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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삶의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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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생을 반추해 볼 나이가 되었다. 살아갈 날보다도 살아온 날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되돌아본 기억은 별로 없다. 철부지이기도 하고 또 늘 해야 할 일이 많았던 까닭이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또 돌아서서 생각해 보니 사실 별로 손에 쥔 것이 없다. 하긴 인생이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하지 않았던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했으니 남는 게 없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은 뭔가 휑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늘 뭔가를 …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5 10:12 조회 1284 더보기
버킷 리스트라는 주제를 놓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겐 이렇다 하게 해보고 싶은 일들이 없음을 알고 스스로 놀랐다.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 그런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니 이런 생각들이 따라붙었다.나는 좋은 부모님 슬하에서 성장했고, 남들 다 가는 대학에 진학해 부모님께서 꼬박꼬박 주시는 등록금을 얌전히 내고 무사히 졸업했다. 연애도 열심히 했고, 군대도 즐거운 마음으로 잘 다녀왔다. 한 대기업의 홍보실을 1년쯤 다니다가 월급을 2배쯤 주는 언론사로 직장을 옮겼고, 그곳에서 7년 동안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사…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5 10:11 조회 1302 더보기
지난 연말 연초에 이란을 다녀왔다. 그전부터 잡힌 계획이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급작스레 방문하게 됐다. 15년 전쯤에도 이스파한이라는 이란의 도시를 가볼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도 미루다가 결국 일정이 취소되었고 크게 후회했던 경험이 있어 이번엔 일단 초청 제안을 받아들였다.일정을 결정하고 난 뒤 외신에서 접하는 이란 상황은 난감함의 연속이었다. 간통한 여인을 돌을 던져 처벌한다는 소식(나중에 교수형으로 바뀌었다)에서 시작해, 이란 청년들의 테헤란 주재 영국대사관 점령, 핵개발과 관련한 이스라엘의 연말 연초 폭격설, 이란 대학생들의 …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5 10:10 조회 1288 더보기
계단 많은 집에서 익숙하게 지냈는데 얼마 전 결국 사달이 났다. 한 달 전쯤이었다. 방에서 작업실로 옮겨가려 몇 계단을 오르다가 문득 든 생각, “어머, 단추를 놓고 왔네!” 그 순간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 몸을 돌리고 무사히 발을 내딛는가 싶었는데, 아차! 그만 발을 헛딛는 꼴이 됐다. 계단을 나뒹굴어 오른쪽 발목을 크게 다쳤다. 깁스를 하는 신세가 됐는데 주위에선 “쉬라는 뜻인가 보다”라며 덕담들을 했다.다리는 아프고 불편했지만 주위에서 마음 써주고 위로해 주니 아이처럼 좋기도 했다. 그런데 꼭 해야 하는 숙제처럼 미룰 수 없는 …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5 10:09 조회 1231 더보기
과연 내게 다시 한 번 우주비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잘 알고 있지만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지난 이야기를 조금 꺼내볼까 한다.2006년 우주인 선발 당시 나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하고 있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수학과 인지과학을 각각 전공한 내게는 그 어떤 사회 현상이나 문제보다 인간 내면의 탐구가 훨씬 가치 있게 느껴졌고, 당연히 평생 그런 연구를 하면서 살 줄 알았다.그런데 어느 날, 인터넷의 광고 하나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을 찾습니다.’ 이 문구를…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5 10:08 조회 1206 더보기
소설을 쓰는 일이 업이니 내가 쓰는 건 뭔가, 이 이야기는 대체 무슨 소용인가, 허구한 날 고민하며 살고 있는 터,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는 사실상 매일 반추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생각했건만 막상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려니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악기 배우기? 반주 없이 노래 부르기를 더 즐기는 편이니 그건 됐고, 스노보드 타기? 돈 주며 하라 해도 싫고, 사냥? 노노, 나는 심정적인 동물 애호가다. 아프리카 여행? 올여름에라도 갈 수 있으니 그건 좀 싱겁다.결혼 60주년을 맞는 어머니의 말씀을 생각한다. 열심히 살았고, 특…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5 10:07 조회 1107 더보기
