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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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inceton 댓글 0건 조회 1,873회 작성일 10-08-12 13:10본문
어느 사회에서나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소수다. 소수만이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에서 ‘빽’ 하나 없는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맨주먹으로 승리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 같지만, 부자들이 지닌 습관을 따라해보면 답이 있을 것도 같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지만 부자들은 무엇보다 부지런하다. 운동을 하든 일을 하든 이들은 새벽 시간을 잘 활용한다. 아무래도 아침 시간은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데 사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녁 시간이 바쁜 사람들은 대개 소비하는 데 몰두한다. 따라서 어느 시간대가 바쁘냐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는지 아닌지가 엇갈린다.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논설위원은 아침 6시와 7시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다. 경제 현안을 날카롭게 분석해주는 그는 이 바닥에서 상당히 인기있는 논객이다. 그는 “방송이 나가면 청취자들로부터 ‘잘 들었다’며 전화가 오는데, 재미있는 것은 시간대별로 전화 거는 사람들의 직위가 다르다는 점”이라고 했다.
아침 6시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주로 기업의 CEO나 임원들인데 비해 7시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부장급이 대다수라는 것. 직위에 따라 아침 출근 시간부터가 다른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는 게 고루한 옛말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하면 모두 부자가 될 수 있을까. 하나은행 김희철 팀장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도 왜 부자가 못 됐을까요. 여기엔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저는 저와 상관없는 일이면 부지런하지 않습니다. 아예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부자들은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일에도 호기심을 갖고 얘기를 잘 듣습니다. 그리고는 속으로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라고 마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가동하듯 생각을 굴립니다. 이 차이는 상당합니다. 당장 돈이 있든 없든 정보에 가치가 더해집니다. 부자들은 당장 호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남의 돈을 꿔서 투자를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라도 돈 되는 정보를 줍니다. 그러니 부자 주변에선 반드시 누군가가 돈을 벌고 있는 셈이죠. ‘돈은 항상 부자 주위에 있다’고 할까요.”
‘참을성’이야말로 부자들의 중요한 돈 관리 노하우 가운데 하나다. 봉급쟁이가 부자가 되는 가장 그럴듯한 방법은 직장생활 초기부터 월급의 50∼60%를 참을성 있게 저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5년 이상 모으면 한 단계 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아무리 좋은 사냥감이라도 총이 없으면 그림의 떡이듯 우선 초기에는 돈을 많이 모아야 한다.
주식투자에서도 역시 많은 전문가들은 기다림의 미덕을 찬양한다. 특히 유동성 장세에선 아무 종목이나 사놓고 무던하게 기다리면 언젠가는 터진다는 것이다. 마치 폭풍이 한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듯 벌떼처럼 매수세가 몰린다는 얘기다. 반면 기다리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린 투자자들은 한번도 대박의 기회를 맞을 수 없다. 조급하면 항상 손해다.
최근 제일기획은 ‘미국엔 보보스(Bobos), 한국엔 코보스(Kobos)’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보스는 부르주아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미국의 새로운 상류계급. 이들은 30∼40대의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1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으며, 유행에 개의치 않는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자신만의 독특한 소비감각을 지닌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엘리트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한국에도 이런 계층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차이점과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코보스는 한국의 보보스인 셈이다. 코보스들은 어떻게 재산증식을 하고 있을까. 컨설턴트 조수근(31)씨는 “주식을 비롯한 여타의 재테크는 하지 않고 연봉으로 받는 돈 대부분을 저축한다”며 “주변에서 바보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처럼 코보스는 각종 고급 정보에서 앞서가는 사람들이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통해 과감하게 재산을 늘리기보다 안정적인 장기 투자를 선호한다. 특정 종목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필자는 얼마전 한 투자자문회사의 CEO를 만났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주식 얘기로 화제를 옮겼다. “주식으로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그는 “내가 그렇게 돈을 벌었어요”라며 비결을 들려줬다. 그는 지난해 1년 동안에만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린 능력 있는 금융전문가다.
10년 전인 1992년 그는 두 딸의 이름으로 SK텔레콤 주식을 샀다. 장차 시집 갈 때 밑천으로 쓰라는 뜻에서 당시 유아원에 다니던 두 딸을 위해 1000만원어치의 주식을 사줬다. 하필이면 SK텔레콤을 ‘콕’ 찍어 산 이유는 그저 “10년 뒤에도 괜찮을 것 같아서”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주식을 매입한 뒤 자신이 SK텔레콤 주식을 샀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그후 지금까지 그의 증권계좌에선 한번도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고 SK텔레콤 주식은 그대로 들어 있다. 10년 전에 산 1000만원어치의 주식은 스스로 몸을 불려 지금은 무려 10억원어치가 됐다. 한때는 20억원어치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그냥 내버려뒀다. 당시 그를 쫓아 SK텔레콤 주식을 산 동료들은 이미 주식을 팔아 상당한 이익을 남겼지만, 그가 번 만큼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내리는 시세판을 보면서 100배가 오르도록 배짱좋게 기다리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투자가 워런 버핏은 “10년쯤 보유하지 않을 주식이면 하루도 갖고 있지 말라”고 조언한 바 있다.
