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겐하임미술관의 ‘리네케 딕스트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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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ica 댓글 0건 조회 2,315회 작성일 14-02-15 11:56본문
글 : 김아미(뉴욕대 Visual Culture 박사과정)
섭씨 38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더위 속, 미국 뉴욕시의 구겐하임미술관은 리네케 딕스트라(Rineke Dijkstra)의 회고전을 기획하였다. 네덜란드 출신 작가인 리케네 딕스트라는 푸른빛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한 수영복 차림의 사춘기 소년, 소녀들을 찍은 시리즈로 이미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작가이다. 17세기의 네덜란드인 화가 요하네스 베르미르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섬세한 디테일과 정적인 분위기를 함께 간직한 이 초상들은 절제된 구성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대상에 집중하게 하는 묘한 힘을 내뿜고 있다. 구겐하임미술관 큐레이터 제니퍼 블레싱(Jennifer Blessing)과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큐레이터 샌드라 필립스(Sandra S. Phillips)의 공동기획으로 성사된 이번 회고전에서는 중견작가 딕스트라의 커리어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 총 75점을 접할 수 있다.
리네케 딕스트라는 정체성과 통일성 사이의 모순, 개인의 정체성이 변해나가는 현상, 그리고 이런 변화에 따른 내적인 혼란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는 작가이다. “엉덩이 뼈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후 상업적 사진을 그만두고 재활치료를 받고 있던 시절, 수영장을 30번 왕복하고 난 후 피로의 극치에 다다랐을 때 찍은 사진에서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의 나를 발견했다.”고 작가는 회상한다. 그녀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때 짓는 꾸며진 표정과 몸짓에서 그들을 해방시키고 무방비 상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에 시작한 것이 바로 해변을 배경으로 소년, 소녀들의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이 시리즈에서 아동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기, 질풍노도와 같은 내적, 외적 변화를 겪어내고 있는 청소년들은 스스로 자주 찾는 바다를 배경으로 본인의 수영복을 입고 보는 이와 물끄러미 눈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모두 침묵한 채 고요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지만 대충 풀어 헤쳐진 머리카락, 가득 신경 쓴 듯한 화장법, 아직은 미숙해 헐렁하게 맞지 않는 수영복을 입은 모습, 그리고 그 차분한 듯 보이는 눈동자 속 미묘한 흔들림에서 보는 이는 상당히 복잡한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
삶은 우리가 의도한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드물고 결코 녹록지 않은 법이다. 그런 삶의 통로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변화에 혼란스러워 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닫아 보고, 겉모습을 꾸며 보기도 하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도 외부세계에서 받는 상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이렇듯 자가보호의 수단을 잃은 우리는 하이데거의 말대로 ‘세상에 내팽개쳐진’ 채 끝내 모든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아나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야 하는 것인지도. “한 프랑스인 군인이 인생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을 촬영한 적이 있다. 직접 만났을 때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그의 눈동자와 표정에서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라고 작가는 전했다. Thomas Struth, Andreas Gursky, Thomas Ruff 등 대표적인 독일 사진작가들의 풍을 따르고 있지만 딕스트라가 그들과 차별되는 점이 바로 이 지극히 인간애적인 접근법에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녀의 또 다른 시리즈는 육체적, 감정적으로 극한의 상태를 겪어낸 직후의 인간을 관찰하고 있다. 투우를 막 마치고 피범벅이 되어 퇴장한 포르투갈인 투우사나 갓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은 벌거벗은 산모의 전신사진에서는 미처 추스르지 못한 생생한 감정이 그들의 눈동자를 통해 여실히 전달되고 있다. 이렇듯 인간 고유의 감정을 넘치지 않게 차분한 톤으로 거짓없이 말하고 있는 딕스트라의 사진이기에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상처받기 쉬운 다른 영혼들에게도 위로가 되는 것이다. 보스니아에서 망명한 한 어린 소녀의 성장과정을 14년에 걸쳐 기록한 알메리사(Almerisa) 시리즈를 보면, 정체성에 대한 방황을 거친 듯한 아멜리사가 성인으로 온전히 성장해 마침내 출산을 한 후 찍은 마지막 사진에서 제일 첫 사진 속의 어린 소녀의 표정으로 되돌아 온 것을 느낄 수 있다. 일상에 치어 눈치채지 못하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보면 누구에게나 일어나고 있을 평범한 변화와 삶의 순리를 다시 한 번 찬찬히, 따뜻한 눈길로 살펴 주라고 작가는 우리에게 이 사진전을 통해 말하고 있는 듯하다.
