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알던 와인 상식과 안녕하기 > 와인교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와인교실


 

어설프게 알던 와인 상식과 안녕하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redpig 댓글 0건 조회 1,961회 작성일 13-02-21 22:59

본문

우리에겐 ‘와인은 알고 마시지 않으면 뭔가 뒤처진다’는 강박이 있다. 와인은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호기심을 갖고 마셔보고 즐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품종, 라벨, 와인잔을 잡는 법, 마리아주 같은 복잡한 와인 허세없이 편하게 즐기는 자유를 누려보자.

844054 기사의  이미지
레스토랑이나 와인바에서 와인 서빙을 받다 보면 일단 숨이 컥, 막힌다. 웨이터가 와인을 가져오고 라벨을 확인시킨 후 천천히 코르크를 열고 테이스팅을 한다. 따라 놓은 와인을 손님이 천천히 맛본다. 이 장면에 흐르는 정적은 종갓집 기제사 수준이다. 손님들은 엄숙하게 입을 다물고 있고, 웨이터 역시 술을 바치는 종손처럼 진지하기만 하다.

이건 와인이 처음 우리나에 전해질 때 받은 잘못된 교육(내지는 눈치껏 알게 된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회사의 중역진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위한 와인 교육’이 있고, 호텔이나 레스토랑에도 와인 교육 프로그램이 많다.

‘입을 오므리고 숨을 훅 들이마신 후, 천천히 입 안에서 굴린 후 음미하듯 목구멍으로 넘기는’ 테이스팅 법은 와인 종주국의 일반인조차 거의 모르는, 또는 알고도 하지 않는 방법이다. 소믈리에나 품평가들이 해야 할 방법을 일반이 쓰고 있으니 뭔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와인에 대한 지나친 진지함과 어설프게 알던 와인 상식은 접어두고 내 멋대로 편하게 즐기라는 ‘보통날의 와인’ 저자 박찬일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본다.

Wine basics 1 레드와인보다는 화이트와인부터 시작한다

바야흐로 레드와인 전성시대다. 어딜가든 레드와인을 시키는 게 일반적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기도 한다. 이건 신드롬, 붐과 같은 현상이 잦은 일본의 영향으로 보인다. 프랑스 와인업자들의 노골적인 후원을 받은 과학단체가 ‘레드와인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이 심장병 발병을 낮추고 건강에 좋다’고 떠들었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 만한 이는 다 안다. 레드와인이 훨씬 비싸며 생산량이 많은 탓이리라. 하지만 와인은 화이트와 레드의 균형이 맞아야 좀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화이트와인은 싼 것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으며 어떤 음식이든 잘 어울린다. 거친 타닌과 특유의 향 때문에 거북하면서도 와인을 마셔야 한다는 부담을 주는 레드와인보다는 화이트와인으로 시작해보자. 와인의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진다.

Wine basics 2 ‘빈티지’에 속지 말 것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은 종종 빈티지의 노예가 된다. 스스로 중급자 정도의 내공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이들 사이에 더 흔하다. 이름난 빈티지와인에 끼어 있는 거품은 와인 중개업자들과 그들과 결탁한 일부언론이나 전문가들의 농간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빈티지이기에 매년 같은 포도밭에서 똑같은 보살핌을 받고 자란 와인 값이 두세 배의 값을 보이냐는 것이다. 보르도, 부르고뉴 같은 프랑스 와인과 피에몬테, 토스카나 같은 이탈리아 와인들은 빈티지에 따라 품질과 가격의 차이가 있다. 그런데 가격 반영의 첫 번째 기준이 되는 소비자들의 빈티지 차트는 지역별로 기록되어 있지만 생산자나 소규모 생산 지역별로 세분되어 있지는 않다. 그래서 모든 보르도 2000년산이 다른 빈티지보다 비쌀 이유는 없다. 오래 묵힐 수 있을 만큼 힘이 있고, 묵혀서 맛이 더 좋아지며, 나중에 되팔더라도 값이 많이 오를 가능성이 있는 와인에게만 해당된다.

