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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인스펙션 이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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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아풀 댓글 0건 조회 2,054회 작성일 12-05-0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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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다녀왔다. 조용한 미국에 살다가 오랜만에 한국을 가면 급변하는 변화가 더 잘 보인다. 건축가로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국의 건물들이다. 빈 땅엔 여지없이 또 다른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고 옛날 소박한 건물 대신에 화려한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같은 업종의 외식업체나 커피숍들이 불과 몇 걸음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위치해 있다는 점도 신기했다. 인구 고밀도와 창업 열풍이 불러 일으킨 모습이리라.
예전에는 한국에 가면 미국의 어떤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왔는지를 보곤 했는데 이제는 거꾸로 미국에 한국의 어떤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되니 참으로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베이커리 브랜드가 당당히 미국 주류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도, 한국의 프로즌 요거트 열풍이 미국으로 이어지는 모습도 한국인으로서 뿌듯한 일이다.
그런데 한국의 외식 브랜드들이 미국에 진출하면서 어려워하는 점이 있다. 한국과는 여러가지로 다른 미국의 다양한 제도와 시스템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점포를 내기 위해 실내를 꾸밀 때 인테리어 도면 허가를 받지 않는다. 말하자면 미국에 있는 인스펙션이라는 제도가 한국엔 없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건축 법규상 500달러 이상의 비용이 드는 리모델링 공사나 인테리어 공사는 도면허가를 받아야 한다. 거의 웬만한 공사를 하게 될 경우에는 허가를 받으라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인테리어 업체에서 설계와 시공을 같이 하지만 미국에서는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설계를 하고 시공사에서 공사를 하는 것도 다르다. 점포를 오픈하기까지 소요되는 프로젝트 기간도 시에서 도면 허가를 받는 시간과 공사중 인스펙션을 받는 시간을 포함하면 미국이 한국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한국의 시스템에 익숙한 한국 업체들이 미국에 오면 이러한 절차를 매우 답답해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건축법규라는 것은 그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다. 건축법규라는 것을 잘 살펴보면 그 근간은 화재가 났을 때 사람들이 피난하는데 문제가 없는지 지진이 났을 때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지 사람들이 건강하게 거주하는데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다.
한국과 많은 차이가 있는 미국 건축법규 중에 장애인을 위한 코드도 있다. 이 또한 사회적으로 약자인 장애인들을 공평하게 대한다는 휴머니즘이 바탕이면서 장애인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려는 미국적 시스템의 일부이다.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 건축 법규가 존재하고 도면허가나 인스펙션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알면 미국의 이런 절차들이 더 이상 불필요하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좀 더 안전하고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 주는 '시스템'에 고마워해야 겠다.
한선정<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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