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장례식 아름다운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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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748회 작성일 11-03-19 14:18본문
죽음을 새로운 여행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에게 장례는 애통의 장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떠나는 이를 위해 벌이는 환송 잔치다. 비통한 눈물 대신 힙합 뮤직과 시 낭송, 춤 경연이 벌어지는 유쾌하고 행복한 장례식이 조금씩 전파되고 있다.
‘폭풍처럼 살다 파도처럼 쉬이 가버린 사람이여, 아름다운 여행 하시라.’ 2006년 2월 ‘예술 거인’ 백남준 씨가 세상을 떠나갔을 때,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 조문객들은 이 마음을 담아 자신의 넥타이를 잘랐다. “삼촌은 무거운 걸 싫어해서 친구들 장례식에도 잘 가지 않았고, 본인의 장례식도 원치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 고인을 가벼운 맘으로 보내기 위해 마지막 퍼포먼스를 벌여봅시다.” 백남준 씨의 조카(백남준 스튜디오 매니저이기도 한) 켄 백 하쿠타 씨가 제안하자 오노 요코가 하쿠타의 넥타이를 자르는 것을 시작으로 옆 사람의 넥타이를 자르는 ‘이색 퍼포먼스’가 연출된 것이다. ‘보이스 추모굿’(자신의 예술적 쌍둥이라고 불린 요셉 보이스가 사망했을 때 갓과 보이스의 펠트 모자를 태우며 백남준 씨가 벌인 퍼포먼스)으로 친구를 떠나보냈던 이 예술가는 또 다른 친구들이 선사한 넥타이 조각 사이에서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왜 그렇게 가버렸냐’는 산 자의 애통함도 원망도 없이, 미소 지으며 보내는 장례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문익환 목사는 어머니 김신묵 여사의 영전을 앞에 두고 고은 시인과 손을 맞잡고 춤을 추었다.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 스님은 춘성 선사의 장례식장에서 그분이 평소 즐겨 부르던 ‘나그네 설움’을 한가락 뽑은 다음 상갓집을 ‘전국 선승 노래자랑 대회’와 춤판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미국 손해보험회사 ‘뢰스’의 경영주 로버트 티슈는 자신의 장례식을 생전에 파티 플래너에게 부탁했는데, 골프장 18번 홀에서 친지들이 드라이브 샷을 날리며 골프광이었던 고인을 기억하도록 했다. 약물 과용으로 사망한 <브로크백 마운틴>의 스타 히스 레저의 장례식은 고향 바닷가에서 열렸는데 약혼녀, 유족, 친구가 모여 바다에 뛰어드는 의식으로 마무리되었다. 범부들의 장례식에서도 통곡 대신 펑키 힙합 뮤직과 춤, 자녀들의 시 낭송, 장기자랑이 벌어지는 유쾌한 풍경을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산 정상에서 디스코 파티를 겸한 장례식을 부탁한 이도, 아버지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던 바로 그 길에 유해를 뿌리길 원하는 가족도 있다. 죽음을 새로운 여행으로 받아들인 이들에게 장례는 더 이상 애통의 장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떠나는 이를 위한 환송 잔치인 것이다.
장례식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이 담길 관에도 비통의 기운을 걷어내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요즘 영국에서는 고인이 한 맺힐 만큼 좋아한 물건이나 기억해야 할 물건을 본떠 관으로 제작하고 있다. 가정 안전 사고로 숨진 10대 소년을 위해 가족이 주문한 기타 모양의 관, 건축 도급업자가 주문한 쓰레기 컨테이너 모양의 관, 운하 보트를 좋아하는 노부부가 주문한 보트 모양의 관이 바로 그것이다. ‘빅 펀 앤드 컴퍼니Vic Fearn and Company’(www.crazycoffins.co.uk)라는 회사에서 제작하는데, 2주 정도 제작 기간이 걸리고 가격이 최고 4만 파운드(한화 7천4백여만 원)나 되는 고가의 관이다. 하지만 이런 관이 고인을 구체적으로 추억할 수 있는 매개이자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상징이 되면서 그 인기는 상종가를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 100% 재활용 강화 종이로 관을 만드는 회사도 등장했다.
가는 자, 보내는 자 모두 환희로워지기 위해 자연친화적인 장묘법을 택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검을 화장한 뒤 유골을 나무뿌리에 묻는 수목장樹木葬이 대표적인데, 사람이 자연으로 돌아가 영혼이 숲 속에 머물게 된다면 유족의 마음도 고인과 함께 머물 수 있게 된다. 수목장림이나 지정된 숲에서 선정한 나무가 장목葬木이 되는데, 이 나무가 곧 추모목이자 묘비다. 우리나라에서도 고 김장수 고려대 농대 교수가 양평에 있는 고려대 농업연습림의 참나무 아래에 수목장 형식으로 묻히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 수목장이 법적으로도 허용되었다. 이 밖에도 주검을 영하 18℃에서 냉동하고 영하 196 ℃로 액상 질소 처리해 mm 크기로 분쇄한 다음 흙에 묻는 ‘빙장법’도 소개되었다. 이는 유해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가장 자연친화적인 장묘법으로 손꼽히고 있다. 유골분을 특수 캡슐에 담아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리는 ‘우주장’도 미국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 줌 가벼운 먼지로 남아 자연을,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 바로 웰다잉의 완성이다. 당신은 죽어 무얼 어디에 어떻게 남기겠는가.