나는 한국 홍보 전문가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활동을 지난 18년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런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건 대학 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서양인들이 나만 보면 “중국인 아니냐?” “당신 일본인이지요?”라고 묻지 “한국인이냐?”라는 질문을 거의 하지 않았던 거다. 그 당시 1990년대 중반은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11위 대국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왔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개인이지만 작은 일부터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5 10:05 조회 1167 더보기
나는 어려서부터 딱히 이루고 싶은 꿈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장래희망을 써야 할 네모 칸이 있으면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단어들은 책임지기, 어려운 일 피하지 않기, 의미 없는 일 하지 않기, 그러면서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살기였다. 하루하루 생겨나는 작은 삶의 결실에서 기쁨을 찾으려 씨름을 하다 보니 그나마 오늘의 내가 되었다.그러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에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가 보다. 어느 날, 세계 각지의 어려운 …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5 10:04 조회 1181 더보기
나이가 들수록 간절히 보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소식조차 모르는 초등학교 시절 소꿉장난 친구가 보고 싶고, 중학교 때 엄했던 수학선생님도 만나고 싶다. 낙엽이 떨어지고 찬 바람이 불면 그 옛날 사람들이 더욱 보고 싶어진다. 그중 간절히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바로 어머니다. 어머니란 존재는 무엇일까. 단순하게는 나의 살과 뼈와 피를 만든 분이다. 그리고 정신과 마음을 만든 분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어머니는 나의 존재의 근원이자 따뜻한 보금자리이고 아름다움 그 자체이고 사랑의 현신이다. 결국 어머니는 나 …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5 10:03 조회 1190 더보기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비교적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편이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해야 하고, 싫은 것은 억만금을 줘도 하지 않는 성격이라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얘기도 듣고 손해도 종종 본다. 그렇다고 뭔가 의무감에 시달려 싫은 것을 한 적은 별로 없다. 나는 퍽이나 많은 일을 해 왔는데,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건축이란 자유로운 창작 작업이기 전에 수주형 산업, 즉 서비스업이란 특징 때문에 본인 성질대로 살기 힘든 직업이라 그렇지 않나 싶다. 그래서인지 서비스업에서 받는 스트레스로부터 탈출해 비교적 …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5 10:02 조회 1024 더보기
100년 인생 설계를 운운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인생을 사람이 설계할 수 없는지라 나는 늘 내 수첩에 새겨둔 한 구절을 되뇐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어느 시점에 내게 주어진 생을 마무리하게 될지 모를 인생길에 이 한마디는 주어진 순간을 소중하게, 최선을 다하게, 그리고 욕심을 걸러내게 해준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마무리 지어진 순간, 바로 그 순간에 빚어질 나의 결정체는 어떨까. 늘 상상해 본다.39세에 요절한 반 고흐는 젊은 나이에도 개성 넘치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남겼고,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드러낸 피카소는 90년 …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5 10:02 조회 1009 더보기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참 많은 생각을 했다. 그동안 나는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되새겨봤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가 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어리석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몇 배로 열심히 살 텐데. 과거 선배 한 분이 술자리에서 “일성아, 뱃사람들은 언제가 제일 행복한 줄 아니?”라고 물었다. 나는 “고기를 많이 잡을 때”라고 대답했다. 선배는 웃으며 말했다. “너도 인생을 더 살아봐라. 뱃사람들은 고기를 많이 잡았을 때 가장 행복한 게 아니다. 배를 타고 있을…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5 10:00 조회 785 더보기
생각해 보니 나는 말로 먹고사는 사람이다. 법정에서 딱딱한 법조문을 읽고, 재판소에 제출할 청원서를 쓰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편지를 논리 정연하게 쓰는 일들이 내가 변호사로서 10여 년간 해 온 일이다. 법도 사람의 관계를 규정하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조화와 부조화를 다루는 일 아닌가. 그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 사람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싶었다. 가슴에서 우러난 글 말이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죽음과 삶에 대해 쓰고 싶었다. 미국에서 유산상속변호사로 일하는 나는 죽음을 전제로 의뢰인을 만난다. 내 직업이 …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5 09:59 조회 795 더보기
