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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묵상집을 꿈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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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ALM 댓글 0건 조회 902회 작성일 12-07-2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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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묵상집 하나를 쓰고 싶다. 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다. 그동안 많은 책을 냈다. 책이라면 진력이 날 만도 하다. 그 책들도 엄밀히 말하면 내 묵상을 통해 쓴 글들이니 묵상집이라고 말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썼던 시집이나 산문집들과는 전혀 다른 내 생에 대한 가차 없는 응징과 반성, 생이라는 백년 시간에 맞닥뜨리는 수많은 내 갈증과 의문, 그리고 내 생에 대한 질문과 해답까지를 아우르는 침묵과 명상을 통해 조용히 나와 마주하는 묵상집을 쓰고 싶은 것이다.

자신과 마주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늘 내가 두려웠다. 나를 이기면 다 이기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왔다. 나는 나와 마주하면서도 그 부자연스러운 고통과 불편을 전혀 느끼지 않는 진정한 나와의 화해를 이루는 그런 묵상집을 내가 낼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나는 잘못 살아온 일들이 많다. 그 잘못 살아온 일들에는 내가 인간으로서 불가항력적인 일들도 있지만 나의 게으름으로, 내가 감상에 빠져서 내가 쉽게 포기하여서 그리고 의무를 은닉한 일들이 있었다. 하지 않은 일과 한 일들이 모두 잘못 엉켜 내 인생이 고단하고 그 피로가 남들에게도 흘러들어간 과오 또한 내 묵상집에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할 수 있다면 탄식조를 피해 냉철하고, 냉철하지만 고요하고 편안한 묵상집을 쓰고 싶다. 어쩌면 참회록에 가까운 묵상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생에 딱 한 권 필요한 반성문이면서 내가 닿고 싶은 어느 지점이기도 하다. 이런 본격적인 묵상집은 내가 오래전부터 꿈꾸어 오던 것이다.

내가 나의 묵상 속에서 조용한 화해를 이루고, 아니 화해조차 느낄 수 없는 조용한 묵상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따뜻한 행복감을 만나는 그런 정신적 공원을 책 하나로 묶을 수 있다면 그 공원에서 잠시 쉬는 사람들에게 나는 참으로 갈증을 풀어내는 깨끗한 물 한 잔을 나눠 드리는 다른 행복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 기부다.
 
나는 부산한 가운데 외로웠지만 외로움은 미숙한 내 감정을 한 단계 넘어설 수 있게 하였고, 눈물이 많았지만 내 삶의 땅을 더 견고히 했고, 고통은 오히려 부실한 나를 더 보호하였다. 어떠한 사태도 인간이 고통에 대처하는 능력을 제한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작고 보잘 것없는 벌레 한 마리가 대우주 속에서 꿈틀거리며 제 생명을 이어가는 순응의 몸짓으로 살아오면서 내가 느낀 것이다.

우리는 모두 정신의 평화와 마음의 휴식을 원한다. 그런데 이것은 마음 안에 가장 가깝게 있으면서 왜 그렇게 그것은 멀고 누리기가 어려운지 모른다. 제 안에 있는 마음이 바로 ‘적’이라는 말은 옳은 것 같다.

‘루르드’라는 프랑스의 치유의 성당 미사에서 몸이 완전히 마비되고 눈동자만 빛나는 환자들과 눈물의 미사를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침대에 누운 환자들이 1000명도 넘었다. 미사가 끝나고 나는 경이와 기적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밝은 미소와 행복한 표정으로 그 거대한 성당을 빛나게 하는 것을 본 것이다. 그 놀라운 경이의 대열을 보면서 저런 완전한 빛이 인간 세계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을 믿었다. 그들에게는 이미 깊은 묵상의 우물이 그 인생에 넘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런 고통의 실체를 내리고 온화하고 고요한 묵상의 세계를 한 권의 책으로 묶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아름다운 힘이 아니겠는가.
그런 세계는 내가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못할 곳인지 모른다. 나는 성지를 돌아보기로 마음먹는다. 국내에도 마음을 다스리게 하는 성지들이 많다. 해외에도 꼭 가 보고 싶은 성지들이 남아 있다. 그런 성지들을 돌아보면서 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를 좁히고 분명하게 묵상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명확하게 알고 싶어진다.

신달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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