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와인 따로 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yale 댓글 0건 조회 1,217회 작성일 11-05-12 22:57
본문
‘와인 이름’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불현듯 사고로 인해 두 여자의 영혼이 바뀌어버리는 허무맹랑한 스토리의 드라마가 떠오른다. 극 중 여주인공은 자신의 겉모습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지인에게 알리기 위해 때론 코믹하게, 때론 매우 심각하게 자신을 증명해나간다. 옛 애인을 만났을 때에도 둘이 함께 좋아하던 와인이라며 웬만한 사람은 기억하기 힘든 와인 이름을 읊어대면서 말이다. 와인의 쉽지 않은 이름 덕에 옛 사랑과의 재회를 돕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기도 하고, 비즈니스 자리에서는 어쭙잖은 생색도 낼 수 있다. 하지만 와인은 엄청난 종류에 한 번 질리고, 익숙지 않은 이름에 두 번 질린다는 말처럼 이름이 어려워 다가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와인을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난해하고 긴 와인 이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계적으로 판매율이 높은 와인은 품질과 맛이 뛰어난 와인 외에도 이름이 쉽거나 기억하기 쉬운 동물로 표현된 것들이 많아, 와인업계에서는 와인 이름을 쉽고 명확하게 지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5월 론칭한 하라스 데 피르케 와인의 경우에는 에쿠스(Equus), 캐릭터(Character), 엘레강스(Elegance) 등 친숙한 단어를 사용해 소비자에게 보다 쉽게 접근하고 있다. 하라스 데 피르케는 칠레에서 와인을 생산한 지 10년 남짓 된 신생 가문이지만, 700년 전통의 이탈리아 와인 명가 안티노리사와 합작하면서 안티노리사의 전통 기술과 신생 가문의 신선한 감각이 결합해 베스트셀링 상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름이 몇 글자인지도 마케팅과 중요한 연관성을 갖는다. 의사봉도 세 번 두드려야 가결이 선포되며, 만세도 삼창을 좋아하고, 내기를 해도 삼세번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정서 덕에 3음절로 된 단어를 훨씬 잘 기억한다는 것이다. 국내 와인 대중화에 교두보 역할을 한 ‘몬테스(Montes)’ 역시 입에 착 붙는 3음절의 이름이 큰 몫을 했다. 한국인의 입에 잘 맞는 묵직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으면서 이름까지 외우기 쉬우니, 올 상반기에만 7000상자(상자당 12병)가 판매됐다는 게 있을 법한 얘기다.
화이트 진판델로 국내 여성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베린저(Beringer)’도 쉬운 이름 덕을 톡톡히 봤으며, 이탈리아 와인 ‘키안티(Chianti)’도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Vino Nobile di Montepulciano)’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처럼 가격이나 맛이 비슷한 와인에 비해 훨씬 빨리 대중화된 게 사실이다. 90년대 초 와인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었던 ‘샤토 탈보(Cha^teau Talbot)’는 ‘최대 4음절을 넘지 마라’는 수입업체들 간의 우스갯소리를 탄생시켰을 만큼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이른바 ‘작업용 와인’으로 알려진 ‘빌라 M’은 ‘빌라 모스카텔(Villa Moscatel)’이라는 정식 이름이 발음상 어렵고 투박해 개명을 한 것인데, 개명 후 기억하기 쉬운 와인으로 놀라운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호주 와인 중에는 이름에 숫자를 사용한 경우도 있다. 빈 111, 빈 222, 빈 333, 빈 444, 빈 555 등 숫자만 기억하면 되는 빈(Bin) 시리즈는 현재 호주를 대표하는 와인 회사 ‘윈담 에스테이트’, ‘펜폴즈’, ‘린더만’ 등에서 모두 보유하고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