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미스? 골드미스가 세상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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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584회 작성일 11-01-0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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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수입차, 여행에서 레스토랑까지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
경제력 갖고 싱글라이프를 여유롭게 즐기는 노처녀들.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여자 나이 서른이 넘으면 ‘쯧쯧쯧…’ 하는 어른들의 혀 차는 소리를 들어야 했는데 말이다. 뒤에서는 “저거, 어디 재취 자리라도 알아봐야 하는 거 아녀?” 하는 근심 어린 쑥덕거림이 이어졌다. 나이 많은 딸자식은 안팎으로 골칫거리였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따가운 눈총을 온몸으로 받아내느라 가뜩이나 허한 기력이 더 축 처지곤 했다.
직장, 돈, 자기계발을 아끼지 않는 독신여성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집안의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30대가, 그것도 30대 중·후반의 여성이 ‘금값’으로 대접받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미스(Gold Miss)’라는 신조어와 함께 양 어깨에 생각지도 못한 찬란한 날개를 달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와 경제력 향상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남녀 모두에게 균등하게 주어진 교육의 기회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부추겼고 이는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토대가 됐다. 사법시험 수석이 3년 내리 여성이었던 것을 비롯해 몇 년 전부터 8개 국가고시 수석은 여성이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언론계, 정계, 재계도 여풍(女風)이 거세다. 최근 5년 동안 여성 CEO의 증가율도 남성보다 4.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현재 부하직원을 둔 국내 여성사업주는 24만2천 명에 달한다.
때문에 여성의 나이가 30대 중·후반이라고 무조건 골드미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경제력이다. 누가 처음 정의한 것인지는 몰라도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에 태어나, 탄탄한 직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독신 생활을 즐기며 자기계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독신여성’이 골드미스라고 한다. 구체적 자격 요건은 ‘대졸 이상의 학력, 전문직 종사자, 연봉 4천만원 이상, 아파트 혹은 개인자산 8천만원 이상, 취미는 골프나 해외여행’이란다. 하지만 여기서 학벌은 골드미스를 가늠하는 요건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취미 또한 골프나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열심히 찾아다니며 즐기는 사람이라면 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TV드라마 ‘달자의 봄’의 오달자(채림)도 골드미스라고 할 수 있다. ‘나이 서른셋. 홈쇼핑채널 MD(Merchandiser: 상품기획자), 24평 아파트(전세)와 자가용(코란도) 소유, 맛집 찾기가 취미’ 등의 구색을 갖췄기 때문이다.
여하튼 돈은 쏠쏠히 벌지만 딸린 식구가 없어 늘 주머니가 두둑한 그녀들은 이제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미 세계는 그녀들을 주목하고 있다. 올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권력방정식의 이동’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도 이와 같은 세계적 흐름이 반영됐다. 독신경제를 뜻하는 ‘싱글이코노미(Single Economy)’를 새로운 이슈로 주목했다. 다보스포럼 측은 “오늘날 전세계 부유한 도시를 지배하고 형성하는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전문성을 지닌 20~30대 독신자”라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특히 비중이 높아지는 젊은 독신여성 사회와 소비 패턴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흥미진진하게 논의했다.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과 문화 트렌드를 창출하는 주체인 골드미스를 향한 업계의 구애 전쟁은 시작됐다. 그녀들은 마케터들의 집중 관심 대상이다. LG경제연구원 이연수 연구원은 “경제적 여유는 있으나 시간적 여력이 많지 않은 골드미스는 자기 자신을 위해 화끈하게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들을 향한 구애 작전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패션, 화장품 업계뿐만 아니다. 그동안 싱글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삼지 않았던 금융, 자동차, 디지털통신 업체들도 골드미스를 위한 새로운 상품을 앞 다투어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은 신관 2층을 ‘드리스 반 노튼’ ‘알렉산더 매퀸’ 등 젊은 감각의 명품 브랜드 위주로 개편했다. 특별한 명품을 찾는 골드미스를 잡기 위해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리어우먼 클럽’도 신설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얼마 전 화장품, 생활가전 등 여성 관련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쉬 앤 스타일 펀드’를 선보였다. 국민은행의 ‘명품 여성통장’ ‘삼성 투자미인 자산배분 혼합형 펀드’ 등도 여성을 타깃으로 한 금융상품이다.
