둘기 한 쌍이 우리 집 발코니에 와서 어정거렸다. 녀석들은 우리를 자꾸 살피는 것 같더니 이내 모퉁이에다 둥지를 쳤다. 쌓인 눈 위에다 작은 나뭇가지 몇 개를 물어다 엉성하게 얽어 놓았다. 새의 둥지라기에는 너무 얇았다. 옆집 사람이 보고는 둥지를 내던져 버리고 비둘기들이 오지 못하게 쫓아야 된다고 말했다. 아무 데나 똥을 싸고 깃털을 빠뜨릴 것이며, 사람이 앓는 것 같은 소리를 내어 밤잠을 못 자게 할 것이므로 이웃들이 불평할 것이라고 해 마음 쓰였…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5:23
조회 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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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유한나] 신뢰를 깨지 마세요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내어 집 근처에 있는 넓은 들판길을 거닐며 산보를 하고 있었다. 저만치 한 젊은 아가씨가 꽃밭에서 이 꽃 저 꽃을 꺾으며 한 다발 꽃묶음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도 없는데 마음대로 꽃을 꺾는 것일까? 그 동안 독일에는 도둑이 별로 없다는 인상을 갖고 살았었는데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밤도 아닌 환한 대낮에, 그것도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아닌 예쁘게 생긴 아가씨가 남의 꽃을 따서 한 묶음 꽃을 만들어 가져간다는 것이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꽃가게에서 사는…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26 15:22
조회 5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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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냄새이든 구린내가 나는 역겨운 냄새이건간에 사람들 모두의 각자 개인에게서는 그사람의 갖고 소유한 인품만큼의 냄새와 향기를 풍기고있다. 꽃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저마다 개인적소유의 향기를 낸다. 그러나 거기에는 근본적 차이가있다. 꽃의 향기는 본래부터 타고나지만 사람의 향기는 선택되고 창조되고 새로워진다. 우리의 몸에 뿌리는 향수역시 좋은 방향제이다. 그러나 눈빛과 얼굴의 미소,말씨와 행동,아울러 마음과 영혼에서 풍겨져나오는 내면의 인품을 겸비한 아름다운향기를 따르지는 못한다. 사람은 …
작성자Angel
작성일 21-02-19 23:35
조회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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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그림 그리러 나가는 길에, 동네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3년 전 그린 적 있었던 70년 된 한옥집의 주인이었다. 대문 앞 골목길에 앉아 그리는 나를 신기한 듯 구경하고, 집 안으로 데리고 가 따뜻한 차도 여러 번 끓여줬었다. 너무 과하게 반가워한다 싶어 갸우뚱하는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나 그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림교실에 나간 지 벌써 6개월 됐어요!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올해로 일흔일곱인 김희숙씨. 핸드폰을 열어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보여준다. 주전자, 단지, 강아지 인형 등을 명암을 넣어…
작성자Friday
작성일 17-08-26 00:17
조회 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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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향기가 다르 듯 사람에게도 각자 독특한 향기가 있는 것 같다.
맡으면 기분을 좋게하는 향기나는 사람이 있고, 역겨워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도 있다.
밥을 먹고 마시는 숭늉처럼 구수한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낙엽을 태울 때처럼 커피냄새가 나는 사람 도 있다.
향기가 너무 강한 사람은 멀리까지 그 향기를 풍기기 때문에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서 그 주위로 모여 든다.
하지만 사람들은 금방 그 냄새의 정체 를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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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Friday
작성일 16-06-28 19:05
조회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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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선생의 빨간 냄비
올겨울 내 패션의 컨셉은 빨강색이었다. 컨셉이라고 하니까 거창한 느낌이 들어서 쑥스러운데, 사실인즉 큰애가 사준 빨간 색 스카프를 두르고 다닌 이야기를 멋지게 표현해본 것이다. 빨간 색 스카프를 사다 주면서 한 큰애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큰애는 “엄마 나이의 사람들이 악세사리 한 가지만이라도 밝은 원색으로 액센트를 주면 더 젊어 보이고 명랑해 보이더라. 엄마도 젊어지라고 샀으니까 하고 다니세요.”하고 말했다.
