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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이겨줬더니 "변호사비 못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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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아풀 댓글 0건 조회 1,790회 작성일 12-05-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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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변의 법창일화
 
배은망덕이 무슨 뜻인지는 다들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변호사는 돈밖에 모르고 냉혈하며 악질인 허가 낸 강도라고 욕을 먹는 경우가 많지만 열심히  자기 자신의 일 것처럼 (아니 변호사가 일을 맡으면 실제 자기 자신의 일이 됩니다) 사건 의뢰인의 이익과 권리만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도 많습니다. 
오히려 정말 hired gun 처럼 일을 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서는 그렇게 욕을 먹는 경우가 있지요. 하지만 이 경우는 사실 변호사에 대한 칭찬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변호사가 상대방에게까지 사랑을 베풀거나,  의뢰인의 재산을 나눠 주라고 고용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한다면 변호사의 존재 이유가 없어 지겠지요.  다만, 진정으로 의뢰인의 이익과 권리를 생각해서, 더 큰 이익을 위해서, 더 큰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작은 양보,   작은 손실을 의뢰인에게 권할 수는 있겠지요.  오늘은,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해 주었더니 어려워서 변호사를 찾은 때는 까맣게 잊어 버리고, 사건 끝나고 나서는,  오히려 변호사비 돌려 달라는 배은망덕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곳 동포 분 중에 한일합방에 앞장섰던 을사5적 중의 한 사람의 후손이 살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자금이 필요해서 이 분이 돈을 꾸었습니다.  매달 일정액을 갚기로 하였는데 못 갚게 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돈을 꾸어 준 사람이 소송을 시작했고 어떤 회계사 분의 소개로 저에게 사건 방어를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방어의 근거는 있었습니다.  미지불에 대한 유예기간이 있었는데 이 기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먼저 소송을 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직 계약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고 소송이 너무 이르다(premature)는 항변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를 이유로 상대방 변호사에게 기각을 종용했지만 상대방 변호사는 그냥 무시를 하더군요.  그래서 중간에 합의를 못 보고 마침내 재판날이 되었습니다. 재판은 태평양이  내려다 보이는,  레돈도 비치의 마치 시골 어촌같은 2층 짜리 목조 건물 법정에서 열렸습니다. 
그런데 판사가 다른 사건 일정 때문에 토런스의 메인 법정으로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원고측 증인, 원고측 변호사, 피고측 증인, 나 이렇게 한 무리가 우루루 토런스로 옮겨 갔는데 재판을 해 줄 판사가 또 상대방 변호사와 관련이 있는 판사였습니다. 께름칙해서 판사 기피 신청을 했더니 이젠 또 재판을 해 줄 판사가 그 법원에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레돈도 비치 법정에 통보를 했더니 할 수 없다며 원래 담당 판사가 해야 겠다고 해서 또 다시 레돈도 비치로 되돌아 갔습니다. 
그런데 재판은 의외로 싱겁게 증인의 증언을 다 들을 필요도 없이 도중에 끝이 났습니다.  원고 측 증언을 얼마 쯤 듣고 있던 판사가, 우리가 처음부터 주장했던대로,  유예기간이 남아서 아직은 계약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나머지는 재판을 더 진행할 필요없이 중단하고 피고 승소 판결을 거기서 내렸습니다.  의뢰인과 저는 좋아하며 법원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이 의뢰인으로부터 한 장의 편지가 왔습니다. 빨리 끝낼 수 있는 사건을 질질 끌다가 재판까지 가게 했으므로 괜히 변호사 비용만 많이 들어 갔다. 그러니 변호사 비를 환불해라.  기가 막혔습니다.  그리고 분노했습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 선하다고 믿고 있었었는데 감사는 커녕 이럴 수가 있는지. 이렇게 사람이 근본적으로 악한 존재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는 일부러 질질 끌려고 했느냐. 일찍 끝낼 수가 없는 사건이었다. 오히려 상대방에서 상대방의 승소로 일찍 끝내자고 하는 약식 승소 판결 신청을 해 와서 그걸 막느라고 새벽 3시까지 시간에 쫓기며 반대 서류 준비했다.  당신은 참 배은망덕이고 적반하장이다. 그런 내용의 장문의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밀린 제 변호사비 완불을 요구했습니다 (그때까지도 제 변호사 비를 다 갚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대답은 없었고 그는 오히려 변호사 비 환불하라는 소액 재판 청구와 함께 저를 변호사 협회에 고발했습니다. 저는 즉시,  남은 제 변호사 비를 청구하는 소액 재판 청구를 역으로 했습니다.  변호사 협회에서는 물론 무혐의로 처리했고 그가 청구한 소액 청구심에서는 제가 이겼고 제가 청구한 소액 청구심에서도 제가 이겨 결국 제 변호사 비는 다 받아 내었습니다 (그 분은 비겁하게도 관할 지역이 아닌 자신의 동네 법원에 저를 오게 했고 나는 원래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청구를 하였으므로,  2군데 법원을 오가며 재판을 했습니다) .
이 경우처럼 참 사람이란 못 믿을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완벽하게 자기의 중심에서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영어 표현으로는 true believer라고 하지요.  상대방이나 남의 입장에서는 전혀 생각이 미치지 않는 사람말입니다. 이 분은 진정으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남은 변호사 비 깎자고 강공을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일 이후 사람의 성선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분은 그 이후에도 안 좋은 일로 이곳 현지 한국 신문에 오르내리더군요. 물론 제 동정을 사지는 못했죠. 사람을 믿어서는 아니 되는 것인지 참 기분 나쁜 케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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