여행 업계의 움직임도 발 빠르다. 이미 한 해 전체 예약에서 여성의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나투어는 최근 여성들이 선호하는 아이템만 모은 여성 전용 해외 여행상품을 마련했다. 여성 전용 상품은 편하고 안전하게 관광과 쇼핑을 즐기고 스파 등 미용과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을 선호하고 있다.
골드미스들이 동남아 지역에서 선호하는 여행지는 일본과 홍콩 등. 주말여행 대부분은 홍콩을 중심으로 한 ‘쇼핑여행’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온천여행’이다. 1백만~5백만원대 유럽 예술·명품 관광도 골드미스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명품 공장이나 매장을 둘러보는 상품이다. 모두투어는 명품 관광을 담당하는 주얼리모두사업부를 중심으로 골드미스를 특별 관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인터넷 여행그룹 투어익스프레스는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총망라해 검색할 수 있는 통합 검색 서비스 개시를 기념해, 지난 3월 ‘골드미녀 여행을 떠나다’ 체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금융, 디지털, 여행, 외식, 호텔, 드라마도 골드미스 열풍
외식 업계에서도 골드미스의 파워는 막강하다. 주말 브런치(아침 겸 점심) 식당이 청담동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다. 주말 늦잠을 잔 뒤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자 하는 골드미스들에게는 제격이기 때문이다. 이외에 전 좌석을 바 형태로 배치한 싱글족을 위한 스테이크 전문점 ‘페퍼런치’도 성업 중이다.
‘햇반’ 등 오븐이나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요리되는 1인용 인스턴트식품이나 고급형 원룸, 소형 TV와 냉장고 등 1인용 가구의 증가도 늘어나는 골드미스와 관계가 깊다. 햇반은 2000년 2백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이 현재 4배 이상 증가했다.
애완동물 시장은 1조 8천억원대로 급성장했다. 소비자의 적지 않은 수가 혼자 사는 외로움을 달래려는 독신여성들이다. 직장에 다니느라 주중 청소를 하기 힘든 싱글들을 위한 로봇청소기 판매도 꾸준하다.
여성 운전자들이 날로 증가하는 속에서 자동차 업계는 여성 운전자를 위한 다양한 편의장치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GM대우의 경차 ‘마티즈’는 화장품과 여러 가지 액세서리를 들고 다니는 여성 운전자를 위해 자동차 내에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하이힐을 벗어놓을 수 있는 시트 언더 트레이와 컵홀더, 화장거울, 쇼핑 훅, 글로브 박스, 2개의 다용도 박스, 선글라스 홀더 등 27가지 수납공간이 구비돼 있다. GM대우 경차 브랜드 운영팀 윤희정 부장은 “여성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아기자기하면서도 여성에게 꼭 필요한 사양을 여러 가지 개발했다”며 “특히 화장거울은 출퇴근 정차시 짧은 시간에 화장을 하거나 고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는 소형차 ‘모닝’의 승차 높이를 일반 세단보다 20~30㎝ 높은 80㎝로 올려 치마 입은 여성들이 내릴 때 속옷이 보이지 않도록 배려했다.
호텔 업계도 마찬가지. 여성들을 위한 파격 대우를 통해 골드미스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워커힐호텔은 ‘스프링 레이디스 플래저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다. 일반 객실 패키지는 2인 기준이지만 이 상품은 3인 패키지로, 여성이 친구들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상품 구성도 스위트룸, 고급 와인, 코즈메틱, 네일아트 서비스 등을 포함하고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 지난 3월 중순부터 5곳의 레스토랑과 바에서 여성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페닌슐라에서는 3인 이상 여성 고객으로만 구성한 테이블에 스파게티나 피자 이용권 1장을 주고 주말에는 20% 할인까지 해준다. 또 보비런던에서는 화·목요일 여성 고객 테이블에 보드카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롯데호텔서울 델리카한스 권진화 지배인은 “골드미스들은 식당을 이용한 후 자신의 경험을 주변인들에게 빠르게 전달하기 때문에 입소문 효과와 함께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맨해튼 그릴과 카페 엘리제는 여성 고객만 대상으로 점심식사 가격을 할인해준다. 월·화요일은 맨해튼그릴에서, 수·목요일은 카페 엘리제에서 여성 2인 식사시 50% 할인, 3인 이상은 30% 할인해준다. 서울 독산동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그랑아는 매주 화·수요일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입장하는 모든 여성 고객에게 맥주와 칵테일을 무료로 무제한 제공한다. 물론 남성 고객과 함께 온 여성은 혜택에서 제외된다.