원고 청탁을 받고 “맘마미아(어머나)!”를 외쳤다. 며칠 전 동료와 재미 삼아 버킷리스트를 10가지씩 적기로 한 기억이 나서다.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적어보고 잠시 행복해했다. 흔쾌히 승낙을 했지만 그때의 기억들을 되살리고 고민에 빠졌다.‘다이어트하기’, ‘좋아하는 사람 12명 모아 담양 대통찜 먹기’(12인분 기준이라 못 먹었던 아쉬운 일이 있었다), ‘제주 올레길 걷기’ 같은 비교적 쉬운 일부터 ‘유럽여행 가기’, ‘라디오 DJ 되어보기’, ‘수필집 내기’, ‘전원주택 짓기’ 그리고 ‘4대 뮤지컬에 버금가는 작품 남…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35 조회 826 더보기
어떤 자리든 나를 소개하는 사람은 횡설수설할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해도 참 번잡스럽다. 시인 건축가 건축평론가는 공식 직함이고, 그림에 미술비평에도 손대고, 만화에 만화비평, 영화비평, 전시 및 공연기획자에다가 아예 세상에 없는 직업까지 만들었다. 나 스스로 이 번잡스러움을 피해 가기 위해 만든 직업이다. 이것저것 오지랖 넓게 다 들쑤시고 다닌다고 해서 생각해 내고 버젓이 명함에도 이름을 올렸다. 오지래퍼. 그러나 그것도 신통하지는 않다. 사람들이 오지래퍼가 뭐냐고 묻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허둥대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아무리 조…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35 조회 890 더보기
196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당시 피아노가 무엇을 의미했는가를. 남루했던 시절, 피아노는 부유함의 상징이었다. 피아노가 있는 집과 없는 집, 뭐 이렇게 구별해도 좋을 것 같다. 피아노를 장식품으로만 여겼던 집도 있었다. 피아노는 급하게 구했지만 아름다운 선율로 연주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급하게 이루어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 친구의 집에 갔을 때 난생처음 피아노를 보고 매우 부러워하던 때가 있었다. 다행히 친구는 피아노를 그다지 잘 치지 못해 내 자존심은 조금이나마 회복되었다. 친구의 방에서 그와 이야기하던 중 아름…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34 조회 864 더보기
여행을 떠나려 한다, 죽기 전에. 얼마나 대단한 여행이기에 ‘죽기 전에’라는 단서에 거창한 다짐까지? ‘버킷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적는 것이지만, ‘할 수 있을 때 꼭 해보자’는 마음의 다짐이기도 하리라 생각한다. 나는 할 수 있을 때 두 가지 여행을 하고 싶다. 첫째, 우리 회사 ‘올댓시네마’ 직원들과 함께 여행하기. 영화 홍보마케팅 회사를 만들고 시작했을 때 언제까지 해야겠다고 기간을 정해 놓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지나온 시간이 햇수로 18년이 됐다. 직원 두 명으로 시작했을 때 이렇게 많은 이들과 함께하게…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33 조회 916 더보기
좋은 묵상집 하나를 쓰고 싶다. 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다. 그동안 많은 책을 냈다. 책이라면 진력이 날 만도 하다. 그 책들도 엄밀히 말하면 내 묵상을 통해 쓴 글들이니 묵상집이라고 말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썼던 시집이나 산문집들과는 전혀 다른 내 생에 대한 가차 없는 응징과 반성, 생이라는 백년 시간에 맞닥뜨리는 수많은 내 갈증과 의문, 그리고 내 생에 대한 질문과 해답까지를 아우르는 침묵과 명상을 통해 조용히 나와 마주하는 묵상집을 쓰고 싶은 것이다.자신과 마주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시간이 어…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32 조회 902 더보기
고전은 저자의 오랜 노력의 산물이다. 허준은 ‘동의보감’을 1596년에 시작해 1610년까지 15년 걸려 완성했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20세에 계획해 63년이나 걸려 그가 죽은 1832년 완성했다. 토인비는 23개 문명의 흥망성쇠를 다룬 ‘역사의 연구’를 1934년에 시작해 27년 만인 1961년 완성했다. 우리나라 영어 학습서는 대개 구상에서 탈고까지 단기간에 이루어진다. ‘오려붙여 편집하기(scissors-and-paste)’나 컴퓨터로 ‘잘라내어 편집하기(cut-and-paste)’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극…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31 조회 919 더보기
"시한부 얘기를 해보자. 하지만 절망 대신 희망과 행복을 얘기하자.” 드라마 ‘여인의 향기’는 이 두 문장으로 출발했다. 처음엔 나쁜 검사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 개과천선하는 이야기, ‘88만 원 세대’가 불치병에 걸려 좌충우돌하는 이야기 등을 놓고 고민했다. 주인공이 나쁜 검사라면, 88만 원 세대라면 죽기 전에 뭘 하고 싶을까 고민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감독님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나라면 죽기 전에 그동안 내기만 했지 받지 못한 결혼 축의금을 꼭 받으러 다니겠다”라는 얘기를 농담처럼 던졌다. 그 자리에서 …
작성자PALM 작성일 12-07-24 21:30 조회 964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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