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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생은 원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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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슬리 댓글 0건 조회 1,824회 작성일 11-11-0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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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火光中爭長競短 幾何光陰
석화광중쟁장경단 기하광음
蝸牛角上較雌論雄 許大世界
와우각상교자론웅 허대세계
 
석화(石火)처럼 빠른 세월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투고 있으니, 그 세월이 얼마나 되겠는가?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雌雄)을 다투고 있으니, 그 세계가 얼마나 되겠는가?
영겁의 세월에 비하면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 짧고, 광활한 우주에 비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 점 티끌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속에서 우리는 삶이 무엇이고 죽음이 무엇인지 모른 채 온갖 잡다한 일에 휩쓸려서 살아가고 있다.

『장자』「지락편」에서는 아내의 죽음을 통해서 자연의 대도를 깨달은 장자의 일화가 실려 있다.
장자의 아내가 죽자 혜자가 문상을 왔다. 마침 장자는 두 다리를 뻗고 앉아서 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자가 말했다.

“그대는 평생 아내와 함께 자식을 키우면서 늙어 왔네. 아내가 죽었는데 곡(哭)을 하지 않는 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다는 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장자가 말했다.

“그렇지 않네. 처음 아내가 죽었을 때 나라고 어찌 슬프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 시초를 살펴보니 원래 생(生)이란 게 없었네. 비단 생이 없었을 뿐 아니라 원래 형상도 없었던 것이며, 비단 형상이 없었을 뿐 아니라 원래 기운도 없었던 것일세. 그저 흐릿하고 유현(幽玄)한 가운데 섞여 있다가 변해서 기운이 있었고, 기운이 변해서 형상이 있었으며, 형상이 변해서 생이 있었던 것일세.

이제 다시 변해서 죽음으로 갔으니 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번갈아 운행하는 것과 같은 것이지. 아내는 지금 천지라는 거대한 방에 편안히 누워 있다네. 그런데도 내가 큰소리로 꺽꺽 운다면 나 스스로 자연의 운명을 모르는 것이라 여겨져서 울기를 그친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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