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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코코슈카와 알마 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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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엘렌공주 댓글 0건 조회 4,233회 작성일 10-10-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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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쇤베르크와 함께 현대음악에 혁신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가 죽자, 서른두 살의 그의 아내 알마 말러는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가장 구애를 많이 받는 미망인이 되었습니다. 독자적인 표현주의 화가이며 극작가이기도 한 오스카 코코슈카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구스타프 말러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알마를 두고 그녀가 말러의 '피를 말려' 죽였다고 말할 정도로 알마는 남성의 혼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릴 만큼 매력적인 미모와 학식을 겸비한 여자였다고 합니다. 스승과 제자였던 구스타프 말러와 알마는 만난 지 4개월 만에 결혼했습니다. 결혼식이 있던 며칠 전 말러는 이런 결혼 조건을 명시하는 편지를 알마에게 보냈습니다.

“당신은 이제 모든 관습·허위·허영·자만심을 버려야 하오. … 또 당신은 나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하며 당신의 하루하루 모든 일과는 내 욕망과 필요에 따라 결정되어야 해요.”

이렇듯 말러는 젊은 아내에게 작곡 공부는 물론 혼자 외출하는 것도, 자신이 없는 동안에는 자신의 집에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할 정도로 알마에게 집착했습니다. 말러는 극심한 의처증 때문에 한때 성불능까지 겪어야 했고, 그 당시 정신분석학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던 친구 프로이트에게 장기 치료까지 받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알마 역시 코코슈카를 사랑하기는 했지만 코코슈카의 끈질긴 구애를 거절한 것은 어쩌면 그에게서 느껴지던 폭풍 같은 사랑과 정열과 에너지 그리고 그것에서 비롯되는 집착에 대한 두려움, 이미 말러와의 결혼 생활에서 겪었던 지긋지긋한 구속감과 독점욕, 질투심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1912년 4월 어느 날, 처음 알마를 만나던 날 코코슈카는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첫눈에 그녀에게 완전히 매혹당했다. 그날 저녁 이후 우리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날의 만남에 대해 알마는 자서전에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거의 서로 침묵했고 그는 계속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일어서는 순간 그는 미친 사람처럼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런 식의 포옹은 너무나 생소했기에 나는 어떤 반응도 나타낼 수 없었는데, 바로 그 점이 그를 더욱 미치게 한 것 같았다.”

알마와의 첫 만남 이후 그는 2년 6개월에 걸쳐 4백 통이 넘는 사랑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알마는 끝내 코코슈카의 구애를 거절하고는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와 결혼해 버렸습니다. 구스타프 말러와의 결혼 생활에서 받은 갈등과 좌절감을 “마치 날개 잃은 새가 된 느낌이다. 오, 구스타프. 왜 나를 이런 사슬로 당신에게 묶어놓았어요!”라며 남몰래 울부짖었던 그녀가 말입니다. 실연의 충격과 질투를 견디지 못한 코코슈카는 1914년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자원 입대해 버렸습니다. 이미 가슴에 치유할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입은 그는 그 전쟁에서 뇌를 다치는 사고까지 당하게 됩니다.

20년이 지난 뒤 알마는 그때 자신의 행동을 용서해 주기 바란다는 간곡한 편지를 코코슈카에게 띄웁니다. 당대 최고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의 넋을 빼앗았던 알마의 미모도 그때는 이미 스러지고 없을 나이였습니다. 그녀의 70회 생일 때 코코슈카는 '사랑하는 알마'로 시작되는, 이미 당신을 용서하였다는 길고도 긴 편지를 보냈습니다.

전남편이었던 구스타프 말러는 '너를 위해 살고 너를 위해 죽는다'라는 메모를 적어 놓은, 알마를 위한 교향곡을 작곡했고 코코슈카는 알마를 그린 <바람의 신부>나 <폭풍우> 같은 그림들을 그렸습니다. 모두 사랑의 상처가 만들어 낸 예술작품입니다.
그림 속에서, 사랑의 폭풍과 격정이 지나간 뒤 코코슈카와 몸을 포개고 누운 알마는 잠에 취한 듯 약간 나른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마치 그 사랑의 끝을 예감이라도 한 듯 두 눈을 공허하게 뜬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너무 뜨거운 사랑은 그 사랑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훗날 코코슈카는 알마와 똑같은 크기의 인형을 만들어 늘 침대에 두고 같이 잠을 자고 이야기를 건네곤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아예 그 인형을 자신의 작품이 상영되는 오페라 공연장까지 대동하고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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