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 고민 30초 해결

한 지붕 아래 살기는 하되 감정적으로는 별거상태인 부부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자진해서 스스로를 상대방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소외시킨 채 마치 바다에 제각기 떠 있는 두 개의 외로운 섬처럼 살아간다.
이런 부부들은 거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두 사람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교묘하게 피해 간다. 아예 아이 문제 외에는 서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묵계가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요즘 남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아버지>라는 소설의 가장 큰 주제도 역시 이 대화의 단절이 가져오는 비극이다.
주인공 아버지는 아내를 포함한 가족들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은 자기가 돈도 잘 못벌고 출세도 못하는 남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족들은 아내와 아이들과 결코 대화하지 않으려는 아버지, 심지어는 자신의 병과 죽음이라는 문제까지도 숨기면서 가족들로부터 철저하게 자신을 소외시키고 그것을 술로 풀려는 그의 모습에 절망하는 것이다.
어떤 일로 갈등하면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없을 때 사람은 누구나 그 문제에서 달아나고 싶어한다. 문제가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마치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갈등을 은폐한 채로 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한 삶의 방식은 대화의 단절이라는 가장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그들은 왜 서로 대화하기를 두려워 하는가? 그것은 서로 대화하는 기술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서로 자기만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는 백퍼센트 옳고 상대는 백 퍼센트 틀렸다는 아집이 밑바닥에 깔려 있으므로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가장 쉬운 예로 남편은 아내가 바가지를 긁기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간다고 말한다. 아내의 바가지가 원인이고 자기 행동은 그로 인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정반대로 남편이 늦게 나다니기 때문에 바가지를 긁는다고 주장한다.
각기 자기 입장에서 보는 원인과 결과가 다르니 당연히 서로 대화가 안되고 그러한 상태가 길어지다 보면 결국에는 영원히 평행선을 달려가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불행한 결혼생활에 대해 한탄하면서도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완벽히 전가시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