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가득한 사막에 핀 한송이 꽃”-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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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lja 댓글 0건 조회 1,524회 작성일 11-10-26 16:07본문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 비올레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매력적인 여성입니다. 아름다운 용모도 용모이지만 그녀의 매력은 그녀가 지니고 있는 다면성에서 기인합니다.
그녀에게는 우선 파리 사교계를 휘어잡는 화려하고, 어찌보면 거칠기까지 한 담대한 매력이 있습니다. 한 달에 3주일은 하얀 동백꽃을, 나머지 한 주일은 붉은 동백꽃을 꽂음으로써 자기의 생리주기를 공개한다든가 하는 모습은 극적이고 파격적인 성격이 한 단면을 말해줍니다. 히스테리적인 여성들이 이성관계에서 보이는, 무의식적인 성적 유혹의 양상을 가지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지요.
그런가 하면 한 남자를 향해 애틋한 사랑과 헌신을 바치는 순애보적인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얼핏 이중적이고 다면적인 것 같지만 바로 그런 다면성이 그녀가 지닌 매력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일생을 살펴보면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는 점이 수긍이 됩니다.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이미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다가 마침내 파리 사교계의 꽃으로 피어나기까지 그녀가 겪었을 마음의 상심과 고초는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녀가 히스테릭하고 연극적인 인격장애를 갖게 되었다고 해도 그리 나무랄 일은 못되겠지요.
비올레타는 뭇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을 희롱하며 자기의 매력을 듬뿍 발산합니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와도 진정한 만남이나 관계를 갖지 못합니다. 히스테릭하고 연극적인 성격이 자기도 모르게 굳어진 탓입니다. 덕분에 뭇 남자들을 유혹하고 그들의 찬사 속에서 살아가지만 어느 누구도 마음으로 사랑하지는 못합니다. 그녀에게 아첨하는 남자들 중 어느 누구도 그녀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구요.
그러던 와중에 순진하고 진실된 시골청년 알프레도가 나타나 굳어질 대로 굳어진 그녀의 마음을 비로소 애틋한 것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히스테릭하고 남자에 대한 숨은 분노와 거부에 대한 두려움 등 아주 복잡한 무의식적인 갈등을 가진 그녀로서는 물론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지요.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녀가 부르는 아리아의 한 구절, <파리라는, 이 사람 가득한 사막에서 내가 뭘 바라는 걸까.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건지>하는 한탄이 그녀의 마음을 너무도 잘 나타내주고 잇습니다.
그러나 사랑의 힘은 언제나 위대한 법, 비올레타는 마침내 알프레도에게 순정을 바치기에 이릅니다. 아마도 바로 이러한 점이 그녀를 영원히 매력적인 여성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비올레타는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남자에 대한 숨은 분노와 그로 인해 남자를 지배하고자 하는 심리를 극적으로 나타낸다든가,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을 향해서는 부성 콤플렉스를 보이면서 그를 또한 무의식적으로 유혹한다든가,--이것은 그녀가 제르몽에게 ‘저를 딸처럼 여기고 한번만 안아주세요’라고 애원하는 장면에서 잘 보여지고 잇습니다,--알프레도처럼 여리고 착한 남자를 구원해주고 싶어하는 ‘마돈나 콤플렉스’를 보인다든가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베르디는 이 오페라를 쓸 무렵 실제로 비올레타처럼 과거가 있는 여자, 사생아를 둘씩이나 낳아 부도덕하다고 매도당하던 어떤 여자와 사랑하는 사이여서 주변사람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고 있었다고 하군요.
아마도 그래서 더욱 비올레타라는 인물에 극적인 생명력을 불어넣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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