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돈도 필요해-롯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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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슬리 댓글 0건 조회 1,219회 작성일 11-10-26 15:44본문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 이어 피가로가 주인공인 두 번째 작품입니다. <피가로의 결혼>이 작곡된 지 30년 후에 발표되엇지만 이 작품의 원전에 의하면 <피가로의 결혼>전편에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1부, 피가로의 결혼이 2부인 셈이지요.
아무튼,롯시니는 불과 24세의 나이에, 그것도 약 6개월이라는 빠른 시간에 이 작품을 완성햇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신에 이미 파이젤로라는 선배가 똑같은 줄거리로 작품을 써서 대성공을 거둔 터라, 처음에는 제목을 <알미비바>로 바꾸었습니다. 그런데도 파이젤로와 그 제자들의 방해로 첫공연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보석은 숨어 잇어도 빛이 나는 법, 점차 명작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여러나라에서 다투어 공연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사인 바르톨로는 아름다운 처녀 로지나의 후견인임을 자임하고 잇는 사람입니다. 그의 속셈이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합니다. 여기에 로지나를 사랑하는 또 한 사람의 남자가 잇습니다. 바로 백작 알미비바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피가로는 바르톨로의 이발사입니다.덕분에 바르톨로의 집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잇습니다. 알미비바는 그런 피가로에게 로지나와 결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도움을 청합니다.
영악한 피가로는 '돈이야말로 모든 발명의 주인'이라고 노래하면서 백작에게 지혜를 빌려주는 대신 돈을 받고 또 자기 가게를 선전합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피가로가 시키는 대로 한 알미비바 백작은 사랑하는 여인 로지나와 결혼하게 됩니다. 상당한 돈을 바르톨로에게 지불하는 대가로요.
모짜르트의 < 피가로의 결혼>에서도 그렇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피가로 역시 적당히 영악하고 적당히 선한 남자입니다.물론 현실적이기도 하지요.
사랑의 열병에 빠진 남자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마음과 함께 그 기회를 이용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지혜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재미잇는 것은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돈도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점입니다. 이미 자본주의가 자리잡은 18세기 유럽의 실상을 반영한다고나 할까요?
사실 우리 현실에서 돈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초연한 척 하지만 누구나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잇습니다.
자신이 일한 대가로 적당한 돈을 받는 피가로, 그는 아마도 이 자본주의 세계를 살아가는 방법을 일찍이 터득한 현명한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특히 적절하게 자기 가게를 선전하는 그의 유머에는 절로 웃음이 납니다.
이 작품에서 또 한가지, 우리는 귀족과 엘리트 게급을 비웃는 시민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잇습니다. 백작과 의사가 피가로와 로지나의 머리를 못따라가니까요.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는 로지나의 용기도 높이 살 만합니다. 그녀는 안정된 생활보다 처음에 가난한 대학생으로만 알고 잇는 알미비바 백작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그녀의 젊음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건, 물론 돈도 필요하지만 때론 그것을 거스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은 우리의 마음 때문은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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