대중문화에서 골드미스는 이미 휘황찬란한 붉은색 카펫을 밟고 있다. ‘달자의 봄’의 오달자뿐 아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여주인공이 30대 중·후반의 노처녀로 설정된 경우가 크게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예지원, ‘여우야 뭐하니’의 고현정, ‘사랑에 미치다’의 이미연 등.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는 한결같이 이들 노처녀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사랑의 대상은 모두 꽃미남 연하남들이라는 점이다. 과거 같으면 이모나 고모쯤으로 등장했을 30대 중·후반의 완숙한 여배우들이 지금은 당당히 멜로물의 여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물론 이 같은 트렌디 드라마를 집필하는 드라마 작가들 중에는 이 나이대의 싱글 여성이 상당수라는 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자신들의 판타지를 작품에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1차적으로는 드라마를 연출하는 PD로부터, 2차적으로는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그만큼 우리 사회에 연하남 꽃미남들을 사랑에 빠지게 할 수 있는 30대 언니들이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출판계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미 수년간 출판계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독신여성을 위한 시, 소설, 수필, 자기계발서, 재테크서, 여행서적 등은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칙릿(Chick-Lit)에 이어 칙빈(Chick-Bin)이 뜨고 있다. 칙릿은 여성을 표현하는 속어인 ‘Chick’와 문학 ‘Literature’의 합성어로 젊은 여성을 겨냥한 문학을 뜻한다. 또 칙빈은 젊은 여성을 위한 재테크와 자기계발서(Business & Investment)를 의미한다. 출판의 주요 소비층이 젊은 여성임을 대변하는 동시에 칙빈이 인기를 끄는 것은 곧 골드미스들이 소비 지향적이지만은 않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편이 없는 그녀들은 노후 대책도 혼자 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신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결혼을 할지 안 할지는 지금 현재로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를 좌우할 수 있는 힘, 여성!
골드미스는 그래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초라하지 않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영화 ‘넘버 3’에서 한석규가 아내 이미연에게 던진 대사를 기억하는가. “백조가 겉으로는 우아해 보이지. 그런데 물 밑은 어떤 줄 알아? 졸라 헤엄치고 있어. 사는 게 그런 거야.” 물론 한석규의 이 대사는 골드미스를 향한 게 아니다. 하지만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겉으로는 세련되고 우아해 보이는 골드미스 역시 나 홀로 지내는 외로움과 더불어 앞으로도 뭐든 혼자 씩씩하게 헤쳐나가야 하는 현실 때문에 번뇌하는 시간이 많다. 그녀들은 요즘 뜨는 펀드 상품이나 아파트 등 부동산에도 관심이 많다.
건강에 대한 관심 또한 뜨겁다. 누가 돌봐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건강을 챙기려는 강박관념이 생긴다. 서울 시내의 수많은 피트니스 클럽의 주 고객 중 하나도 이들이다. 몸에 좋다는 온갖 건강식품을 챙겨 먹어 ‘건강염려증’이 염려되는 여성도 적지 않을 정도. 때문에 그녀들을 타깃으로 한 건강식품 시장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는 이유진씨(38)는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집에서 쓰러진다고 할 때 곁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두렵다”며 “ 때문에 내 건강은 내 스스로 평소 잘 유지해놔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씨는 평일 중 사흘은 요가를, 주말에는 등산과 반신욕을 한다고 한다. 물론 매일 아침 집으로 배달되는 건강식품도 빼놓지 않고 챙겨 먹는다.
