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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Pop-up : 갑자기, 예고 없이, 함께 새로운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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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ica 댓글 0건 조회 2,480회 작성일 14-02-1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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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지원(런던 AA School 학사과정)

디자인을 정의하는 데 좋고 싫음, 참신함과 고루함 등 따위의 진부한 형용사들을 남용하기에는 그 영역과 의미는 매우 주관적이며 개인적이기에 때론 그 해답을 찾기 매우 힘든 듯하다. 하지만 시대를 이어 온 역사성과 시대를 이어 갈 새로움이 만난 좋은, 참신한 공간디자인은 이 도시 어느 곳에도 존재하며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은 그 속에서 이상적인 삶을 꿈꾼다. 런던은 항상 그 새로움에서 혹은 그 무모함에서 큰 의미를 찾는 도시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것들과 다른 것들에 ‘틀림’이 아닌 ‘다름’에 큰 박수를 친다.
▲ 오픈 하우스 런던 - 일요일 아침 로저스빌딩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보편과 패러디를 가장한 진부의 디자인 시대는 가고 선정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이 각광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도, 첼시(Chelsea)나 사우스 켄싱턴(South Kensington)의 웨스트 런던(West London)을 기반으로 한 화려함과 권위적 역사의 시대에서 건축을 바탕으로 한 모든 예술의 중심이 쇼디치(Shoreditch)나 헤크니(Hackey) 등의 이스트 런던(East London)으로 넘어가는 현상들도 이러한 새로움을 추구하는 새로운 사람들의 욕구에 발맞춘 새 시대의 캔버스를 찾아가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 모든 도전이 간혹 디자이너들의 어깨 위로 넘어갈 때 새로움이라는 자극적인 요소들이 결부되어야 한다는 중압감처럼 보여 가끔은 그 모습이 애처롭다. 그러나 젊은 아티스티들을 중심으로 한 이스트 런던의 반란은 막대한 자본의 유입과 더불어 저급 문화의 전유물이었던 그래피티나 혹은 창고를 개조한 이색적 공간들, 빈티지 가구들의 유행을 하이엔드 문화로까지 이어나가게 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이렇게 바뀌는 건축 공간의 트렌드에서 새로운 건물의 디자인보다는 오래되어 낡은 것들을 보수해 나가는 것 속에 그 매력을 찾는 이 도시의 건축 방식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듯 보인다. 더불어 디자인 페스티벌이나 오픈 하우스 축제(오픈 하우스 런던(Open House London) : 9월 중 셋째 주말 1년에 한 번씩 유명 건축가의 스튜디오나 집, 작업들이 공공에 개방되는 행사로 디자이너의 직접적인 설명이나 대화를 통해 학생과 일반인들의 의견이 교류되는 연간 행사이다. 2013년 행사는 9월 21일, 22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사전 책자나 지도 구입, 사전 예약 모두 사이트를 통해 가능하다. http://www.openhouselondon.org.uk), 서펜타인갤러리의 건축 파빌리온 전시 등 기획이나 사회적인 인프라, 정부의 지원도 국내외 간 디자인의 교류 혹은 발전을 가장 큰 목표로 하고 있다. 순수예술이나 패션, 사진 혹은 비디오 등 다른 장르를 넘나드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계속적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상생의 예술 세계를 펼쳐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들의 가장 큰 효과는 이 도시 여기저기서 갑자기 불현듯 나타나 사라지지만 그 짧은 기간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디자인 영감을 준다는 사실이다.

| PRET A DINER – The Burlington Social Club
▲ Pret a Diner조금은 호화스럽게 그리고 조금은 비밀스럽게, 자신들만의 호사를 즐기는 런던의 비밀 사교 클럽은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모든 이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러한 특수 공간들이 이전까지 소위 ‘Exclusiveness’ 다시 말해, 유일함 혹은 배타성을 즐기는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다면 이번 Pret a Diner의 콘셉트는 이런 사유개념을 공공에 환원하는 것으로, 한 달 남짓한 기간만 문을 여는, 말 그대로 이벤트성 팝업 레스토랑이다. 뜻하지 않게 열리고 의미 없이 사라지는 인터넷 창들을 말하는 팝업은 짧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너무 불편한 이름이다. 그러나 이 팝업은 일반 건축, 설치물에 비해 그 지속력이 짧은 잠시간의 혹은 순간의 행사를 뜻하는 신종 표현이기도 하다. 베를린, 런던, 뮌헨 등 소위 패셔너블한 유럽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인테리어, 설치, 음악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미슐랭 스타 쉐프가 최고의 음식과 함께 소개하는 Pret a Diner는 올해만 두 번째 런던에 문을 열었다.
150년을 넘게 이어 온 영국 예술과 문화의 산실인 Royal Academy의 Burlington House 2층에는 황혼의 시대에 작별이라도 고하는 듯 한 모던 중세의 실험실들이 얼마전 대중에게 소개되었다. 철철히 낡아 그 쓰임마저 의심스럽지만 여전히 고풍스러운 빈티지 가구들, 거대한 공사장처럼 보이는 흉물스러운 하지만 너무나 새로운 비계(건축 공사 때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임시 가설물) 프레임들, 낡은 고목재, 산만한 현대적 전자음악의 기계음, 군데군데 네온이 빛나는 상업 작품들 그리고 홀 중간에 빛나는 화려한 샹들리에. 이러한 건축과 예술을 넘나드는 짧은 축제의 장은 미국의 조명 아티스트 올리비아 스틸(Olivia Steele)을 필두로 각계의 아티스트, 요리사, 디자인 학생들은 물론 전문 웨이터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층의 참여와 이 역사적인 공간을 아트를 빙자한 레스토랑 행사 장소로 허락한 정부의 넉넉한 관용으로 완성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계층의 프로젝트 참여는 새로움을 갈망하는 시대에 ‘새로움’, 또는 더욱 좋은 표현을 빌려 ‘참신함’으로 화답하는 좋은 예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창의력이 박수를 받는 짧은 순간, 또 다른 ‘참신함’이 그 이전 ‘참신함’의 부재를 메울 것이다.

건축 혹은 공간이 이렇게 긴 생명력을 갖지 않아도 이벤트적 행사나 사회적 참여로 깊은 잔향을 남기는 이 사회의 자비로운 배려심은 모든 아티스트가 꿈을 키우는 놀이터가 되었다. 어쩜 이 시대, 이 사회의 대중은 스타 작가, 최고의 미술가, 세계적 건축가들의 명성이 주는 안정감, 안도감에서 찾기 힘들었던 시대의 소소한 요구들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예들의 따끈따끈한 포트폴리오에서 하나 둘 세상에 갑자기, 예고 없이, 함께 만들어 내놓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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