굿모닝증권(현 굿모닝신한증권) 티모시 매카시(51) 전 회장은 오랫동안 투자은행과 증권사에서 근무한 금융 전문가다. 매카시 전회장은 1999년 미국 최대의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 슈왑 사장으로 있다 굿모닝증권 회장으로 영입됐고, 신한증권과 굿모닝증권이 합병하면서 물러났다. 굿모닝증권 회장 시절 그는 한국 샐러리맨들을 만나면 “세 가지 주머니를 잘 챙기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생계자금 주머니, 오락용 주머니, 자산축적 주머니가 그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6개월치 생계자금을 은행에 넣어둡니다. 은행에선 낮은 금리를 주기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 돈을 넣어두는 게 아닙니다. 말 그대로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자금을 예치해두는 것입니다. 이 자금은 제 월급의 20% 정도를 차지합니다.
두번째 주머니는 오락용 주머니인데, 이는 제가 직접 주식거래를 하는 데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주식시장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위험도가 큰 만큼 수익도 크다는 게 매력이지만, 잃어도 본인의 재산에 타격을 받지 않을 정도로 투자해야 합니다. 월급의 10%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야말로 ‘오락용’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번 돈의 대부분을 넣어두는 주머니가 자산축적 주머니입니다. 자산축적이 목적이기 때문에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도를 낮춰야 합니다. 그리고 끈기있게 기다려야 합니다. 시간과 재산축적은 정비례하거든요. 투자는 하되 아예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재무설계사(financial planner)에게 제 월급의 70%를 맡겨둡니다. 아이들 양육비와 결혼자금, 은퇴한 뒤의 생활자금 등을 마련하는 게 목적이죠.”
그는 “한국의 직장인들은 첫번째와 두번째 주머니는 갖고 있는데, 정작 중요한 세번째 주머니는 없다”고 지적했다. 저축 아니면 주식투자라는 극단적인 수단만 있지, 그 중간쯤에 해당하는 장기간의 자금마련 계획이 없다는 것. 그는 “세번째 주머니는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만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금융권에는 부자들의 돈을 관리해주는 조직이 많다. 요즘 증권사나 은행에서 자주 볼 수 있는 PB(Private Banking)팀이나 VIP 전용 자산관리 조직 등이 그런 조직이다. 이들을 자주 찾는 사람들 중엔 60대들이 많다. 사회 일선에서 물러난 그들이 모아놓은 재산을 죽을 때까지 관리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에게 재산을 상속할 때 따르는 세금 문제는 60대 이상의 부자들에게 최대의 관심사다. 세금에 대해 준(準)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자랑하는 노인 부자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의 재산관리 노하우는 지극히 단순하다. 안전한 은행에 맡겨두고 최대한 돈을 안 쓰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로부터 배울 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30대에서 50대 사이에 부자가 된 사람들에게선 배울 것이 많다. 이들은 위험을 감수할 줄 알고, 정보를 활용할 줄 알며, 이에 덧붙여 창의력을 발휘해 돈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돈벼락을 맞은 졸부들이 아닌 진짜 부자들, 자신의 힘으로 재산을 모으고 관리하는 이들에겐 뭔가 다른 점이 있다.
오랫동안 고액자산가들에게 세무 컨설팅을 해온 삼성증권 류우홍 S&I클럽 팀장은 30대 부자와 40대 부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재미있는 설명을 한다.
우선 30대 부자들은 돈을 잘 쓰지 않는다. 남의 눈을 의식해서 외관도 검소하게 하고 다닌다. 이들의 비밀 모임에 나가보면 화려하게 놀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조촐하게 즐긴다. 차도 쏘나타급을 주로 탄다. 국세청으로부터 자금출처를 추궁당할까봐 걱정해서인 듯하다. 법에 저촉되는 일은 하지 않았지만, 지레 겁부터 먹는다고 할까.
하지만 40대 부자들은 다르다. 돈을 잘 쓴다. 차도 최고급을 타고, 식사도 호텔급 레스토랑에서 한다. 돈 쓰는 재미로 사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앞으로 돈을 쓸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또한 나이도 어느 정도 됐기 때문에 돈이 많다고 국세청 눈치를 볼 까닭도 없다.
