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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쇼핑의 한 달 동안 중국 제품 사용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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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2,254회 작성일 11-01-1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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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파동과 독구두 사건, 유럽 소파 사건, 독성 물질이 들어간 감기약 사건을 겪으며 불현듯 궁금해졌다. ‘중국 제품 없이 살 수 있을까?’, ‘내 물건 중 중국산이 얼마나 될까?’ 결국 한 달간 중국 제품과 나를 분리해서 생활해보기로 했다.


중국에서 제조되는 제품이 전 세계를 잠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과 10년이 채 안 된 것 같다. 그동안 기생충 김치, 납이 든 꽃게 등은 장난에 불과했다. 멜라민 분유로 아기들이 죽었고, 지구 상의 어떤 나라에서는 중국산 감기약을 먹고 100여 명이 사망했다고도 한다. 유럽 전역에서는 중국산 소파로 피부 질환을 호소했고, 이탈리아에서는 독성물질이 들어간 구두, 일명 ‘독구두’로 시끄러웠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야 했다. 너도 나도 중국에 공장을 건설할 때부터, 너도 나도 싼 중국산 제품을 들여올 때부터,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너나 할 것 없이 중국 제품을 살 때부터. 나 역시 눈 질끈 감고 중국 제품을 많이 사용했다. 왜냐? 이유는 하나다. 싸기 때문에.

문득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내가 가진 물건 중 중국 물건이 얼마나 될까?’ 이것도 궁금해졌다. 결국 한 달간 중국 제품과 나를 분리해서 생활해보기로 했다. 중국산 제품 불매운동은 아니다. 다만 한 달 동안 중국 제품을 쓰지 않으면서 그동안 나의 삶에 중국산이 얼마나 침투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내가 가진 중국산은 얼마나 될까?
● 옷_ 용돈 중 옷값이 가장 아까운 나는 옷을 구입할 때 주로 할인 상품이나 중저가 브랜드를 선호하는 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쇼핑은 ‘좋은 물건’이 아니라 ‘가격 대비 괜찮은 물건’이다. “어머! 이 카디건 만원밖에 안 하는데, 도톰하고 디자인이 예쁘네.” 그러면 그냥 사는 거다. 물론 이렇게 사들인 옷들은 옷장에 처박히기 일쑤지만. 그래도 내가 입고 다니는 옷들은 “이거 얼마 주고 샀어”라고 하면 대부분 “야~ 정말 잘 샀다. 어디서 샀어?”라고 되묻는 옷들이었다. 작정하고 모든 옷을 옷장에서 꺼내 라벨을 확인해보았다.

‘Made in China’, ‘Made in China’, ‘Made in China’, ‘Made in China’….
역시 그랬다. 가격 대비 괜찮은 물건은 모조리 중국산이었다. 물건도 좋고 가격도 싸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된다. 물건이 싸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 신발_ 옷을 확인하고 보니 이번에는 신발이 찜찜했다. 이탈리아에서 독구두가 발견됐으니 꼭 확인해볼 만한 아이템이었다. 인터넷에서 단돈 4만원에 구입한 S제화 샌들. “어머 웬 횡제야” 하고 장바구니도 거치지 않고 ‘바로 구매’ 버튼을 눌렀던 제품이다. 살짝 고무냄새가 나고 에나멜이 약간 벗겨지긴 했으나 그래도 S제화가 아니던가! 역시 공짜가 없듯 횡재도 없었다. 떡하니 새겨져 있는 ‘Made in China’.

● 기타_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럭셔리한 보석상자, 아는 교수님이 유럽 여행길에 사다 주신 선물이다. 바닥을 확인해보았다. ‘Made in China’. 얼마 전부터 1회용 컵 대신 사용했던 T사 텀블러 ‘Made in Korea’ 야호! 드디어 찾았다. 인터넷 최저가로 구입한 P사 똑딱이 카메라 ‘일본제(한글로 써 있었다)’, 지금 두드리고 있는 키보드 자판 ‘Made in China’, USB 허브 ‘중국(역시 한글)’… 이것저것 살펴보니 최근 구입한 물건 중 상당수가 ‘Made in China’였다.


