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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층에 대한 도전-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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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슬리 댓글 0건 조회 1,263회 작성일 11-10-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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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의 명가수>는 실제로는 명가수가 아닌, 가수를 본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15,6세기 독일은 당시 귀족계급 출신의 음악시인인 민네징거가 쇠퇴하면서, 서민계급에서 새롭게 생겨난 음악시인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잇었습니다.
그들은 마이스터징거라고 불렸는데, 주로 교회에서 모여 경연대회를 여는 풍습이 잇엇다고 합니다.
이 작품 역시 그 경연대회를 축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젊은 기사 발터는 고향을 떠나 뉘른베르크에 와서 귀족의 신분을 버리고 서민이 되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부호 금세공업자인 포그너의 딸 에바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때 마침 명가수경연대회가 열립니다. 그리고 포그너는 자기 딸 에바를 우승자와 결혼시키겠다고 공표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발터는 경연대회에 참가하지만 안타깝게도 떨어지고 맙니다.
그러나 한스 작스라는 유명한 마이스터징거가 그의 숨은 능력을 알게 되고, 자신이 사랑하는 에바까지 기꺼이 그에게 양보하려고 합니다. 마침내 발터는 한스 작스의 도움으로 다시한번 기회를 갖게되고, 모든 사람들의 인정 속에서 에바가 씌워주는 월계관을 받기에 이릅니다.
이 작품에서 재미잇는 것은, 경연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선물로 자기 딸을 내놓는 풍습입니다.
물론 15,6세기 유럽에서 마이스터징거가 차지하는 위치를 보면, 경연대회 우승자가 매력적인 존재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를 자기 딸과 결혼시킨다는 발상은 요즘으로선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면입니다.
결국 그 시대까지 여성은 아버지나 가족이 정해 주는 데 따라 배우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비독립적인 존재엿던 셈입니다. 따라서 아직 여성이 한 인격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 시대상을 반영하고 잇다고 봐야겟지요.
에바 역시 아버지의 그런 결정에 순순히 따르면서 수동적 삶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그녀가 그런 수동적 삶에서 나름대로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잇는 길은 자기가 사랑하는 발터가 월계관을 쓰는 것입니다. 그녀가 발터를 한스 작스에게 소개하고 그의 승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의도에서 나온 것이겠지요.
겉보기에는 현실에 순응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용감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잇습니다.
또 하나 이 작품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인습적이고 구태의연한 기득권층에 대한 도전입니다.
맨 처음 이 경연대회의 심사위원들은 명가수들로만 이루어져 잇엇습니다. 그러자 한스 작스는 대중의 의향도 물을 필요가 잇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어느새 대중과 유리되어 자기들끼리만 예술을 논하고 기득권을 차지한 그들에게 경각심을 심어 주고 또 대중과 예술가들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의도에서엿습니다.
물론 마이스터징거도 민네징거에 대한 도전과 변화에서 생겨난 그룹이엇습니다. 그러나 일단 기득권을 갖게 되자, 타성이 붙으면서 새로은 것을 싫어하고 자기들만의 기준으로 잣대를 재려 한 것이지요.
여기에 한스 작스가 반기를 들면서 대중에 의해 기득권층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게 된 것입니다.
예술가 그룹이 자신들만의 기득권에 안주하게 되면 결국 그들이 추구하는 예술은 무미건조하고 삭막한 것이 되기 쉽습니다. 아마도 바그너는 바로 그 점을 관객에게 얘기하려고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것은 예술뿐만 아니라 정치를 포함한 우리 삶 전체에 해당하는 이야기겟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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