844054 기사의  이미지
(왼쪽)포르미가, 샤르도네 (오른쪽) 카사 라포스토레 카사
Wine basics 3 와인잔을 어떻게 잡든 와인 맛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잔의 품질은 와인의 맛에 영향을 미친다. 좋은 와인잔은 확실히 와인 맛을 올려준다. 사람은 와인을 마실 때 여러 감각기관이 동시에 작용한다. 와인의 향을 느끼면서 동시에 혀가 맛을 받아들인다. 이 두 가지 작용을 충분히 만족시키려면 잘 설계된 잔이 필요하다. 때문에 고급 와인잔을 생산하는 리델, 슈피겔라우 같은 회사들은 품종과 숙성 정도에 따라 각각 다른 잔을 쓸 것을 권한다. 같은 보르도 와인이라도 대중적인 것과 그랑크뤼 와인의 잔은 다르다. 와인과 와인잔의 조화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삼페인일 것. 드라이하고 기포가 오래 지속되는 고급 샴페인은 기포가 한순간에 날아가지 않도록 플루트처럼 생긴 기다란 잔을 써야 샴페인 맛이 좋다. 품종별, 스타일별로 최급급 라인을 갖출 필요는 없다.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용으로 두 세트 정도 갖추면 충분하다.

Wine basics 4 프로모션하는 와인을 골라라

와인바나 레스토랑에서 프로모션하는 와인은 한두 종류의 와인을 대량으로 납품받아 할인폭을 크게 잡아놓은 것이라 그만큼 싸다. 더불어 아주 싼 와인보다는 중간 가격대의 와인을 고르자. 예를 들어 원가 1만 원짜리와 3만원짜리의 경우 각각 3만원과 3만5000원의 마진이 붙는 게 일반적이다. 소비자가격은 4만원, 6만5000원이지만 품질은 비할 바가 못된다. 무엇보다 영리한 고객이라면 와인 리스트에 있는 와인의 적절한 가격을 알고 있다. www.1855.com 같은 사이트에서 프랑스 와인의 국제적 소매 시세를 알 수 있다. 그 시세의 1.5~2배 정도가 한국의 레스토랑이 도매상으로부터 받는 가격이라고 보면 된다.

Wine basics 5 하우스와인이 싸구려라고?

하우스와인은 원래 그 레스토랑에서 담근 와인을 제공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의 여행자들은 와인 산지가 있는 지역을 여행하면서 전통 있는 레스토랑의 하우스와인 맛보기를 코스에 집어넣는다. 홍콩과 일본 등 아시아권의 대형 레스토랑들은 개성있는 하우스와인을 제공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하우스와인은 종종 ‘이윤이 많이 남고 와인을 모르는 무지렁이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술’ 정도로 치부되고 있으니 기막힌 일이다. 하우스와인은 어떻게 보면 그 식당과 바의 얼굴일 수 있다. 절대 싸구려 와인이 아니다.

Wine basics 6 음식과 와인의 궁합에서 자유로워 져라

페어링, 마리아주로 표방되는 와인과 음식의 조화 따지기는 사실 전문가들의 분야다. 편한 식사자리에 이런 조화를 너무 고려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특히 싸고 대중적인 와인을 즐겨 마신다면 ‘준비된 와인’이 곧 ‘준비된 조화’다. 와인 주산지에 가보라. 5달러(한국에서 1만 원 이상에 팔리는 테이블와인) 짜리 와인을 마시면서 음식 궁합을 따지는가.

Wine basics 7 개봉한 와인은 2~3일 정도 후에 마셔도 문제가 없다

한번 딴 와인은 앉은 자리에서 다 마셔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 힘과 맛을 잃어버리면 손해보는 와인, 즉 고가의 와인이 아니라면 2~3일 정도 뒀다 마셔도 무방하다. 특히 값이 싼 와인 중 떫고 신맛이 강한 와인이 많은 데, 이런 와인은 하루 정도 지나면서 부드러워지기도 한다.

종종 새로 딴 와인에서 곶감 냄새가 나는데, 이런 와인의 상당수는 먹을 시기가 지나 와인인 경우다. 그러나 오히려 맛이 순하고 여유롭다고 느낄 수 있다.

Wine basics 8 와인 장터가 다 쓸만한 것을 팔고 있는 건 아니다

요즘 와인 장터가 인기다. 수입업체의 재고 처리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와인은 ‘생물’이다. 위스키와 달리,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상품 가치를 잃는다. 팔아치우지 않으면 식초 값에 불과해진다. 구입할 땐 빨리 상하는 화이트 와인을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초보자라면 2년 이상된 빈티지는 피하는 게 좋다. 그 중 디저트 와인은 달기 때문에 잘 상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문제가 적다. 리슬이나 샤르도네, 게뷔르츠트라미너가 비교적 오래가는 품종이니 참고하자. 라벨이 손상되었다면 출시된 지 얼마 안된 와인을 집중공략하라. 더불어 라벨보다는 캡슐의 상태가 더 주용하다.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는 캡슐이 진득하게 병에 붙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살짝 돌려보아서 뻑뻑하다면 구입하지 않는 게 좋다. 레드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 쉬라, 네비올로, 템프라니뇨 등의 품종이 고려해볼 만하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