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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전 15분, 헤어짐을 준비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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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866회 작성일 15-06-0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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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3개월 차 초보 직장맘이 하루 중 가장 긴장하는 순간은 출근시간입니다. 전날 밤 문고리에 걸어둔 옷을 서둘러 입고 가방을 매고 아이 앞에 섭니다. 이제 마지막 할 일은 아이와 출근인사하기입니다. 
 
  무릎을 꿇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웃으며 “엄마 회사 다녀올게. 이모님이랑 밥도 많~이 먹고 재밌게 놀고 잘 지내고 있어. 엄마도 일 열심히 하고 저녁에 올게. 저녁에 만나서 엄마랑 더 재밌게 놀자. 사랑해.” 인사합니다. 그리고 꼭 안아줍니다. 
 
  복직하고 한 달은 제가 인사를 하든 말든 아이는 그저 울기만 했습니다. 요즘은 기분에 따라 다릅니다. 컨디션 좋은 날은 중간 중간 ‘응’ ‘응’ 대답도 하고 ‘안녀~’ 손도 흔들어줍니다. 아주 가끔은 배꼽인사도 해주고요. 그러다 컨디션이 별로인 날은 앙앙 울기도 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돌이 지나고부터 엄마와 본격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해 18개월에 ‘엄마 껌딱지’ 지수가 절정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기고 걷는 기동력까지 갖추고 엄마만 졸졸 따라다닙니다. 설거지하면 다리 사이로 파고들고 화장실에 가면 문을 두드리며 꺼이꺼이 울죠. 그런데 전 15개월에 복직을 했으니 아이가 더 힘들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출근인사가 더 중요했습니다. 엄마가 복직하면 보통 아이들은 분리불안이 생기는데 엄마는 돌아온다는 걸 확실히 알려주면 덜 생긴다고 하더군요. 
 
  우는게 안쓰러워서 아이가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혹은 잠 잘 때 몰래 나오는 것은 금물이라고 합니다. 이런 헤어짐이 반복되면 아이는 언제 엄마가 사라질지 몰라 놀면서도 자면서도 불안해한다고 하네요. 전문가들은 아이가 자더라도 깨워서 간단하게라도 작별 인사를 하고 나오라고 조언합니다.
 
  그렇게 중요하다는 출근인사.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단행본 ‘난 엄마가 일하는 게 싫어’등 육아서에서 찾은 몇 가지 팁은 이렇습니다.
 
 
   1. “엄마는 이제 가야 해. 넌 이모님과 있어야 한단다. 서둘지 않으면 늦겠어.” (X)
   “엄마는 일하러 갈 거야. 엄마는 일하고 싶고 또 해야 한단다. 물론 너와 함께 있는 것이 좋고 너를 돌보는 일도 행복하고 중요하지만 엄마 인생에서 일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단다. 엄마가 없는 동안 다른 아줌마랑 지낼거야. 너도 재미있는 일이 많을 거고 밤에 엄마랑 다시 만나면 그것도 정말 재미있겠지? 낮 동안에 있었던 일도 얘기하고 말이야.” (O)
 
  처음 인사는 의무를 강조하고 두 번째 인사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의무를 강조하는 인사는 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두 번째 인사처럼 이유를 설명하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2. 아이가 엄마와 떨어질 때 울거나 화내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아이가 감정 표현을 충분히 다 할 때까지 받아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면, 그것은 아이의 권리입니다. 아이가 울고 떼쓰는 것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하나이니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그래서 출근 인사는 15분 이상인 게 좋습니다. 
 
  3. 아이가 울어도 엄마는 가야하고, 저녁에 돌아올 것이라고 계속 설명해야 합니다. 들으려 하지 않더라도 부드럽고 단호한 어조로, 반드시 충분히 설명하고 아이 곁을 비우세요. 
 
  4. 아직 말을 완벽히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이기에 엄마의 표정과 분위기도 중요합니다. 아이는 울어도 엄마는 웃으며 인사하세요. 스킨십도 잊지 말고요. 
 
출근인사만큼 퇴근인사도 중요합니다. 퇴근 인사에는 충분한 칭찬이 포인트라고 하네요.
 
“우리 아기, 엄마가 많이 보고싶었어. 오늘도 잘 지냈다니 대견하구나.” 엉덩이도 토닥이면서요. 
 
 
주말에 감기에 걸린 아이는 어제 밤새 뒤척였습니다. 아침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죠. 아니나다를까. 옷을 갈아입은 엄마를 피해 도망갑니다. 엄마가 이제 출근인사를 한 뒤 회사에 갈꺼란 걸 아는거죠. 이런 날은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밝게 웃으며 인사해야 합니다. 무거운 속마음 아이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연기도 필수입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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