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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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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엘렌공주 댓글 0건 조회 2,721회 작성일 10-10-2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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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 심펜도르퍼 지음 | 홍순남 옮김 | 지식의날개 | 256쪽 |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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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사건 이후 중국·아랍 밀월관계 강화…양국간 무역·투자 늘어
방송·교육까지 협력 확대…새로운 '힘의 축'으로 부상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자동차를 타고 서남쪽으로 3시간반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저장(浙江)성의 중소도시 이우(義烏)시.인구 100만명이 안 되는 작은 도시이지만 세계 최대의 소비상품 도매시장이다. 넥타이,여자속옷,피혁제품,공예품,안경,화장품,액세서리 등 무려 40만종의 상품이 거래되는 이우는 '음식점 외에는 모두 도매상점'이라고 할 정도로 시 전체가 도매시장이나 다름없다.

'중국소상품성(中國小商品城)'이라는 잡화전문 도매시장의 경우 2만7000개의 작은 부스에서 10만종 이상의 잡화를 거래한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구매자는 대부분 외국인 바이어들이다. 건물 안에 빼곡이 들어선 작은 부스에서 바이어들이 단가와 수량 등을 협상해 주문하면 상품은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세계 각국에서 온 바이어들 중에는 머리에 터번을 두른 아랍 상인들도 흔히 눈에 띈다. 이우를 방문하는 아랍 무역상은 연간 20만명에 달한다. 2004년만 해도 세 곳에 불과하던 아랍 식당은 아랍 상인들이 몰려오면서 4년 만에 거의 20배로 늘었다. 시 당국은 아랍 상인들을 위해 2005년 이슬람 사원을 건설했고 중앙 정부는 이슬람 성직자인 이맘을 이곳에 파견했다. 이우시는 또 돼지고기가 제공되는 학교 급식을 먹을 수 없는 아랍 상인의 자녀들을 위해 유치원과 초 · 중 · 고교를 지으려는 계획도 마련했다.

《실크로의 부활》은 이 같은 사례를 들며 2001년 미국 9 · 11 테러 사건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진 중국과 아랍의 밀월관계에 주목한다.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저자는 과거 실크로드의 주역이었던 중국과 아랍 세계가 최근 경제적으로 밀착하면서 미국 · 유럽 등 서구 중심의 세계 경제질서가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변화의 계기는 9 · 11 테러였다. 이 사건 이후 아랍인들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이 강화되면서 미국행이 힘들어지자 아랍 무역상들은 중국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 결과 이우로 몰려든 아랍 상인들이 중국산 소비재를 아랍 각국으로 나르기 시작했고,지금은 아랍 어느 도시에 가더라도 중국 상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1000달러 정도의 구매 활동을 하는 아랍 개인 무역상들은 유럽의 레이더에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개미군단이 합쳐지면 세계 경제를 재구성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유가 급등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동 국가들은 또 새로운 투자처로 중국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예전 조상들이 '이슬람 회랑'이라고 불렀던 실크로드를 따라 무역을 했던 것처럼 역사적으로 익숙한 경로를 따라 오일 달러를 투자하기 시작한 것.

중국은 아랍세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펴고 있었던 데다 중동 지역의 석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필요성이 더욱 컸다. 나이키 운동화에서 MP3와 아이팟까지 전 세계 소비시장에 상품을 쏟아내고 있는 중국은 생산,운송 등 모든 과정에서 석유가 필요했고,이미 2004년 세계 석유 소비량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저자는 중국과 아랍권의 협력이 경제적 제휴에만 그치지 않고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는 알 자지라 텔레비전에 방송장비를 대여해주는 대신 아랍세계와 중국의 역사적 관계를 밝히는 3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이 방송으로 내보냈다. 중국은 또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아랍어에 능통한 인재를 양성하는 등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관계 구축에 힘을 쏟아왔다.

시리아 등 중동 국가들이 중국식 성장 모델을 따라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아랍 세계가 노동인구를 확보하기 위해 젊은 여성인력에 의존했던 중국 모델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여성에 대한 차별적 관행이 뚜렷한 아랍국가들이 여성 노동력을 끌어들일 준비가 돼있는지,

실제로 그걸 원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긴 하나 아랍인간개발보고서에서 이집트,요르단,레바논,모로코 응답자들의 91%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노동권을 가져야 한다고 답한 사실은 변화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이 책에 미국 이야기는 거의 없다. 저자는 중국과 아랍 세계가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힘의 중심축이 서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미국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으며 재편되는 세계 경제질서 속에서 미국 정부와 기업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서구는 아랍 투자가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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