※ 사진 제공 : 작가
리네케 딕스트라는 정체성과 통일성 사이의 모순, 개인의 정체성이 변해나가는 현상, 그리고 이런 변화에 따른 내적인 혼란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는 작가이다. “엉덩이 뼈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후 상업적 사진을 그만두고 재활치료를 받고 있던 시절, 수영장을 30번 왕복하고 난 후 피로의 극치에 다다랐을 때 찍은 사진에서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의 나를 발견했다.”고 작가는 회상한다. 그녀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때 짓는 꾸며진 표정과 몸짓에서 그들을 해방시키고 무방비 상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에 시작한 것이 바로 해변을 배경으로 소년, 소녀들의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이 시리즈에서 아동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기, 질풍노도와 같은 내적, 외적 변화를 겪어내고 있는 청소년들은 스스로 자주 찾는 바다를 배경으로 본인의 수영복을 입고 보는 이와 물끄러미 눈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모두 침묵한 채 고요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지만 대충 풀어 헤쳐진 머리카락, 가득 신경 쓴 듯한 화장법, 아직은 미숙해 헐렁하게 맞지 않는 수영복을 입은 모습, 그리고 그 차분한 듯 보이는 눈동자 속 미묘한 흔들림에서 보는 이는 상당히 복잡한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
삶은 우리가 의도한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드물고 결코 녹록지 않은 법이다. 그런 삶의 통로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변화에 혼란스러워 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닫아 보고, 겉모습을 꾸며 보기도 하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도 외부세계에서 받는 상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이렇듯 자가보호의 수단을 잃은 우리는 하이데거의 말대로 ‘세상에 내팽개쳐진’ 채 끝내 모든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아나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야 하는 것인지도. “한 프랑스인 군인이 인생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을 촬영한 적이 있다. 직접 만났을 때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그의 눈동자와 표정에서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라고 작가는 전했다. Thomas Struth, Andreas Gursky, Thomas Ruff 등 대표적인 독일 사진작가들의 풍을 따르고 있지만 딕스트라가 그들과 차별되는 점이 바로 이 지극히 인간애적인 접근법에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녀의 또 다른 시리즈는 육체적, 감정적으로 극한의 상태를 겪어낸 직후의 인간을 관찰하고 있다. 투우를 막 마치고 피범벅이 되어 퇴장한 포르투갈인 투우사나 갓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은 벌거벗은 산모의 전신사진에서는 미처 추스르지 못한 생생한 감정이 그들의 눈동자를 통해 여실히 전달되고 있다. 이렇듯 인간 고유의 감정을 넘치지 않게 차분한 톤으로 거짓없이 말하고 있는 딕스트라의 사진이기에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상처받기 쉬운 다른 영혼들에게도 위로가 되는 것이다. 보스니아에서 망명한 한 어린 소녀의 성장과정을 14년에 걸쳐 기록한 알메리사(Almerisa) 시리즈를 보면, 정체성에 대한 방황을 거친 듯한 아멜리사가 성인으로 온전히 성장해 마침내 출산을 한 후 찍은 마지막 사진에서 제일 첫 사진 속의 어린 소녀의 표정으로 되돌아 온 것을 느낄 수 있다. 일상에 치어 눈치채지 못하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보면 누구에게나 일어나고 있을 평범한 변화와 삶의 순리를 다시 한 번 찬찬히, 따뜻한 눈길로 살펴 주라고 작가는 우리에게 이 사진전을 통해 말하고 있는 듯하다.
※ 사진 제공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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