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w must go on!”-레온 카발로의 <팔리아치> > 알고봐야 오페라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알고봐야 오페라


 

“The show must go on!”-레온 카발로의 <팔리아치>

페이지 정보

작성자 파슬리 댓글 0건 조회 1,250회 작성일 11-10-26 15:52

본문

“The show must go on!”-레온 카발로의 <팔리아치>

오페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을 비춰보는 이 사람이 사는 법, 오늘은 레온 카발로의 <팔리아치>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위해서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사랑하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만큼 나를 사랑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모순이 그러하듯, 이 공식이 제대로 지켜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 사람만을 사랑하기에는 때로 인간이 지닌 호기심의 본능이 너무 승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건 기대치가 크면 때론 실망도 큰 법이기에 그 사랑이 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나의 기대치를 채워줄 누군가가 꼭 있으리란 환상을 버리지 못해 또 다른 사랑을 찾아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생겨나는 결혼한 남자와 여자의 또다른 사랑을 사회는 불륜이란 이름으로 단죄합니다. 그런 사랑은 위험하고 비극으로 끝날 조짐이 농후한 만큼 스릴이 잇습니다. 그래서 인간사의 영원한 주제의 하나가 되고 있는 거겠지만요.
아무튼 팔리아치에 등장하는 넷따의 사랑 역시 위험하고 또 너무도 비극적으로 끝이 나고 맙니다. 넷따는 어릴 때부터 고아로 떠돌다가 유랑극단 단장의 눈에 들어 배우가 되고 그의 아내가 된 여자입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얽혀서 부부가 되었지만 남편 카니오는 넷따의 기대치를 채워 줄 만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나이 차이도 그러려니와 넷따는 처음부터 남편을 사랑하기보다는 그저 보호자나 후견인 정도의 감정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늘 마음은 애달픈 사랑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유랑극단이 이리저리 마을을 떠돌며 공연을 할 때마다 넷따의 마음도 함께 유랑하며 사랑을 찾아 헤맵니다. 그런데 마침 이번 공연하는 마을에서 실비오라는 젊은 남자가 그만 넷따에게 반하고 두 사람은 남편의 눈을 피해 한번이라도 더 만나지 못해 안달이 납니다. 그러다가 공연 마지막 날 끝내 함께 도망가기로 약속합니다.
하지만 인생의 모든 비극이 그러하듯 여기에도 운명의 반전이 끼어듭니다. 곱추이면서 극단의 단원인 토니오 역시 넷따의 사랑을 얻고자 눈물겨운 애원을 하지만 거절당하는데, 그 토니오가 두 사람이 도망
치기로 한 사연을 알고 남편 카니노에게 일러바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넷따로 인해 늘 전전긍긍하던 카니오는 질투에 논이 멀고 두 사람은 배신의 상처와 두려움을 안고 무대에 오릅니다.
특히 카니오는 사랑하는 아내의 쓰라린 배신을 알고도 어릿광대옷을 입고 무대에 서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입니다. 카니오가 부르는 아리아 < 의상을 입어라>는 테너의 아리아 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것의 하나로 꼽힙니다.
삶의 모든 비극에도 불구하고 인생이란 연극은 계속되어야 하며 등장인물들은 연극이 끝날 때까지는 결코 무대에서 내려올 수 없다는, 우리 생의 그 절대절명의 책임감과 모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극중 극 형태로 진행되는 연극에서 카니오는 역시 넷따의 남편 팔리아쵸 역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넷따는 애인이 따로 잇습니다. 연극과 현실을 혼동한 카니오는 순간 이성을 잃고 팔리아쵸에서 카니오로 돌아가 넷따와 그의 애인 실비오마저 죽이고 맙니다.
부초처럼 떠돌던 넷따의 사랑도 마침내 종말을 맞은 것입니다.
더욱 참혹한 건 카니오입니다. 진짜 살인이 벌어진 것을 안 관객석이 대혼란에 빠지자 카니오는 칼을 떨어뜨리며 통절하게 말합니다. ‘연극은 끝났다!’고. 그리고 급하게 막이 내립니다.
유랑인생의 부박한 사랑이란 어차피 비극으로 끝나게 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그것이 서로 어긋나는 사랑일 때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