류팀장에 따르면 30대와 40대 부자들은 돈을 번 방식에서도 차이점을 보여준다. 30대 부자들이 대개 주식으로 돈을 모았다면, 40대는 벤처기업을 일궈 돈을 모았다. 30대가 ‘한방’으로 거금을 끌어모았다면, 40대는 쓴맛을 보면서 부를 축적했다. 이렇듯 부를 축적한 방식이 다르다보니 30대와 40대는 재산 관리방법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30대는 웬만하면 자기 힘으로 돈을 관리한다. 금융 전문가들에게 재산을 맡길 때도 상당히 신중하다. 꼼꼼하게 따져보고 거래한다. 금융 컨설턴트들의 재산관리 제안을 받아들일 때도 다른 금융 전문가들에게 검토를 부탁한 뒤에야 수긍하고 인정한다. 그래서 이들은 재산을 관리하는 데 보수적이다.
이에 비해 40대 부자는 화통하다. 금융 전문가들이 절세방안에 대해 조언하면 군말없이 받아들인다. 사업을 일궈 부를 축적한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이처럼 전문가의 말을 믿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남의 능력을 이용할 줄 알고, 신뢰한다. 류팀장은 “40대는 거의 감으로 비즈니스의 타당성을 검토할 줄 안다”고 말한다.
그러나 40대는 처음엔 쉽게 받아들이지만 진행 과정은 세심하게 챙긴다. 이는 30대 부자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문가가 절세를 위해 빌딩을 짓는 방법을 제안하면 40대 부자는 그 자리에서 ‘OK’ 한다. 반면 30대는 꼼꼼하게 따지고 든다. 왜 평당 400만원의 건축비가 들어가는지, 왜 그 지역에 빌딩을 짓는지 일일이 따진다. 전문가가 제시한 절세 방안 보고서를 들고 또 다른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을 청한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평당 390만원의 건축비로 건물을 지어달라고 수정안을 제시한다.
여기서 30대와 40대 부자의 재산 관리방식이 달라진다. 40대는 제안을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좋다고 말하지만, 건축이 진행되는 중간 과정을 꼼꼼하게 살핀다. 그리고는 불쑥 “창문이 좋지 않다. 바꿔달라”고 한마디 툭 던진다. 그러면 공사를 진행하는 실무자들은 이 사람이 건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생각에 공사비 집행을 착실하게 한다. 제대로 평당 400만원짜리 공사를 한다는 얘기다.
30대는 그렇지 않다. 처음엔 빡빡하지만 일이 시작되면 헐거워진다. 이들은 속으로 ‘실무자들에게 전문가처럼 보였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이런 나에게 설마 부실공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이러다보면 공사 실무자들은 공사를 대충대충 한다. 평당 390만원짜리 공사를 실상 300만원짜리로 한다. 처음에 10만원 깎았던 것이 허사가 된 것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사업을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다. 40대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남의 도움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남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법도 안다. 그러나 30대는 자신의 힘으로 부를 축적했기 때문에 남의 도움을 받을 줄 모르고, 이용하는 데에도 서툴다.
‘성공하는 남자, 성공 못하는 남자’(마스이 사쿠라 지음, 럭스미디어)란 책에선 부자와 성공하는 사람의 공통점을 전해준다. 이들은 큰 병마에 시달렸다거나 근무하던 회사가 도산했다거나 큰 실수를 했다거나 경영하던 회사가 망한 적이 있는 등의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시련들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진정한 부자일수록 겸손하고 검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 증권사 PB팀장은 “30대 부자와 40대 부자는 여자관계에도 차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30대 부자는 정기적으로 섹스를 하는 여자가 두세 명 있다. 말하자면 ‘뜨거운 애인’을 곁에 둔다는 것. 그러나 술집을 다양하게 출입한다. 색다른 경험을 탐닉하며 여전히 ‘또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여자가 있다고 믿는다.
이에 비해 40대 부자는 정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여자가 거의 없다. 깊은 관계가 시작될 즈음에 관계를 정리한다. 술집은 자주 가는 곳이 서너 곳 정도 있지만, 여러 곳을 전전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가족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가정을 파괴할 정도로 애인을 만들지 않는다.
가정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가족끼리 서로 다른 주머니를 찬 경우는 50대 부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금융가 PB팀은 아무리 한가족이라도 남편과 아내의 계좌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남편과 아내가 같은 은행의 고객일 경우 실수로 은행 PB팀 직원들이 상대방의 재산 정도를 알려주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대부분은 부부싸움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나 몰래 계좌를 터서 돈을 숨겨왔다’는 것이 부부싸움의 기폭제 노릇을 한다.
‘creative’를 넘어 ‘crazy’로
대우증권 김선문 시저스클럽 지점장은 “자기 일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큰돈을 번다”며 “자신의 일로 돈을 벌었지, 재테크로 돈을 번 사람들은 소수”라고 얘기한다. 일에 열정이 있다보면 항상 남보다 앞서가게 된다. 앞서가다 보면 금광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김지점장의 부자론이다.
