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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된 녀석들


 

부자들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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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inceton 댓글 0건 조회 1,461회 작성일 10-08-1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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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개인과 기업의 재산은 적법하게 상속돼 왔다. 부의 세습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세습된 부의 풍경은 바뀌어왔다.
서울 성북동이나 한남동은 전통적인 부촌이었다. 이 부촌의 특징은 고립성과 폐쇄성이었다. 부는 드러내지 않아야할 가치였다. 70년대 강남개발과 함께 압구정동에 부촌이 들어섰다. 압구정동은 명동을 옮겨다 놓은듯 했지만, 주민들이 인접 상업권과 생활로 연결되는 소비문화를 만들어냈다.
90년대 들어서는 청담동에 새로운 부촌이 건설됐다. 아파트가 아니라 단독주택의 품격을 좋아하는 부자들의 마을이 들어섰다. 청담동은 압구정동의 번잡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벗어나 세련된 고급소비문화 중심지가 되었다. ‘청담동’이라는 마을 이름은 이제는 거대 브랜드다. 부는 마음놓고 드러내도 좋은 가치로 바뀌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생활양식과 패션이 부의 새로운 풍경을 주도해 나갔다.
시가 20억원 이상의 고급주택과 빌라들이 들어선 주택가 앞 거리에는 세계 최고급 명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청담동 부의 풍경은 패션화되고 살롱화되어 간다. 고급 레스토랑 변기에는 물위에 빨간 단풍잎이 떠있다. 레스토랑이나 카페의 식탁은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차린다. 요리사가 아니라 요리를 식탁 위에 펼쳐놓는 전문가다. 음식 색깔과 향기, 그릇 배치, 테이블보 무늬, 조명 질감, 주변 장식과의 조화 등을 고려해 음식을 펼친다. 식탁은 조형예술로 변한다. 프랑스에서 몇년간 유학하고 와야만 청담동의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될 수 있다.
단 1종의 명품만으로도 청담동에서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파티를 열 수 있다. ‘프랭크 뮬러’는 최고급 시계 브랜드다. 시계 1개가 2천만~1억원이다. 지난달 중순, 청담동에서는 ‘프랭크 뮬러’ 판촉 파티가 열렸다. 레스토랑에서 열린 이 파티에는 3백여명의 미녀와 신사들이 모였다. 돈은 받지 않는다. 초청된 사람들만 올 수 있는 ‘프라이빗 파티’였다.
부자들은 때때로 실내악 파티를 연다. 자녀들이 모두 악기를 다룰 줄 알아서 몇 가족만 모이면 실내악을 구성할 수 있다.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혼맥이 생기기도 한다. 청담동 부자들은 세습부자들도 있지만, 당대에 부를 축적한 전문직업인들도 많다. 어느 경우에나 그들의 부는 상속과 교육과 친교와 정보의 힘에 업혀서 세습된다.
파티가 자주 열리면서 인맥이 결성되고 정보가 유통된다. 자녀들끼리 고급 명품을 선물로 주고받아 문화적 감성의 동질성을 유지해나간다. 부는 풍속 속에서 자연스럽게 세습된다. 재산과 문화가 함께 세습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전이 막바지 열기를 뿜던 와중에도 청담동 레스토랑은 손님들로 붐볐다. 청담동에서 10여년을 살아온 디자이너 김아무개(42)씨는 “청담동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정치이야기를 거의 않는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이미 확보한 부의 기득권을 침해할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그들에게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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