나는 어디에 가든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다녔다.…
작성자Dynasty
작성일 09-10-20 23:17
조회 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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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혹시 남편이 양복이 있나요?"오래 전, 모 한인 전시장 개관 오프닝인데 오실 수 있냐는 초대의 전화 통화 중 받은 질문이었다. 초대장을 보내면 될텐데 번거롭게 전화까지 하나 했더니 꼭 정장을 하고 와야하는 자리라서 굳이 전화를 했단다. 갤러리 오프닝에서 남편이 양복 입은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란다.“저도 초대하는 건가요?” 물었다. 나는 그런대로 옷이 있는 것 같은데 남편이 걱정이 되서 전화를 걸었단다. 우리는 그 초대에 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응할 수 없는 자연스런 핑계가 생겨 마음이 가벼웠다.얼마 전 한 오프닝에서 예전에 전…
작성자Dynasty
작성일 12-07-28 05:09
조회 3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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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이게 뭐야?’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빗다보니 오른쪽 옆머리에 하이얀 색깔의 작은 올 하나가 삐죽 튀어나온 것이 눈에 들어온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하얗게 센 머리 한 올이 밖으로 얼굴을 내어 밀고 거울 속에서 내 눈 속을 헤집고 있었다. ‘아니, 이럴 수가?’ 얼른 손으로 잡아내려고 거울을 앞에 두고 두 명의 내가 두개의 머리카락을 상대로 열심히 싸움을 벌였다. 손에 금방 잡힐 듯 하면서도 쉬 잡히지 않았다.  …
작성자Harvard
작성일 10-09-24 10:35
조회 9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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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11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내 아래론 여동생이 하나 있다. 전업 주부였던 엄마는 그때부터 생계를책임지셔야 했다. 못먹고, 못입었던 것은 아니였지만여유롭진 않았다.
대학졸업 후 입사 2년만에 결혼을 하였다.처음부터 시어머니가 좋았다. 시어머님도 처음부터날 아주 마음에 들어하셨다. 10년 전 결혼, 만1년만에 친정엄마가암선고를 받으셨다. 난 엄마 건강도 걱정이였지만,수술비와 입원비 걱정부터 해야했다. 남편에게 얘기했다. 남편은 걱정말라고 내일 돈을 융통해 볼 터이니오늘은 푹 자라고 얘기해주었다. 다음 날, 친정엄…
작성자nolja
작성일 15-03-17 23:57
조회 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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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전영세] 황 노인 이야기황 노인이 큰아들이 살고 있는 미국에 이주하기로 결심한 것은 이산가족 찾기 운동의 열기가 어느 정도 수그러져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해 볼 것이 없다는 서글픈 판단이 황 노인의 의식 속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하기야 황 노인으로서도 크건 작건 기대를 걸었던 건 결코 아니었다. 따라서 예측을 빗나간 건 더더욱 아니었다. 말하자면 예측은 하면서도 오히려 그 예측이 빗나가길 기대했던 심정이 배반당했다고나 할까, 그래서 조금은 과장하고 싶은 억울함이 황 노인을 서글프게 만들었다.큰아들은 그 …
작성자파슬리
작성일 10-04-30 22:10
조회 6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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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전지은] 누가 이 아일 모르시나요?"지금 늦잠 잘 때가 아니야. 내려와 봐. 빨리 내려와!" 그렇게 큰 남편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은 언제였던가. 앞가슴이 반쯤 열린 파자마에 맨발로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CNN에서는 비행기에 들이 받치는 세계경제의 중심지 뉴욕의 월 스트릿 쌍둥이 빌딩이 여과 없이 보여진다. 사고네, 커다란 사고. 그러나 그것은 대형 사고가 아니라 바로 전쟁이며 대대적인 공격이었다. 모든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미국 공격을 받다!> 라는 제목 아래 지구촌에 위상을 떨치던 그 높은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
작성자파슬리
작성일 10-04-30 22:06
조회 5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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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김희정] 도망나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때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오직 한 가지 생각은 이 답답한 소굴에서 나 자신을 탈출시키는 일 뿐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달아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은 내가 내 스스로에게 준 자유였으며 스스로를 칭찬할 만한 용기였고 지극히 따분했던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도망 한참을 달린 듯싶었다. 정신없이 뛰쳐나온 순간부터 지금까지 쉴새없이 도망치고 있다. 문득 나는 달리기를 멈추었다. 순간 내가 느낀 것은 이제껏 느껴 보지 못했던, 감히 예감할 수도 없었던 섬뜩한 공포였다…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59
조회 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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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강형! 또 만났네! 자넨 참 부지런하군! 장사 잘 하는 비결 중 하나는 말야, 홀세일(Wholesale)에 자주 다니는 거야. 알겠어?예. 그렇다고 들었어요. 그러나.영주권 장사(Immigration Merchant)
좌우지간 반갑네 그려! 토니는 이제 두 번째 만나는 강완규를 도매상에서 만나자 반가워한다. 왠지 모르게 그에게 호감이 가고 있다.오늘은 토요일이라 NG 도매상은 오후 2시에 문을 닫는다. 늦기 전에 가서 빠진 담배들을 꼭 사와야 한다는 마누라의 성화에 못 이겨 쫓기듯 도매상에 온 토니이다. 담배 15카톤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53
조회 6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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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하철 좌석에 앉아 아무런 말도 없이 줄곧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무엇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단정하게 뒤로 쓸어 묶은 머리. 검은 색 머리카락 사이로 은빛이 소복소복 빛나고 있었다. 옆자리에서 흘끗 쳐다본 그녀의 얼굴은 머리카락만큼이나 단정해 보였다.