“자기 일에 대해 크리에이티브(Creative)를 넘어서 크레이지(Crazy)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제 고객 중에 꽃가게를 하는 분이 있습니다. 수수한 외양의 아주머닌데, 상당한 재력가입니다. 꽃을 너무 좋아해서 꽃 도매상을 시작했죠.
그런데 이 분이 1년에 한 번씩 특이한 이벤트를 엽니다. 특급호텔의 그랜드볼룸을 빌려 가수를 초청하는 자선공연을 가져요. 초청받은 사람들은 모두 그 꽃가게 손님들입니다. 손님들에게 그런 방법으로 보답하는 겁니다. 꽃가게 주인이 불필요한 돈을 쓰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법니다. 이런 식으로 맺어진 관계는 오랫동안 유지돼 단골손님으로 굳어지기 때문이죠.”
김지점장이 발견한 부자되는 법의 두 번째 강령은 ‘돈을 쓰는 철학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그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부자들이 3500원짜리 된장찌개로 점심을 먹으면서 교회 건축 헌금으로는 선뜻 1억원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부자는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에는 ‘팍팍’ 쓰지만, 그렇지 않은 곳엔 한푼도 쓰지 않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분명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티’ 나게 쓰는 곳도 없는데 항상 돈이 없잖아요. 돈의 용처를 칼같이 예리하게 관리하는 사람들이 결국엔 부자가 됩니다.”
하나은행 김희철 팀장은 국내 부자들이 돈을 번 방식에 대해 연령대별로 이렇게 정리했다.
“50대와 60대는 과거에 그냥 정보만 갖고 있어도 돈을 벌었어요. 어디에 땅을 사두면 오른다는 고급정보를 알 수 있는 자리에 있으면 됐죠.
40대는 다릅니다.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단순히 정보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돈으로 연결되지 않죠. 따라서 정보와 분석력, 그리고 실천이 뒤따랐던 사람들이 돈을 벌었습니다. 어느 아파트를 살 것인지를 선택하는 데는 분석력이 뒷받침돼야 하니까요. 30대 부자는 여기에 창의력이 추가됩니다. 같은 동네에서 개발된 부동산이라도 성패가 엇갈립니다. 컨셉트와 창의적인 발상이 깃든 건물은 소비자를 자극해 사도록 만듭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을까. 김희철 팀장의 말이다.
“스토리 텔러(story teller), 다시 말해서 이야기꾼이 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서울 서소문에 맛있는 김치찌개집이 있습니다. 겉모습은 허술한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줄도 길게 서있어서 11시30분 이전에 가지 않으면 제대로 먹지도 못하죠. 그렇게 불편한데도 왜 사람들이 몰릴까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그런 불편함, 상상 밖으로 초라한 외형 등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됩니다. 드라마 ‘모래시계’로 뜬 정동진도 마찬가지죠.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일정해지다보니 이젠 특이한 것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이야기꾼이 돈을 번다
1999년 보람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할 때 재미있는 행사를 했어요. 은행 안에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해서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했어요. 당시 은행에는 50∼60대 고객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시도에 의문을 품는 직원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예상을 깨고 스티커 사진기는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어요. 사실 노인들은 나이는 들었지만 마음은 젊잖아요. 젊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스티커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본인들도 찍고 싶었던 겁니다. 이게 얘깃거리를 만들었어요.”
이런 전략을 부동산에 적용하면 어떨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환경친화적인 곳이 얘깃거리를 만들어 뜰 것”이라고 내다본다. 모 부동산 컨설팅 회사 임원은 “강북도 강남도 아닌 강동쪽이 뜰 것 같다”며 강동 송파 등 이 지역 주변에 산이 많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지금까지는 강을 볼 수 있는 주거지가 좋았지만,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다는 게 단점이었다. 하지만 산은 다르다. 사계절에 따라 자태를 확연히 달리하는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강동지역은 서울시내까지의 교통도 불편하지 않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맞다면 앞으로 강동지역 아파트 광고는 ‘사계절을 느낄 수 있어요’를 모토로 삼을 듯하다.