Episode● 01 쇼핑
중국산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뒤 첫 번째 쇼핑을 나섰다. 쇼핑 패턴을 바꿔야 했다.
맘에 드는 옷이 보인다 → 가격을 본다 → 라벨을 확인한다 → 중국산이다? 아니다? → 맞으면 내려놓는다.
일일이 라벨을 뒤집어보는 일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게다가 라벨을 보고 있으면 점원이 “사이즈 몇 찾으세요? 손님에게 맞는 거예요”라고 참견하곤 했다. 그리고 희망보다 절망이 더 컸다. 정말 가격 좋고 맘에 드는 옷은 전부(아니 90% 정도?) 중국산이었다. 그러면서 대충 감이 오기 시작했다. 저렴한 가격, 괜찮은 디자인을 내세운 어떤 브랜드는 100% 중국산이었고, 고급스러운 이미지, 비교적 고가의 브랜드의 경우 매장에 걸려 있는 옷은 모두 국내 제작, 매대(세일 상품)에 나온 제품은 거의 중국산이었다.

저렴하면서도 디자인이 그저 그런 어떤 브랜드는 100% 국내 제작이었다. 평소에 눈길도 주지 않던 브랜드였는데 왠지 대단해 보였다. 매대에 나온 물건 중 만원짜리 카디건 역시 ‘Made in Korea’였다. 결국 이날 나는 5시간 동안 돌아다니다가 만원짜리 카디건 하나를 샀다. 사실 맘에 쏙 드는 아이템이 있었다. 펄감이 있는 네이비 컬러의 반코트였는데, 10만원이 안 되는 착한 가격까지 딱 맘에 들었다. 그런데 역시 ‘Made in China’. 옆에서 동생은 그냥 사라고 했지만 꾹 참기로 했다.


Episode● 02 음식
강원도 속초로 출장을 갔다. 평소 회를 즐기지 않지만 왠지 속초에서는 꼭 회를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북적대는 대포항으로 차를 돌렸다. 주말이라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여기저기에서 회를 싸게 준다고 하며 호객 행위를 했다. 살아 있는 물고기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결국 한 곳에서 주인아주머니와 흥정을 시작했다. “한 바구니에 3만원 줄게. 오징어도 한 마리 껴서.”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이건 얼마예요?”

아주머니 얼굴이 조금 복잡해졌다. “그건… 자연산이라 비싸. 그거 하나에 3만원인데, 줄까?” 그렇다면 다른 물고기들은 자연산이 아니라는 말? 당연히 항구에서 파니까 그곳에서 잡아서 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가게 표지판 아래에 작게 표기된 내용이 보였다. 광어: 국내산, 우럭: 중국산… 헉! 항구에서 파는 물고기 중에도 중국산이 있었다. 산 아래서 파는 밤이 중국산이듯이, 항구 앞에서 파는 물고기 역시 중국산이었다. 그날 우리 일행은 한 마리에 3만원짜리 자연산 쥐돔(이라고 주장하는 물고기)을 먹었다.


Episode● 03 장난감

이제 20개월이 된 귀염둥이 조카에게 줄 선물을 사러 팬시점에 갔다. 업고 놀 수 있는 인형이나 쇼핑 카트, 장난감 바이올린 같은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웬걸! 하나같이 중국산이었다. 아이들 장난감처럼 중국제가 많은 것도 없었다. 얼마 전 문제가 되었던 ‘토마스와 친구들’과 같이 유명 브랜드의 장난감도 모두 중국산이었다. 오히려 국내 제작 장난감이 있으면 큰 글씨로 ‘국내 생산’이라는 라벨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을 정도였다. 국내 생산이 희귀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결국 나는 이날 귀염둥이 조카 선물을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


체험을 마치며…
중국 제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뒤 입을 옷이 없었다. 쇼핑으로 구입한 카디건 하나와 몇몇 옷은 라벨이 아예 없어 혼자서 국산이라고 생각하는 보세 옷들, 아주 드물게 ‘Made in Korea’가 붙어 있는 옷들을 입고 한 달을 살았다. 가장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유명 브랜드 상품 중에는 원산지 표시가 없는 제품도 있었다. 그래도 결론은 ‘국산’은 비쌌다.

사실 음식은 중국산인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식당의 경우, 양념은 중국산일 수 있지만 ‘김치: 국내산(배추)’ 이렇게 써 있는 곳은 그나마 낫다. 원산지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쇠고기만 표기한다. 조금 더 배려하는 곳이 김치하고 밥의 경우까지다. 채소, 양념, 밑반찬 재료 등의 원산지는 전혀 알 길이 없다.

사실 내가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들 중에서도 중국산은 존재할 것이다. 컴퓨터 주변 제품의 경우 중국산이 많을 것이고, 유명 브랜드 제품도 알고 보면 OEM인 경우가 많다. 경제적인 상황을 생각하면 중국산에 손이 가게 된다. 한 달 동안이라 평소보다 안 사고, 안 써도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평생 중국산을 안 쓰고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에는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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