최근 몇 년 사이 거세게 불고 있는 뮤지컬의 활황 역시 골드미스의 영향이 크다. 미래를 위한 재테크는 물론,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아 문화 생활에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뮤지컬 티켓을 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미래학자 페이스 팝콘은 이브(Eve)가 세상의 움직임을 좌우할 여성으로 진화(Evolution)한다는 의미로, 앞으로의 시대를 이브올루션(EVEolution)이라 칭했다. 즉, 여성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여성의 사고방식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견해다.
‘골드미스’는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여성의 입김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이고 파워풀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확신을 더하는 것은 청소년을 비롯한 신세대들의 결혼관이다. 2005년 10월 서울시가 25~39세 여성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자녀 양육 환경’에 의하면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 10명 중 4명은 ‘꼭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응답했다. 또 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전국의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고등학생 1만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학생 10명 중 9명은 ‘인생에 있어 결혼은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미래로 갈수록 결혼보다는 일이든 여가든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데 더 비중을 두는 골드미스가 확산될 것임을 암시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경제력 갖고 싱글라이프를 여유롭게 즐기는 노처녀들.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여자 나이 서른이 넘으면 ‘쯧쯧쯧…’ 하는 어른들의 혀 차는 소리를 들어야 했는데 말이다. 뒤에서는 “저거, 어디 재취 자리라도 알아봐야 하는 거 아녀?” 하는 근심 어린 쑥덕거림이 이어졌다. 나이 많은 딸자식은 안팎으로 골칫거리였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따가운 눈총을 온몸으로 받아내느라 가뜩이나 허한 기력이 더 축 처지곤 했다.
직장, 돈, 자기계발을 아끼지 않는 독신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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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와 경제력 향상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남녀 모두에게 균등하게 주어진 교육의 기회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부추겼고 이는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토대가 됐다. 사법시험 수석이 3년 내리 여성이었던 것을 비롯해 몇 년 전부터 8개 국가고시 수석은 여성이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언론계, 정계, 재계도 여풍(女風)이 거세다. 최근 5년 동안 여성 CEO의 증가율도 남성보다 4.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현재 부하직원을 둔 국내 여성사업주는 24만2천 명에 달한다.
때문에 여성의 나이가 30대 중·후반이라고 무조건 골드미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경제력이다. 누가 처음 정의한 것인지는 몰라도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에 태어나, 탄탄한 직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독신 생활을 즐기며 자기계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독신여성’이 골드미스라고 한다. 구체적 자격 요건은 ‘대졸 이상의 학력, 전문직 종사자, 연봉 4천만원 이상, 아파트 혹은 개인자산 8천만원 이상, 취미는 골프나 해외여행’이란다. 하지만 여기서 학벌은 골드미스를 가늠하는 요건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취미 또한 골프나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열심히 찾아다니며 즐기는 사람이라면 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TV드라마 ‘달자의 봄’의 오달자(채림)도 골드미스라고 할 수 있다. ‘나이 서른셋. 홈쇼핑채널 MD(Merchandiser: 상품기획자), 24평 아파트(전세)와 자가용(코란도) 소유, 맛집 찾기가 취미’ 등의 구색을 갖췄기 때문이다.