이야기꾼과 관련해 영업사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고객유치 아이디어 하나를 소개한다. 영업사원들은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물을 자주 준다. 그런데 선물 아이디어를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작은 돈으로 확실하게 ‘티’를 낼 수 있는 물건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스토리 텔러 전략을 사용해보자. 품목에는 신경 쓰지 말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 것인지만 생각해보자. 된장도 좋고, 고추장도 좋다. 200원짜리 오이도 괜찮다. 여기에 살을 붙이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퇴근하는 길에 오이를 몇 묶음 산다. 그리고 우연히 들른 듯 고객의 아파트를 방문한다. 초인종을 누르고 주인이 나오면 오이 한 묶음을 건넨다. “퇴근하는 길에 오이를 샀는데, 너무 싱싱해 보여서 사모님 생각이 났다”고 너스레를 떨면 웬만한 주부들은 감동의 물결에 젖는다. 아파트 주변에 ‘감동 스토리’가 전파되는 건 시간문제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지만 부자들은 무엇보다 부지런하다. 운동을 하든 일을 하든 이들은 새벽 시간을 잘 활용한다. 아무래도 아침 시간은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데 사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녁 시간이 바쁜 사람들은 대개 소비하는 데 몰두한다. 따라서 어느 시간대가 바쁘냐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는지 아닌지가 엇갈린다.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논설위원은 아침 6시와 7시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다. 경제 현안을 날카롭게 분석해주는 그는 이 바닥에서 상당히 인기있는 논객이다. 그는 “방송이 나가면 청취자들로부터 ‘잘 들었다’며 전화가 오는데, 재미있는 것은 시간대별로 전화 거는 사람들의 직위가 다르다는 점”이라고 했다.
아침 6시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주로 기업의 CEO나 임원들인데 비해 7시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부장급이 대다수라는 것. 직위에 따라 아침 출근 시간부터가 다른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는 게 고루한 옛말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하면 모두 부자가 될 수 있을까. 하나은행 김희철 팀장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도 왜 부자가 못 됐을까요. 여기엔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저는 저와 상관없는 일이면 부지런하지 않습니다. 아예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부자들은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일에도 호기심을 갖고 얘기를 잘 듣습니다. 그리고는 속으로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라고 마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가동하듯 생각을 굴립니다. 이 차이는 상당합니다. 당장 돈이 있든 없든 정보에 가치가 더해집니다. 부자들은 당장 호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남의 돈을 꿔서 투자를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라도 돈 되는 정보를 줍니다. 그러니 부자 주변에선 반드시 누군가가 돈을 벌고 있는 셈이죠. ‘돈은 항상 부자 주위에 있다’고 할까요.”
‘참을성’이야말로 부자들의 중요한 돈 관리 노하우 가운데 하나다. 봉급쟁이가 부자가 되는 가장 그럴듯한 방법은 직장생활 초기부터 월급의 50∼60%를 참을성 있게 저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5년 이상 모으면 한 단계 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아무리 좋은 사냥감이라도 총이 없으면 그림의 떡이듯 우선 초기에는 돈을 많이 모아야 한다.
주식투자에서도 역시 많은 전문가들은 기다림의 미덕을 찬양한다. 특히 유동성 장세에선 아무 종목이나 사놓고 무던하게 기다리면 언젠가는 터진다는 것이다. 마치 폭풍이 한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듯 벌떼처럼 매수세가 몰린다는 얘기다. 반면 기다리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린 투자자들은 한번도 대박의 기회를 맞을 수 없다. 조급하면 항상 손해다.
최근 제일기획은 ‘미국엔 보보스(Bobos), 한국엔 코보스(Kobos)’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보스는 부르주아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미국의 새로운 상류계급. 이들은 30∼40대의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1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으며, 유행에 개의치 않는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자신만의 독특한 소비감각을 지닌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엘리트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한국에도 이런 계층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차이점과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코보스는 한국의 보보스인 셈이다. 코보스들은 어떻게 재산증식을 하고 있을까. 컨설턴트 조수근(31)씨는 “주식을 비롯한 여타의 재테크는 하지 않고 연봉으로 받는 돈 대부분을 저축한다”며 “주변에서 바보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처럼 코보스는 각종 고급 정보에서 앞서가는 사람들이지만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통해 과감하게 재산을 늘리기보다 안정적인 장기 투자를 선호한다. 특정 종목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필자는 얼마전 한 투자자문회사의 CEO를 만났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주식 얘기로 화제를 옮겼다. “주식으로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그는 “내가 그렇게 돈을 벌었어요”라며 비결을 들려줬다. 그는 지난해 1년 동안에만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린 능력 있는 금융전문가다.
10년 전인 1992년 그는 두 딸의 이름으로 SK텔레콤 주식을 샀다. 장차 시집 갈 때 밑천으로 쓰라는 뜻에서 당시 유아원에 다니던 두 딸을 위해 1000만원어치의 주식을 사줬다. 하필이면 SK텔레콤을 ‘콕’ 찍어 산 이유는 그저 “10년 뒤에도 괜찮을 것 같아서”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주식을 매입한 뒤 자신이 SK텔레콤 주식을 샀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그후 지금까지 그의 증권계좌에선 한번도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고 SK텔레콤 주식은 그대로 들어 있다. 10년 전에 산 1000만원어치의 주식은 스스로 몸을 불려 지금은 무려 10억원어치가 됐다. 한때는 20억원어치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그냥 내버려뒀다. 당시 그를 쫓아 SK텔레콤 주식을 산 동료들은 이미 주식을 팔아 상당한 이익을 남겼지만, 그가 번 만큼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내리는 시세판을 보면서 100배가 오르도록 배짱좋게 기다리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투자가 워런 버핏은 “10년쯤 보유하지 않을 주식이면 하루도 갖고 있지 말라”고 조언한 바 있다.