‘폭풍처럼 살다 파도처럼 쉬이 가버린 사람이여, 아름다운 여행 하시라.’ 2006년 2월 ‘예술 거인’ 백남준 씨가 세상을 떠나갔을 때,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 조문객들은 이 마음을 담아 자신의 넥타이를 잘랐다. “삼촌은 무거운 걸 싫어해서 친구들 장례식에도 잘 가지 않았고, 본인의 장례식도 원치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 고인을 가벼운 맘으로 보내기 위해 마지막 퍼포먼스를 벌여봅시다.” 백남준 씨의 조카(백남준 스튜디오 매니저이기도 한) 켄 백 하쿠타 씨가 제안하자 오노 요코가 하쿠타의 넥타이를 자르는 것을 시작으로 옆 사람의 넥타이를 자르는 ‘이색 퍼포먼스’가 연출된 것이다. ‘보이스 추모굿’(자신의 예술적 쌍둥이라고 불린 요셉 보이스가 사망했을 때 갓과 보이스의 펠트 모자를 태우며 백남준 씨가 벌인 퍼포먼스)으로 친구를 떠나보냈던 이 예술가는 또 다른 친구들이 선사한 넥타이 조각 사이에서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왜 그렇게 가버렸냐’는 산 자의 애통함도 원망도 없이, 미소 지으며 보내는 장례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문익환 목사는 어머니 김신묵 여사의 영전을 앞에 두고 고은 시인과 손을 맞잡고 춤을 추었다.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 스님은 춘성 선사의 장례식장에서 그분이 평소 즐겨 부르던 ‘나그네 설움’을 한가락 뽑은 다음 상갓집을 ‘전국 선승 노래자랑 대회’와 춤판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미국 손해보험회사 ‘뢰스’의 경영주 로버트 티슈는 자신의 장례식을 생전에 파티 플래너에게 부탁했는데, 골프장 18번 홀에서 친지들이 드라이브 샷을 날리며 골프광이었던 고인을 기억하도록 했다. 약물 과용으로 사망한 <브로크백 마운틴>의 스타 히스 레저의 장례식은 고향 바닷가에서 열렸는데 약혼녀, 유족, 친구가 모여 바다에 뛰어드는 의식으로 마무리되었다. 범부들의 장례식에서도 통곡 대신 펑키 힙합 뮤직과 춤, 자녀들의 시 낭송, 장기자랑이 벌어지는 유쾌한 풍경을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산 정상에서 디스코 파티를 겸한 장례식을 부탁한 이도, 아버지가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던 바로 그 길에 유해를 뿌리길 원하는 가족도 있다. 죽음을 새로운 여행으로 받아들인 이들에게 장례는 더 이상 애통의 장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떠나는 이를 위한 환송 잔치인 것이다.
장례식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이 담길 관에도 비통의 기운을 걷어내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요즘 영국에서는 고인이 한 맺힐 만큼 좋아한 물건이나 기억해야 할 물건을 본떠 관으로 제작하고 있다. 가정 안전 사고로 숨진 10대 소년을 위해 가족이 주문한 기타 모양의 관, 건축 도급업자가 주문한 쓰레기 컨테이너 모양의 관, 운하 보트를 좋아하는 노부부가 주문한 보트 모양의 관이 바로 그것이다. ‘빅 펀 앤드 컴퍼니Vic Fearn and Company’(www.crazycoffins.co.uk)라는 회사에서 제작하는데, 2주 정도 제작 기간이 걸리고 가격이 최고 4만 파운드(한화 7천4백여만 원)나 되는 고가의 관이다. 하지만 이런 관이 고인을 구체적으로 추억할 수 있는 매개이자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상징이 되면서 그 인기는 상종가를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 100% 재활용 강화 종이로 관을 만드는 회사도 등장했다.
가는 자, 보내는 자 모두 환희로워지기 위해 자연친화적인 장묘법을 택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검을 화장한 뒤 유골을 나무뿌리에 묻는 수목장樹木葬이 대표적인데, 사람이 자연으로 돌아가 영혼이 숲 속에 머물게 된다면 유족의 마음도 고인과 함께 머물 수 있게 된다. 수목장림이나 지정된 숲에서 선정한 나무가 장목葬木이 되는데, 이 나무가 곧 추모목이자 묘비다. 우리나라에서도 고 김장수 고려대 농대 교수가 양평에 있는 고려대 농업연습림의 참나무 아래에 수목장 형식으로 묻히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 수목장이 법적으로도 허용되었다. 이 밖에도 주검을 영하 18℃에서 냉동하고 영하 196 ℃로 액상 질소 처리해 mm 크기로 분쇄한 다음 흙에 묻는 ‘빙장법’도 소개되었다. 이는 유해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가장 자연친화적인 장묘법으로 손꼽히고 있다. 유골분을 특수 캡슐에 담아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리는 ‘우주장’도 미국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 줌 가벼운 먼지로 남아 자연을,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 바로 웰다잉의 완성이다. 당신은 죽어 무얼 어디에 어떻게 남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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