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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의 오페라 버전?-플로토의 <마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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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슬리 댓글 0건 조회 1,342회 작성일 11-10-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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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토는 파리를 중심으로 활약한 독일 출신의 음악가로, <마르타>는 그의 대표작입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 하리엣은 아름다운 미모 덕분에 귀족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하지만 아직 그 누구에게도 참다운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귀족 사회의 사치와 호화스러움에도 권태로울 뿐입니다.
오빠인 트리스탄경이나 시녀 낸시가 그녀를 즐겁게 하려고 애써보지만 효과가 없습니다. 그러던 중 창문을 통해 보이는 리치몬드 시장의 떠들썩한 분위기에 호기심이 생긴 그녀는 그곳에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그 시장에서는 일년간의 계약으로 시골 처녀들을 일꾼으로 사가는 풍습이 있습니다. 하리엣과 낸시는 시골처녀로 가장하고 플란켓과 라이오넬의 집으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플란켓은 낸시에게, 라이오넬은 하리엣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하지만 하리엣과 낸시가 집안 일을 제대로 해 낼 리가 없습니다.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데 다행히 트리스탄이 나타나서 두 사람을 구해 내고, 둘은 서둘러 그 곳을 빠져 달아나 버립니다.
플란켓과 라이오넬은 추적에 나서고 그 두 사람을 보자 화를 냅니다. 그녀들의 신분을 모르니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알았다 해도 화가 나긴 마찬가지겠지만요.
아무튼 하필 그때 여왕이 나타나 귀족처녀를 마구 다루는 라이오넬을 붙잡아 들이도록 명령합니다. 그 충격으로 라이오넬은 정신이 멍해져 기억을 잃고 맙니다. 하리엣은 그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 주려고 애쓰고, 그가 끼고 있던 반지로 인해 라이오넬 역시 귀족출신임이 밝혀집니다.
과거에 살던 집을 통해 마침내 라이오넬은 기억을 되찾고 하리엣과 맺어지는 해피엔딩으로 작품은 막을 내립니다.
그런데 스토리 텔링이 어딘가 꽤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제가 보기엔 주인공들의 모습이나 이야기 전개가 여학생들이 열광하는 순정만화, 특히 할리퀸 시리즈 같은 연애소설과 많이 비슷한 것 같은데요. 영화 로마의 휴일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단지 라이오넬이 하리엣의 신분을 모르고 사랑에 빠지는 것과, 그 신분을 알고 나서 자기를 농락하지 말아달라고 분노하는 게 약간 다르긴 하지만요.
아무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잠깐이라도 살아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를 잘 나타낸 작품인 건 분명한 듯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객관적으로 어떻게 보이는 삶이든, 자신의 삶에 싫증과 권태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싶어합니다. 그건 인간이 지닌 호기심의 본능이자, 남의 집 잔디가 더 푸르러 보이는 심리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부러움과 소유의 심리겠지요.
귀족사회란 어떤 곳입니까? 그야말로 원하는 건 뭐든 다 가질 수 있는 사회입니다. 모든 게 충족되고 나면 남는 건 게으름과 무기력뿐이라는 게 문제지만, 성취욕구도 없으니 모든 게 싫증나고 권태로운 것 또한 당연합니다.
하리엣 역시 그런 심리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모험을 하러 떠납니다. 성을 나와 시장터로 간 것입니다. 거기서 만난 남자 라이오넬, 그는 지금까지 보던 남자들과는 다른 매력으로 그녀를 사로잡습니다.
그러나 하리엣은 그 사랑을 위해 자기가 누리고 있는 편안함을 상실하기는 싫습니다. 그녀가 다시 그에게 다가가는 것은 라이오넬이 귀족신분이란 것이 밝혀지면서부터 입니다. 물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게급을 뛰어넘는 사랑을 용납하지 않았으리란 점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딘지 인간의 이기적인 사랑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여운이 남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두 사람이 과연 끝가지 행복했을까, 자신이 귀족신분이 아니었다면 하리엣이 돌아오지 않았으리란 걸 라이오넬도 무의식적으로 알텐데, 그레도 과연 그 사랑이 지속됐을까 하는 쓸데없는 의문을 품어보게도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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