굿모닝증권(현 굿모닝신한증권) 티모시 매카시(51) 전 회장은 오랫동안 투자은행과 증권사에서 근무한 금융 전문가다. 매카시 전회장은 1999년 미국 최대의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 슈왑 사장으로 있다 굿모닝증권 회장으로 영입됐고, 신한증권과 굿모닝증권이 합병하면서 물러났다. 굿모닝증권 회장 시절 그는 한국 샐러리맨들을 만나면 “세 가지 주머니를 잘 챙기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생계자금 주머니, 오락용 주머니, 자산축적 주머니가 그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6개월치 생계자금을 은행에 넣어둡니다. 은행에선 낮은 금리를 주기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 돈을 넣어두는 게 아닙니다. 말 그대로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자금을 예치해두는 것입니다. 이 자금은 제 월급의 20% 정도를 차지합니다.
두번째 주머니는 오락용 주머니인데, 이는 제가 직접 주식거래를 하는 데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주식시장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위험도가 큰 만큼 수익도 크다는 게 매력이지만, 잃어도 본인의 재산에 타격을 받지 않을 정도로 투자해야 합니다. 월급의 10%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야말로 ‘오락용’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번 돈의 대부분을 넣어두는 주머니가 자산축적 주머니입니다. 자산축적이 목적이기 때문에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도를 낮춰야 합니다. 그리고 끈기있게 기다려야 합니다. 시간과 재산축적은 정비례하거든요. 투자는 하되 아예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재무설계사(financial planner)에게 제 월급의 70%를 맡겨둡니다. 아이들 양육비와 결혼자금, 은퇴한 뒤의 생활자금 등을 마련하는 게 목적이죠.”
그는 “한국의 직장인들은 첫번째와 두번째 주머니는 갖고 있는데, 정작 중요한 세번째 주머니는 없다”고 지적했다. 저축 아니면 주식투자라는 극단적인 수단만 있지, 그 중간쯤에 해당하는 장기간의 자금마련 계획이 없다는 것. 그는 “세번째 주머니는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만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금융권에는 부자들의 돈을 관리해주는 조직이 많다. 요즘 증권사나 은행에서 자주 볼 수 있는 PB(Private Banking)팀이나 VIP 전용 자산관리 조직 등이 그런 조직이다. 이들을 자주 찾는 사람들 중엔 60대들이 많다. 사회 일선에서 물러난 그들이 모아놓은 재산을 죽을 때까지 관리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에게 재산을 상속할 때 따르는 세금 문제는 60대 이상의 부자들에게 최대의 관심사다. 세금에 대해 준(準)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자랑하는 노인 부자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의 재산관리 노하우는 지극히 단순하다. 안전한 은행에 맡겨두고 최대한 돈을 안 쓰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로부터 배울 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30대에서 50대 사이에 부자가 된 사람들에게선 배울 것이 많다. 이들은 위험을 감수할 줄 알고, 정보를 활용할 줄 알며, 이에 덧붙여 창의력을 발휘해 돈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돈벼락을 맞은 졸부들이 아닌 진짜 부자들, 자신의 힘으로 재산을 모으고 관리하는 이들에겐 뭔가 다른 점이 있다.
오랫동안 고액자산가들에게 세무 컨설팅을 해온 삼성증권 류우홍 S&I클럽 팀장은 30대 부자와 40대 부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재미있는 설명을 한다.
우선 30대 부자들은 돈을 잘 쓰지 않는다. 남의 눈을 의식해서 외관도 검소하게 하고 다닌다. 이들의 비밀 모임에 나가보면 화려하게 놀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조촐하게 즐긴다. 차도 쏘나타급을 주로 탄다. 국세청으로부터 자금출처를 추궁당할까봐 걱정해서인 듯하다. 법에 저촉되는 일은 하지 않았지만, 지레 겁부터 먹는다고 할까.
하지만 40대 부자들은 다르다. 돈을 잘 쓴다. 차도 최고급을 타고, 식사도 호텔급 레스토랑에서 한다. 돈 쓰는 재미로 사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앞으로 돈을 쓸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또한 나이도 어느 정도 됐기 때문에 돈이 많다고 국세청 눈치를 볼 까닭도 없다.