여하튼 돈은 쏠쏠히 벌지만 딸린 식구가 없어 늘 주머니가 두둑한 그녀들은 이제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미 세계는 그녀들을 주목하고 있다. 올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권력방정식의 이동’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도 이와 같은 세계적 흐름이 반영됐다. 독신경제를 뜻하는 ‘싱글이코노미(Single Economy)’를 새로운 이슈로 주목했다. 다보스포럼 측은 “오늘날 전세계 부유한 도시를 지배하고 형성하는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전문성을 지닌 20~30대 독신자”라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특히 비중이 높아지는 젊은 독신여성 사회와 소비 패턴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흥미진진하게 논의했다.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과 문화 트렌드를 창출하는 주체인 골드미스를 향한 업계의 구애 전쟁은 시작됐다. 그녀들은 마케터들의 집중 관심 대상이다. LG경제연구원 이연수 연구원은 “경제적 여유는 있으나 시간적 여력이 많지 않은 골드미스는 자기 자신을 위해 화끈하게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들을 향한 구애 작전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패션, 화장품 업계뿐만 아니다. 그동안 싱글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삼지 않았던 금융, 자동차, 디지털통신 업체들도 골드미스를 위한 새로운 상품을 앞 다투어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은 신관 2층을 ‘드리스 반 노튼’ ‘알렉산더 매퀸’ 등 젊은 감각의 명품 브랜드 위주로 개편했다. 특별한 명품을 찾는 골드미스를 잡기 위해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리어우먼 클럽’도 신설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얼마 전 화장품, 생활가전 등 여성 관련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쉬 앤 스타일 펀드’를 선보였다. 국민은행의 ‘명품 여성통장’ ‘삼성 투자미인 자산배분 혼합형 펀드’ 등도 여성을 타깃으로 한 금융상품이다.
여행 업계의 움직임도 발 빠르다. 이미 한 해 전체 예약에서 여성의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나투어는 최근 여성들이 선호하는 아이템만 모은 여성 전용 해외 여행상품을 마련했다. 여성 전용 상품은 편하고 안전하게 관광과 쇼핑을 즐기고 스파 등 미용과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을 선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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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디지털, 여행, 외식, 호텔, 드라마도 골드미스 열풍
외식 업계에서도 골드미스의 파워는 막강하다. 주말 브런치(아침 겸 점심) 식당이 청담동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다. 주말 늦잠을 잔 뒤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자 하는 골드미스들에게는 제격이기 때문이다. 이외에 전 좌석을 바 형태로 배치한 싱글족을 위한 스테이크 전문점 ‘페퍼런치’도 성업 중이다.
‘햇반’ 등 오븐이나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요리되는 1인용 인스턴트식품이나 고급형 원룸, 소형 TV와 냉장고 등 1인용 가구의 증가도 늘어나는 골드미스와 관계가 깊다. 햇반은 2000년 2백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이 현재 4배 이상 증가했다.
애완동물 시장은 1조 8천억원대로 급성장했다. 소비자의 적지 않은 수가 혼자 사는 외로움을 달래려는 독신여성들이다. 직장에 다니느라 주중 청소를 하기 힘든 싱글들을 위한 로봇청소기 판매도 꾸준하다.
여성 운전자들이 날로 증가하는 속에서 자동차 업계는 여성 운전자를 위한 다양한 편의장치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GM대우의 경차 ‘마티즈’는 화장품과 여러 가지 액세서리를 들고 다니는 여성 운전자를 위해 자동차 내에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하이힐을 벗어놓을 수 있는 시트 언더 트레이와 컵홀더, 화장거울, 쇼핑 훅, 글로브 박스, 2개의 다용도 박스, 선글라스 홀더 등 27가지 수납공간이 구비돼 있다. GM대우 경차 브랜드 운영팀 윤희정 부장은 “여성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아기자기하면서도 여성에게 꼭 필요한 사양을 여러 가지 개발했다”며 “특히 화장거울은 출퇴근 정차시 짧은 시간에 화장을 하거나 고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는 소형차 ‘모닝’의 승차 높이를 일반 세단보다 20~30㎝ 높은 80㎝로 올려 치마 입은 여성들이 내릴 때 속옷이 보이지 않도록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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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 지난 3월 중순부터 5곳의 레스토랑과 바에서 여성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페닌슐라에서는 3인 이상 여성 고객으로만 구성한 테이블에 스파게티나 피자 이용권 1장을 주고 주말에는 20% 할인까지 해준다. 또 보비런던에서는 화·목요일 여성 고객 테이블에 보드카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롯데호텔서울 델리카한스 권진화 지배인은 “골드미스들은 식당을 이용한 후 자신의 경험을 주변인들에게 빠르게 전달하기 때문에 입소문 효과와 함께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맨해튼 그릴과 카페 엘리제는 여성 고객만 대상으로 점심식사 가격을 할인해준다. 월·화요일은 맨해튼그릴에서, 수·목요일은 카페 엘리제에서 여성 2인 식사시 50% 할인, 3인 이상은 30% 할인해준다. 서울 독산동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그랑아는 매주 화·수요일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입장하는 모든 여성 고객에게 맥주와 칵테일을 무료로 무제한 제공한다. 물론 남성 고객과 함께 온 여성은 혜택에서 제외된다.
