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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은 천부의 재능-베르디의 <팔스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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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슬리 댓글 0건 조회 1,295회 작성일 11-10-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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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서거 백주년을 맞아 국내외에서 그의 많은 작품들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에 나라 전체가 베르디 축제라도 여는 것 가은 분위기였다고 하더군요.
오늘은 베르디의 마지막 작품인 <팔스타프>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팔스타프는 원래 세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오는 인물입니다. 베르디는 이 작품을 만들면서 세익스피어의 <헨리 4세>와 세익스피어의 또다른 작품인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에서각기 한 부분씩을 소재로 했다고 합니다.
뚱뚱하고 나이든 기사 팔스타프 경은 포오드의 아내 알리스와 메그라는 두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면서, 겁 없이 연애편지를 똑같이 보냅니다.
그러나 같은 내용의 편지를 받은 걸 안 두여자가 가만히 있을 리 없죠. 꾀를 내어 팔스타프의 구애를 받아들이는 척하다가 망신을 주고 맙니다.
한편 알리스는 딸 난데타를 서로 사랑하는 애인 펜톤과 결혼시키려고 합니다. 그러나 남편의 반대에 부딪쳐 고민하다가, 팔스타프를 혼내주면서 딸의 결혼도 성사시키는 묘안을 짜내어 마침내 성공합니다.
팔스타프도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익살은 천부의 재능'이라고 노래하면서 막이 내립니다.
세익스피어의 작품에서 팔스타프는 허풍쟁이에 익살맞은가 하면 뻔한 거짓말도 예사로 합니다. 덕분에 남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때도 많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론 생기넘치고 쾌활하며 호감이 가는 인물의 전형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그래선지 세익스피어의 작품 중 총 네 편에 그가 등장합니다. 그것도 그렇고, 베르디가 팔스타프를 자기 작품의 주인공으로 한 것을 두고, 어떤 심리학자는, 팔스타프에게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가서 그의 재치 넘치면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적어도 그보다는 우리가 조금 더 우월하다는 의식을 갖게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이중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과대망상과 열등감 사이를 시계추처럼 왓다 갔다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갭이 적을수록 정신적으로 건강한데, 팔스타프나 우리나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동질성이 있다고나 할까요. 팔스타프는 스스로 재치가 넘치기도 하지만 여자들을 재치있게 만드는 재주가 잇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이 돋보이는 게 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입니다.
세익스피어의 이 작품에서도 팔스타프는 두 여자에게 버젓이 똑같은 내용의 연애편지를 보냅니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게 탄로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뻔히 알 텐데 그렇게 하는 걸 보면, 뭐랄까, 그의 낙천적이고 익살맞은 면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이 팔스타프라는 작품에서 알리스는 상당히 지혜로운 여자입니다. 체면과 돈 때문에 딸을 의사와 결혼시키려는 남편을 멋지게 속이고 딸로 하여금 원하는 사랑을 쟁취하게 하는 솜씨는 팔스타프의 재치는 저리가라입니다.
팔스타프도 그렇고 알리스도 그렇고 순수함보다 더한 가치는 없다는 걸 진작에 깨우친 인물들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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