류팀장에 따르면 30대와 40대 부자들은 돈을 번 방식에서도 차이점을 보여준다. 30대 부자들이 대개 주식으로 돈을 모았다면, 40대는 벤처기업을 일궈 돈을 모았다. 30대가 ‘한방’으로 거금을 끌어모았다면, 40대는 쓴맛을 보면서 부를 축적했다. 이렇듯 부를 축적한 방식이 다르다보니 30대와 40대는 재산 관리방법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30대는 웬만하면 자기 힘으로 돈을 관리한다. 금융 전문가들에게 재산을 맡길 때도 상당히 신중하다. 꼼꼼하게 따져보고 거래한다. 금융 컨설턴트들의 재산관리 제안을 받아들일 때도 다른 금융 전문가들에게 검토를 부탁한 뒤에야 수긍하고 인정한다. 그래서 이들은 재산을 관리하는 데 보수적이다.
이에 비해 40대 부자는 화통하다. 금융 전문가들이 절세방안에 대해 조언하면 군말없이 받아들인다. 사업을 일궈 부를 축적한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이처럼 전문가의 말을 믿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남의 능력을 이용할 줄 알고, 신뢰한다. 류팀장은 “40대는 거의 감으로 비즈니스의 타당성을 검토할 줄 안다”고 말한다.
그러나 40대는 처음엔 쉽게 받아들이지만 진행 과정은 세심하게 챙긴다. 이는 30대 부자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전문가가 절세를 위해 빌딩을 짓는 방법을 제안하면 40대 부자는 그 자리에서 ‘OK’ 한다. 반면 30대는 꼼꼼하게 따지고 든다. 왜 평당 400만원의 건축비가 들어가는지, 왜 그 지역에 빌딩을 짓는지 일일이 따진다. 전문가가 제시한 절세 방안 보고서를 들고 또 다른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을 청한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평당 390만원의 건축비로 건물을 지어달라고 수정안을 제시한다.
여기서 30대와 40대 부자의 재산 관리방식이 달라진다. 40대는 제안을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좋다고 말하지만, 건축이 진행되는 중간 과정을 꼼꼼하게 살핀다. 그리고는 불쑥 “창문이 좋지 않다. 바꿔달라”고 한마디 툭 던진다. 그러면 공사를 진행하는 실무자들은 이 사람이 건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생각에 공사비 집행을 착실하게 한다. 제대로 평당 400만원짜리 공사를 한다는 얘기다.
30대는 그렇지 않다. 처음엔 빡빡하지만 일이 시작되면 헐거워진다. 이들은 속으로 ‘실무자들에게 전문가처럼 보였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이런 나에게 설마 부실공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이러다보면 공사 실무자들은 공사를 대충대충 한다. 평당 390만원짜리 공사를 실상 300만원짜리로 한다. 처음에 10만원 깎았던 것이 허사가 된 것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사업을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다. 40대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남의 도움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남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법도 안다. 그러나 30대는 자신의 힘으로 부를 축적했기 때문에 남의 도움을 받을 줄 모르고, 이용하는 데에도 서툴다.
‘성공하는 남자, 성공 못하는 남자’(마스이 사쿠라 지음, 럭스미디어)란 책에선 부자와 성공하는 사람의 공통점을 전해준다. 이들은 큰 병마에 시달렸다거나 근무하던 회사가 도산했다거나 큰 실수를 했다거나 경영하던 회사가 망한 적이 있는 등의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시련들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진정한 부자일수록 겸손하고 검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 증권사 PB팀장은 “30대 부자와 40대 부자는 여자관계에도 차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30대 부자는 정기적으로 섹스를 하는 여자가 두세 명 있다. 말하자면 ‘뜨거운 애인’을 곁에 둔다는 것. 그러나 술집을 다양하게 출입한다. 색다른 경험을 탐닉하며 여전히 ‘또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여자가 있다고 믿는다.
이에 비해 40대 부자는 정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여자가 거의 없다. 깊은 관계가 시작될 즈음에 관계를 정리한다. 술집은 자주 가는 곳이 서너 곳 정도 있지만, 여러 곳을 전전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가족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가정을 파괴할 정도로 애인을 만들지 않는다.
가정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가족끼리 서로 다른 주머니를 찬 경우는 50대 부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금융가 PB팀은 아무리 한가족이라도 남편과 아내의 계좌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남편과 아내가 같은 은행의 고객일 경우 실수로 은행 PB팀 직원들이 상대방의 재산 정도를 알려주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대부분은 부부싸움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나 몰래 계좌를 터서 돈을 숨겨왔다’는 것이 부부싸움의 기폭제 노릇을 한다.
‘creative’를 넘어 ‘crazy’로
대우증권 김선문 시저스클럽 지점장은 “자기 일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큰돈을 번다”며 “자신의 일로 돈을 벌었지, 재테크로 돈을 번 사람들은 소수”라고 얘기한다. 일에 열정이 있다보면 항상 남보다 앞서가게 된다. 앞서가다 보면 금광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김지점장의 부자론이다.
“자기 일에 대해 크리에이티브(Creative)를 넘어서 크레이지(Crazy)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제 고객 중에 꽃가게를 하는 분이 있습니다. 수수한 외양의 아주머닌데, 상당한 재력가입니다. 꽃을 너무 좋아해서 꽃 도매상을 시작했죠.
