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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이 사랑한 여인 루 살로메(1861~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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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엘렌공주 댓글 0건 조회 3,398회 작성일 10-10-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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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살로메(1861~1937)는 니체와 릴케와 프로이트의 연인으로 유명하다. 그녀를 흠모한 사람은 이들만이 아니라 열 명에 달한다. 만인이 그녀를 사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러시아 장군의 딸로 태어난 살로메가 처음 청혼을 받은 것은 18세 때였다. 42세 나이의 러시아 황실 교사는 처자식을 버릴 결심을 하고 살로메에게 청혼했으나 그녀는 취리히대학에 갈 마음을 먹고 있던 터라 이를 정중히 거절한다.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과 예술사 공부에 몰두한 탓에 각혈까지 하게 된 살로메는 휴양차 간 로마에서 철학자 레를 사귄다. 레는 니체의 제자였고 17년 연상의 니체는 레를 통해 만나게 된다. 그녀를 처음 본 니체가 "우리가 어느 별에서 내려와 여기서 비로소 만났지요?"라고 한 말은 너무나 유명하다. 단 둘이 등산길에 올랐던 것을 두고 니체는 내 생애에서 가장 황홀한 꿈이었다고 뒷날 고백한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쓰면서 살로메를 "이 지상에서의 이상"으로 칭송했으니 청혼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터. 그러나 살로메는 존경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니체의 청혼을 거절하는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 얼마 뒤부터 니체는 정신착란에 빠진다. 그녀는 레와 같이 살게 되지만 청혼을 거절하고 2년 뒤에는 헤어진다. 마음에 차지 않게 나약한 레와 헤어져 베를린에서 하숙 생활을 하던 그녀에게 새로운 남자가 접근한다. 외국어 강사로 근근히 살아가던 41세의 안드레아스는 자기와 결혼해 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며 가슴에 칼을 꽂고 쓰러지는 소동을 벌인 끝에 살로메와의 결혼에 성공한다. 안드레아스는 57세가 되어서야 괴팅겐대학 교수가 되었으니 살로메는 그의 용기에 반했던 것이리라. 결혼 당시 살로메의 나이는 26세.

결혼은 했으나 그녀의 남성 편력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바람기가 발동했다기보다는 남자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살로메의 대범함에 매료된 남자들이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형국이었다. 의사인 사벨리와 피넬레스, 신문 편집자 레데부어 등과 여행을 함께 다니며 인생을 논하던 살로메도 어느덧 36세의 중년에 접어들고 있었다.

뮌헨대학에 다니며 시를 발표하고 있던 릴케가 그녀를 만난 것은 불과 22세 때, 어느 문인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갔을 때였다. 첫눈에 반한 릴케는 계속 편지를 보낸다. "저는 기도하고 싶은 심정으로만 당신을 보았습니다. 저는 당신 앞에 무릎꿇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만 당신을 열망했습니다." 세계 문학사상 가장 고매한 정신의 소유자로 일컬어지는 릴케는 그녀를 평생토록 존경하고 흠모한다. 놀라운 것은 릴케가 살로메 부부와 함께 첫번째 러시아 여행을, 살로메와 단 둘이서만 두번째로 러시아 여행을 떠났다는 일. 남편 안드레아스는 어떤 사람이였기에 아내의 끊임없는 남성 편력을 용납했던 것일까.

살로메와 릴케는 수시로 만났으며, 두 사람 사이에 오간 편지는 릴케 사후 400쪽이 넘는 책으로 출간된다. 릴케의 문학적 성숙을 위해 살로메가 떠난 일은 아름다운 결별이었다. 릴케는 임종의 자리에서도 살로메를 보고 싶어했다.

살로메는 릴케가 클라라라는 여인과 결혼하고, 자기가 버린 레마저 산에서 추락사하자 무척 상심하여 심장 질환을 얻게 된다. 옛 애인인 피넬레스로부터 치료를 받으면서 두 사람의 애정 관계가 회복되어 아기를 갖게 된 사연은 기가 막히다. 아빠가 될 꿈에 부푼 피넬레스의 청혼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혼할 뜻이 없음을 밝힌 살로메의 심리는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이는 유산이 되고, 피넬레스는 고개를 흔들며 떠난 뒤 평생 독신으로 살아간다.

그녀는 또다시 사랑에 빠진다. 정신과의사 비에레. 하지만 그는 살로메와 프로이트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을 뿐이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제자 타우스크가 살로메를 사랑하여 자살을 했건 어쨌건 연인이며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평생토록 지속한다. 그녀의 궁핍을 걱정하여 돈을 지속적으로 부쳐준 것이다. 프로이트의 서재에는 살로메의 사진이 늘 걸려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죽은 7년 뒤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새롭게 얻은 젊은 애인이 임종을 지키는 가운데. 수많은 사람의 연인으로서 사랑만 받다 간 비결이 과연 미모에만 있었을까. 릴케와 주고받은 편지 외에 <작품으로 본 프리드리히 니체>, <프로이트에게 보내는 감사문>, <회고록> 등 그녀의 책에는 활달하면서도 대범한 그녀의 마음이 잘 담겨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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