그녀는 다운타운에서 노스욕으로 올라가는 지하철 안에서 1시간 가까이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그는 곁눈질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무거운 표정에서는 삼엄함마저 감돌았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불쑥 입을 …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48
조회 5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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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종이 7시를 울렸다. 커튼 사이사이로 뚫고 들어와 방안을 신비스럽게 채우는 지중해 국가의 이른 6월의 태양마저 자명종 소리를 거들자, 신기수는 무거운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렵사리 깨어 일어서려던 그는 허벅지와 허리의 뻐근한 통증에 다시 눕고 말았다. 어제 하루 종일 제노바 근처에 있는 세라발레(Serravalle)의 대규모 아울렛 상가를 누비고 걸어 다녔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자책하다가, 오늘도 가이드 건이 있어 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니 이 일까지 맡은 것에 괜한 화가 치밀어 왔다. 사실, 그는 유학초기부…
작성자뽕킴
작성일 10-04-30 21:33
조회 6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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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검푸른 하늘에 별빛이 유난히 밝다. 실낱같은 초생달과 샛별이 맑은 대기를 꿰뚫고 거침없이 빛을 내리쏟고 있다. 오래 전 몽골의 초원에서 형용키 어렵게 밝고 큰 별들에 충격을 받고 잠을 못이룬 밤들이 있었지. 5Km정도 은근한 언덕길로 오르니 고급 주택촌으로 애워싸인 고소산(Monte Gozo) 의 정상이 나타났다. 조그만 공원으로 애워쌓인 피크에는 서거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치적이 부조된 방문 기념비가 우뚝 서서 순례자의 마지막 휴식처를 제공한다. ‘고소’란 말이 이곳 갈리시아지역의 언어로 ‘기쁨’이란다…
작성자Angel
작성일 14-10-06 10:51
조회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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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요리로 유명한 고장을 거치면서 점심 겸 지친 몸도 쉬려고 식당을 골라 들어가니, 웬걸! 식당이 손님을 골라 잡을 형국이다. 이곳 저곳이 자리를 기다리는 손님으로 차있다. 나 하나뿐인 손님이 반가울리 없겠지 푸념하며 기다리려니 마침 저 구석에 순례객 차림의 몇몇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빈 자리가 보여 접근하니, 청하기도 전에 손으로 앉으라고 표시한다.
고맙다며 짐을 내리고 동석하자 마자 음식이 나오는 데 - 물론 나는 주문 할 틈도 없었는데 - 마치 지인처럼 대하며 함께 먹자네. 쑥스럽게 참여 하는데 또 다른 …
작성자Angel
작성일 14-10-06 10:48
조회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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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 로마가 지배하던 시대의 이베리아 반도 대서양 연안. 라틴어 표기로 Finis Terre 라 한다. 예수님이 기독신앙을 설파하던 시절 언급하신 ‘세상 끝’이 그곳을 의미하지 않았나 싶다 - 이 가까워지며 고도가 낮아지니 안개가 더욱 짙다. 지난 한 주일 내내 연무 속을 더듬어 왔네.
이러다 허무하게 산티아고에 다달을라! 매일 아침 출발시부터 한 낮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비슷한 정황이다.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다. 언제 다시 이곳을 밟아 주변의 풍광을 볼 수 있을까? 지난 겨울 눈 비가 많았거나…
작성자Angel
작성일 14-10-06 10:45
조회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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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서 걷는 두 남자의 모습이 점점 닥아온다. 한 사람의 발이 몹시 불편해 보이는구나. 옆에 다다르며 도울 일 있느냐 묻자 연고와 붕대를 찾는다. 꽃나무밑 그늘에 앉아 양말 벗은 모습을 보니 딱하다. 알콜솜, 항생제 가루, 연고, 붕대를 제공하여 추스려주고서야 통성명을 하니 36세의 헝가리인이다.
또 한 이는 동년배의 스페인남자. 한창 일 할 나이라 생각되어 무슨 동기로 시작했냐고 물으니, 스페인은 자동차 딜러였는데 실직을, 헝가리는 측량기사로 아랍국가에 고용되었다 계약이 끝나 가보고 싶던 이 길을 왔단다. 그런데 …
작성자Angel
작성일 14-10-06 10:41
조회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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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었던 땅이 질척인다.. 봄이 곱기만 한것은 아니구나. 나목과 대지가 헐벗음이 부끄러운가 연일 짙은 연무에 쌓여있다. 철이른 꽃들 - 알몬드, 배, 살구꽃등 - 의 뽐내려는 하얀 자태를 방해한다. 그림보다 아름다울 봄 풍경을 좌우에 두고도 제대로 볼 수 없다니! 물집잡힌 발로 가는 불편도 한결 덜 할텐데.. .