그런데 이 분이 1년에 한 번씩 특이한 이벤트를 엽니다. 특급호텔의 그랜드볼룸을 빌려 가수를 초청하는 자선공연을 가져요. 초청받은 사람들은 모두 그 꽃가게 손님들입니다. 손님들에게 그런 방법으로 보답하는 겁니다. 꽃가게 주인이 불필요한 돈을 쓰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법니다. 이런 식으로 맺어진 관계는 오랫동안 유지돼 단골손님으로 굳어지기 때문이죠.”
김지점장이 발견한 부자되는 법의 두 번째 강령은 ‘돈을 쓰는 철학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그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부자들이 3500원짜리 된장찌개로 점심을 먹으면서 교회 건축 헌금으로는 선뜻 1억원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부자는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곳에는 ‘팍팍’ 쓰지만, 그렇지 않은 곳엔 한푼도 쓰지 않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분명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티’ 나게 쓰는 곳도 없는데 항상 돈이 없잖아요. 돈의 용처를 칼같이 예리하게 관리하는 사람들이 결국엔 부자가 됩니다.”
하나은행 김희철 팀장은 국내 부자들이 돈을 번 방식에 대해 연령대별로 이렇게 정리했다.
“50대와 60대는 과거에 그냥 정보만 갖고 있어도 돈을 벌었어요. 어디에 땅을 사두면 오른다는 고급정보를 알 수 있는 자리에 있으면 됐죠.
40대는 다릅니다.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단순히 정보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돈으로 연결되지 않죠. 따라서 정보와 분석력, 그리고 실천이 뒤따랐던 사람들이 돈을 벌었습니다. 어느 아파트를 살 것인지를 선택하는 데는 분석력이 뒷받침돼야 하니까요. 30대 부자는 여기에 창의력이 추가됩니다. 같은 동네에서 개발된 부동산이라도 성패가 엇갈립니다. 컨셉트와 창의적인 발상이 깃든 건물은 소비자를 자극해 사도록 만듭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을까. 김희철 팀장의 말이다.
“스토리 텔러(story teller), 다시 말해서 이야기꾼이 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서울 서소문에 맛있는 김치찌개집이 있습니다. 겉모습은 허술한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줄도 길게 서있어서 11시30분 이전에 가지 않으면 제대로 먹지도 못하죠. 그렇게 불편한데도 왜 사람들이 몰릴까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그런 불편함, 상상 밖으로 초라한 외형 등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됩니다. 드라마 ‘모래시계’로 뜬 정동진도 마찬가지죠.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일정해지다보니 이젠 특이한 것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이야기꾼이 돈을 번다
1999년 보람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할 때 재미있는 행사를 했어요. 은행 안에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해서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했어요. 당시 은행에는 50∼60대 고객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시도에 의문을 품는 직원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예상을 깨고 스티커 사진기는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어요. 사실 노인들은 나이는 들었지만 마음은 젊잖아요. 젊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스티커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본인들도 찍고 싶었던 겁니다. 이게 얘깃거리를 만들었어요.”
이런 전략을 부동산에 적용하면 어떨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환경친화적인 곳이 얘깃거리를 만들어 뜰 것”이라고 내다본다. 모 부동산 컨설팅 회사 임원은 “강북도 강남도 아닌 강동쪽이 뜰 것 같다”며 강동 송파 등 이 지역 주변에 산이 많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지금까지는 강을 볼 수 있는 주거지가 좋았지만,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다는 게 단점이었다. 하지만 산은 다르다. 사계절에 따라 자태를 확연히 달리하는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강동지역은 서울시내까지의 교통도 불편하지 않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맞다면 앞으로 강동지역 아파트 광고는 ‘사계절을 느낄 수 있어요’를 모토로 삼을 듯하다.
이야기꾼과 관련해 영업사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고객유치 아이디어 하나를 소개한다. 영업사원들은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물을 자주 준다. 그런데 선물 아이디어를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작은 돈으로 확실하게 ‘티’를 낼 수 있는 물건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스토리 텔러 전략을 사용해보자. 품목에는 신경 쓰지 말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 것인지만 생각해보자. 된장도 좋고, 고추장도 좋다. 200원짜리 오이도 괜찮다. 여기에 살을 붙이는 게 중요하다.
예컨대 퇴근하는 길에 오이를 몇 묶음 산다. 그리고 우연히 들른 듯 고객의 아파트를 방문한다. 초인종을 누르고 주인이 나오면 오이 한 묶음을 건넨다. “퇴근하는 길에 오이를 샀는데, 너무 싱싱해 보여서 사모님 생각이 났다”고 너스레를 떨면 웬만한 주부들은 감동의 물결에 젖는다. 아파트 주변에 ‘감동 스토리’가 전파되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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