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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환상과 끝없는 갈망”-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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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슬리 댓글 0건 조회 1,188회 작성일 11-10-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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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환상과 끝없는 갈망”-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오페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을 비춰보는 이 사람이 사는 법, 오늘은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통해 사랑의 모습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입니다. 그 외로움을 메꾸기 위해 서로 사랑하지만, 그러나 사랑이 깊어질수록 외로움 또한 더욱 깊어지는 것이 인간의 타고난 숙명입니다.
그래서 때로 한눈에 반하는 뜨거운 사랑, 죽음도 불사하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포기하면서까지 열정을 나누는 그런 사랑을 꿈꾸어 보기도 하지만,현실적으로 그런 사랑은 쉽지 않습니다.
그것을 알기에 우리는 그런 사랑에 대한 환상을 꿈꿉니다. 환상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지만, 그런 것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내는 꿈이 아니던가요? 눈뜨고 있는 세계에서 가지는 꿈이 바로 환상인 것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셰익스피어는 사랑을 가리켜 일종의 미친 상태라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일종의 최면 상태에서, 현실판단 능력을 상실한다는 점에서 열정적인 사랑은 그의 말대로 하나의 정신병일 수도 있겠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 역시 그런 환상 사랑을 보여줍니다. 두 사람은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뜨겁게 사랑합니다. 아무도 그 두 사람의 사랑을 멈추게 할 수 없을 만큼.그러다가 결국 그 장면을 들키고 트리스탄은 이졸데의 남편이자 그의 삼촌인 마르케왕에 의해 유배당하는 운명에 놓입니다.
물론 그 두 사람은 사랑의 묘약을 마시기 전에도 서로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기에는 용기가 부족했지요. 트리스탄은 그 갈등으로 괴로워하며 이졸데가 주는 술이 독약인 줄 알면서도 그것을 마십니다. 그러나 그 독약이 바로 사랑의 묘약일 줄이야.
결국 트리스탄은 나중에 이렇게 탄식합니다.
“죽음을 가져다 주기를 바라고 마셨던 약이 죽음 대신 만족을 모르는 갈망만을 가져다 주어 나를 괴롭히는 구나‘
그런데 여기서 참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잇습니다. 그것은 죽음도 불사하는 사랑은 인간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사랑의 묘약이나 큐피트의 화살처럼 불가항력적인 어떤 도움을 받지 않고는 그런 사랑은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한계겠지요.
또 한가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은 열정적인 사랑은 대부분 비극으로 끝난다는 사실입니다.
원래 인간은 자기가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는 법입니다. 아무리 원하는 것이라도 자기 손에 주어지면 시들해지고 오로지 남의 땅을 넘보는 것이 인간의 호기심이요, 지칠 줄 모르는 소유욕입니다. 그래서 열정적인 사랑은 늘 현실에서 맺어지기 어려운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것이 삶의 이중성이듯, 사랑에도 열정과 더불어 파괴가 따른다는 것 또한 이중적인 우리 삶의 딜레마입니다. 인간이 갖는 본능 중에 삶을 이어가게 하는 에로스가 있는 반면, 삶을 파괴시키는 타나토스가 있듯이, 열정적인 사랑은 대부분 파괴적인 죽음을 동반하는 것을 봅니다. 아이다의 사랑이 그러했고 루치아의 사랑이 그러햇으며 오르페우스와 유리디체의 사랑 또한 그러했던 것처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 역시 비극으로 끝이 납니다.
이졸데를 그리워하며 또한 그런 그리움이 주어진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죽어가는 트리스탄, 그리고 그를 따라 죽는 이졸데.
여기서 아주 현명한 자가 나타납니다. 그런 두 사람의 사랑을 이해해서 기꺼이 그 둘을 결합시키려고 하는 마르케왕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의 등장은 또 새로운 오해를 불러 일으켜, 그가 자신들을 잡으러 오는 것으로 오해한 자들에 의해 전쟁이 일어나고 그래서 또 사람들이 죽습니다.
그러한 결말은 결국 인간의 비극은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냄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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