천년을 넘는 세월동안 카스피해로부터 발탁해 연안에 이르기까지, 또 온 유럽의 이 왕국 저 교회 등이 자기 고장에서 출발한 순례자들을 돌보려, 교세를 확장하려, 경쟁적으로 순례길 요소에 건립한 성당과 숙소…
작성자Angel
작성일 14-10-06 10:37
조회 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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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하였지? 오늘 길은 온통 넓적한 돌이 깔린 옛 로마길이다. 이 석재가 이 지방에서는 나오지 않는 돌이라네. 채석과 운반, 가공과 시공등 그 시절 타민족 포로들의 고생이 애절하구나. 오늘 날 순례길은 과거의 로마길 - 완만한 우마차 길 - 을 근간으로하되 좀 더 짧게 걸으려는 peregrino들이 밟아 다진 지름길이 더 많다. 그런 까닭에 남의 포도원, 과수원, 목장안을 통과하는 구간도 많았는데, 수시로 지나는 순례자로 인해 동물이 나가지 못하게 목장문이 자동으로 닫히도록 고안한 주인들의 고심이 눈에 보입디다…
작성자Angel
작성일 14-10-06 10:33
조회 1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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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로를 막는 눈폭풍과 한파, 지워지지 않는 그 처연한 비문, 뒤통수를 때린 뉴욕의 엄청난 태풍피해로 중단하고 싶지 않은 고집을 억누르고 서둘러 마드리드를 경유 뉴욕행 비행기로 레온을 떠난 날이 지난해 10월28일 이었다오. 가끔씩 이용하던 택배서비스도 순례객 감소로 중단되고, 인적없는 고원에서 동사할 수도 있다는 현지인의 충고에 내년을 기약하고 귀국했지요. 새해로 접어들면서 끝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초조히 삼개월을 보내고 4월초 다시 스페인으로 향발했지요)
여기는 다시 인구 15만의 레온이다. 중세와 …
작성자Angel
작성일 14-10-06 10:31
조회 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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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며칠은 낮은 고원의 길이라서 고생이 덜 하겠다 싶더니 연일 내린 빗물과 천년 이상을 인마의 발바닥과 수레바퀴가 갈아놓은 석회석 가루가 반죽이 되어 신발에 무겁게 달라 붙는다.
몇 걸음 마다 돌과 나무 줄기에 발바닥을 문질러 흙을 떼어내려니 무척 짜증스럽다. 이태리에서 온 수녀님 몇 분은 아예 맨발로 걷는다. 저 얼음같이 차거운 진탕속을.., 매우 안쓰럽구나. 길주변 잡풀이 난 덤불속으로 걸으면 낫겠다 싶어 들어가니 사막성기후의 날카로운 가시들이 옷을 찢으려 든다. 오늘 목적지는 언제 도착할지 난감하네…
작성자Angel
작성일 14-10-06 10:28
조회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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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부터 줄기차게 비가 내린다. 순례자들 낯빛이 어둡다. ‘이베리아’반도 머리위의 영국과 아일랜드가 궂은 날씨면, 다음날 여기 고원에는 비나 눈이 온단다. 판초로 몸과 짐을 감싸고, 바지는 양말 안으로 넣고, 무거운 발걸음을 숙명인체 걸어 나간다. 아침 출발시는 경쟁하듯 명랑한 인사를 나누다가도 두 세 시간만 지나면 지처서 엷은 미소로 인사를 대한다.
천기가 차츰 진눈개비로 변하면서 앞선 사람들의 모습이 안보이네. 신경을 곤두 세우고 금색조개 와 화살표를 살피는데 상당한 거리를 가도 눈에 띄지 않…
작성자Angel
작성일 14-10-06 10:17
조회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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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청량한 하늘 밑을 걷고 있다. 10월 중순인데 귀와 코, 손가락이 시리다. 지난밤을 보낸 ‘로스 아르코스’를 나서서 교외로 빠지니 오르막 땅 좌우가 온통 비석과 십자가로 뒤덮인 오래된 묘지다. 저 앞서 걷던 순례객 몇몇이 미동도 않고 한 무덤의 비석을 보고 있다.
나도 다가가 비문을 보니, “당신은 나의 옛 모습이고 또 나의 모습이 되리라” 하는 글귀가 새겨져 있더군. 말없이 서로들 묵시적 동감을 눈으로 교감하며 발걸음을 돌리는데 이상하게도 몸 움직임이 무겁다. 저 고혼, 가엽게도 이 길을 끝내 지도 …
작성자Angel
작성일 14-10-06 10:14
조회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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