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포도 품종이 재배되고 있어 한마디로 와인 박물관 같은 곳이다. 이탈리아는 현재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제1위의 와인 생산·소비국이다. 이탈리아 와인은‘음식과 곁들이기 가장 좋은 와인’으로 손꼽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품종과 관련이 있다. 이탈리아 와인 전체 품종 가운데 약 50% 이상을 차지하는 산지오베제는 이탈리아 밖에서는 재배되지 않는 독보성이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키안티가 바로 산지오베제 품종의 와인이다. 산지오베제는 상당히 강한 신맛을 가지고 있어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이다. 그래서 음식과 페어링(pairing·두개가 갖춰져 완벽한 한 쌍을 이룬다는 뜻)이 좋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산지오베제 와인의 특성은 한국 음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 병에 소비자가 기준으로 2만 원 내외의 제품이라면 구운 고기, 불고기, 삼겹살, 잡채, 생선구이, 갈비 등의 한국 음식과 무난하게 어울릴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는 키안티가 가장 흔한데 1만 5,000~3만 원대의 키안티라면 훌륭하다. 산지오베제는 값싼 키안티를 비롯해 고가(高價)의 수퍼 토스카나 와인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임직원에게 선물해 국내에서도 유명해진 ‘티냐넬로’가 수퍼 토스카나 계열이다)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쉽게 말해 와인 가격이 바닥부터 하늘까지 수직선을 이룬다. 필자는 일하는 식당이나 사무실에 키안티 와인을 박스로 사다 놓고 마신다. 서양 요리든, 한국 요리든 어느 음식·장소에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키안티는 한국에 약 100여 가지 브랜드의 제품이 들어와 있다. 그 중 가격과 품질이 무난한 것으로 퀘르체토(1만 8,000원), 베르나이올로(2만 4,000원) 정도의 제품이 있다. 가격대를 좀 더 높인다면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의 와인을 고르면 되는데 브롤리오(3만 2,000원) 정도라면 꽤 훌륭하다. 물론 10만 원대의 제품도 많이 있는데, 깊은 오크 향을 뿜어내는 고급 키안티 클라시코는 수퍼 토스카나 와인과 비슷한 수준의 품질이라고 보면 된다. 키안티 와인은 한국 사람들이 즐기는 이탈리안 파스타 요리와도 궁합이 좋다. 특별히 비싼 키안티(또는 키안티 클라시코)라면 이탈리아식으로 요리한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요리와 잘 어울린다. 이탈리아 와인의 유명한 생산지역으로는 프랑스와 접한 피에몬테 주, 중부의 토스카나 주, 동북부 베네토 주의 북부 산악지대, 시칠리아 정도를 들 수 있다. 특히 피에몬테 주와 토스카나 주는 최상품의 와인을 생산하며, 생산량에 있어서도 수위를 다투고 있다. 피에몬테 주의 명품은 레드와인. 이 중 가장 대표적인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는 13.5도 이상의 강렬한 도수와 짙은 향으로 유명하다. 특히 바롤로는 ‘와인의 왕’이라 불릴 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소리 지네스트라(16만 원)라면 탁월한 선택. 이 지역의 와인은 최소 3년 이상 오크 통이나 물푸레나무 통에서 숙성시킨 후 출시하도록 엄격하게 규제를 하고 있다. 토스카나 주에서는 앞서 말한 키안티와 키안티 클라시코, 브루넬로 몬탈치노가 손꼽히는 명품이다. 특히 브루넬로 몬탈치노는 깊은 향과 묵직한 맛이 일품. 가격대는 비온디 산티처럼 한 병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것부터 6만~7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이탈리아 역시 프랑스처럼 국가 와인 검정 규격이 있다. 그중 최고봉은 DOCG이며 그 아래에 ‘G’(개런티)가 빠진 DOC가 있다. DOCG급의 와인은 매우 귀하며, DOC급만 하더라도 매우 훌륭한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밑에 IGT급과 대중적인 테이블 와인급이 생산된다. 일단 DOC급이 명시된 와인이라면 믿을 만하다. 이탈리아 와인을 고를 때 주의할 점은 그해의 포도 농사가 잘됐는가 하는 점이다. 프랑스처럼 빈티지(생산년도)에 따른 품질 차이는 크지 않지만, 역시 유럽의 기후는 변덕스러워서 빈티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고급 와인일수록 그 편차가 크다. 최근 빈티지로는 2000, 2001, 2002 모두 뛰어난 편이다. 특히 2000년의 바롤로와 1999년의 브루넬로 몬탈치노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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