대중문화에서 골드미스는 이미 휘황찬란한 붉은색 카펫을 밟고 있다. ‘달자의 봄’의 오달자뿐 아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여주인공이 30대 중·후반의 노처녀로 설정된 경우가 크게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예지원, ‘여우야 뭐하니’의 고현정, ‘사랑에 미치다’의 이미연 등.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는 한결같이 이들 노처녀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사랑의 대상은 모두 꽃미남 연하남들이라는 점이다. 과거 같으면 이모나 고모쯤으로 등장했을 30대 중·후반의 완숙한 여배우들이 지금은 당당히 멜로물의 여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물론 이 같은 트렌디 드라마를 집필하는 드라마 작가들 중에는 이 나이대의 싱글 여성이 상당수라는 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자신들의 판타지를 작품에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1차적으로는 드라마를 연출하는 PD로부터, 2차적으로는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그만큼 우리 사회에 연하남 꽃미남들을 사랑에 빠지게 할 수 있는 30대 언니들이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출판계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미 수년간 출판계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독신여성을 위한 시, 소설, 수필, 자기계발서, 재테크서, 여행서적 등은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칙릿(Chick-Lit)에 이어 칙빈(Chick-Bin)이 뜨고 있다. 칙릿은 여성을 표현하는 속어인 ‘Chick’와 문학 ‘Literature’의 합성어로 젊은 여성을 겨냥한 문학을 뜻한다. 또 칙빈은 젊은 여성을 위한 재테크와 자기계발서(Business & Investment)를 의미한다. 출판의 주요 소비층이 젊은 여성임을 대변하는 동시에 칙빈이 인기를 끄는 것은 곧 골드미스들이 소비 지향적이지만은 않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편이 없는 그녀들은 노후 대책도 혼자 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신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결혼을 할지 안 할지는 지금 현재로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를 좌우할 수 있는 힘, 여성!
골드미스는 그래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초라하지 않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영화 ‘넘버 3’에서 한석규가 아내 이미연에게 던진 대사를 기억하는가. “백조가 겉으로는 우아해 보이지. 그런데 물 밑은 어떤 줄 알아? 졸라 헤엄치고 있어. 사는 게 그런 거야.” 물론 한석규의 이 대사는 골드미스를 향한 게 아니다. 하지만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겉으로는 세련되고 우아해 보이는 골드미스 역시 나 홀로 지내는 외로움과 더불어 앞으로도 뭐든 혼자 씩씩하게 헤쳐나가야 하는 현실 때문에 번뇌하는 시간이 많다. 그녀들은 요즘 뜨는 펀드 상품이나 아파트 등 부동산에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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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거세게 불고 있는 뮤지컬의 활황 역시 골드미스의 영향이 크다. 미래를 위한 재테크는 물론,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아 문화 생활에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뮤지컬 티켓을 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미래학자 페이스 팝콘은 이브(Eve)가 세상의 움직임을 좌우할 여성으로 진화(Evolution)한다는 의미로, 앞으로의 시대를 이브올루션(EVEolution)이라 칭했다. 즉, 여성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여성의 사고방식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견해다.
‘골드미스’는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여성의 입김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이고 파워풀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확신을 더하는 것은 청소년을 비롯한 신세대들의 결혼관이다. 2005년 10월 서울시가 25~39세 여성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자녀 양육 환경’에 의하면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 10명 중 4명은 ‘꼭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응답했다. 또 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전국의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고등학생 1만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학생 10명 중 9명은 ‘인생에 있어 결혼은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미래로 갈수록 결혼보다는 일이든 여가든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데 더 비중을 두는 골드미스가 확산될 것임을 암시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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