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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으로 시작된 비극의 종말- 베르디의 <일트로바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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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슬리 댓글 0건 조회 1,270회 작성일 11-10-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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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을 비춰보는 이 사람이 사는법, 오늘은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를 준비했습니다.

트로바토레는 중세기 파리에서 활약한 음유 즉흥시인이란 뜻입니다. 이 작품은 여러 가지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복수에 대한 집념, 나와 다른 계급에 대한 편견, 그리고 인간 삶에 있어서 영원한 갈등 중의 하나인, 형제끼기의 경쟁심과 질투심 등입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을을 다스리는 영주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그는 큰아들보다 둘째 아들을 더 사랑합니다. 그런데 집시 노파가 찾아 온 후 둘째아들이 시름시름 앓게 되자 그는 집시 노파의 마술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화형에 처합니다.
그렇지만 결국 둘째아들 가르치아는 행방불명되고, 화형 후의 잿더미 속에서는 어린아이의 뼈가 발견됩니다. 영주는 죽으면서 큰아들에게 동생을 꼭 찾으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집시노파에게는 아체나라는 딸이 있었습니다. 사실은 그녀가 어머니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가르치아를 유괘해 불 속에 던진다는 것이 잘못해서 그만 자기 아들을 던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아체나는 더욱 불타오르는 복수와 비탄에 잠겼고 그것을 숨긴 채 살아갑니다.한편 가르치아는 만리코라는 이름으로 아체나와 집시들과 함께 살며 훌륭한 음유시인으로 성장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레오노라 공주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사랑하는 진짜 형인 백작과 결투를 벌입니다. 그 와중에 아체나가 백작의 부하들에게 붙잡히자 그녀를 구하려 간 만리코 역시 감옥에 갇힙니다.
만리코를 구하기 위해 레오노라는 백작의 사랑을 받아들이지만, 만리코가 자신을 비난하자 그 앞에서 독약을 마시고 숨을 거둡니다. 만리코 역시 백작의 명령에 다라 사형에 처해지고 맙니다.
아체나가 그런 백작 앞에서 '복수를 끝냈어요,어머니!'하고 외치면서 오페라는 막이 내립니다.
한 집시노파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시작된 비극의 종말치고는 참으로 참혹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만리코와 백작의 대결 구도입니다.
형제끼리의 반목과 대결은 이미 성경에서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로도 나옵니다. 아마도 인간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경쟁심이 형제자매 사이에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명한 부모들은 당연히 그것을 생산적인 경쟁심으로 키워줍니다. 그러나 만약 부모가 노이로제적인 요인이 있을 때나 그 밖의 다른 이유로 그 경쟁심은 병적인 것으로 발전할 수도 잇습니다.
물론 만리코와 백작은 서로가 누군지 모른 채 사랑하는 여자를 놓고 결투를 벌입니다. 하지만 그 점이 더욱 이 작품을 비극적으로 만드는 극적인 요소가 아닌가 합니다.
형제가 서로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른 채 극한의 대결구도로 치닫는 것은 다른 문학작품에서도 여러 번 모티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참혹하고 비극적인 요소가 보는 사람을 압도하기 때문이겠지요.
이 작품에서 형제간의 대결은 결국 형의 승리로 끝납니다. 그것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보수가 진보를 누르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던진 채로.
물론 그것은 베르디만이 아는 문제겠지요.관객은 단지 나름대로의 해답을 얻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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