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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 뭐 어떻습니까? 또 하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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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mile 댓글 0건 조회 1,079회 작성일 14-10-16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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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박사의 건강칼럼] 


새해입니다. 달력 하나가 다 지나가고 다시 새로운 '1'로 돌아왔습니다. 시간은 저 먼 곳을 향해 직선(물리학에서는 곡선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으로 흐르는 강 같은 것일 텐데, 되돌아 다시 1을 그리는 달력을 들여다보노라면 물리학에서 뭐라 하든 시간의 흐름은 그저 회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시 한번 새로운 시작이라니 멋진 일이 아닙니까?

저처럼 새해를 새로운 시작으로 삼는 이들이 분명 많을 테지요. 그 중에서는 올해야말로 계획했던 무언가를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이들도 많을 테고요. 건강을 위해 아침운동을 시작하겠다 다짐하는 이도 있을 터이고, 여성이라면 다이어트에 성공하겠다고 마음을 다잡기도 하겠지요. 아직도 담배를 피우는 이가 있다면 주변의 따가운 눈총에 올해야말로 기필코 담배를 끊어내겠다고 수십 번 되뇌었을 결심을 또 한번 더 되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뒤따라오는 말이 있지요. '작심삼일(作心三日)'입니다. 새해 초장부터 남의 의지에 이렇게 초를 치느냐고 타박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우리의 많은 새해 계획들 상당수는 작심삼일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처음에는 당장이라도 이루어낼 듯 의지가 충만하다가도, 삼일을 넘기고 나면 어째서인지 이런저런 사정들이 생겨나 결국 흐지부지 되기 싶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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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 작심삼일 증상은 지극히 정상적인 뇌의 반응으로, 당신의 뇌가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애연가에게 금연,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이어트, 아침잠이 많은 이에게 아침 운동은 모두 강력한 스트레스가 됩니다. 좋은 걸 참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우리의 뇌는 스트레스를 참아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금연을 결심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성적이고 목표지향적인 뇌의 신피질은 '건강을 위해 참고 견디자'고 하겠지만, 본능에 충실한 변연계 혹은 구피질은 '피우고 싶다' 외칩니다. 물론, 신피질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처음 얼마간은 변연계의 유혹을 쉽게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신피질의 의지는 차츰 힘을 잃게 되고 마침내 변연계의 유혹에 무릎을 꿇게 되지요. 보통 그 한계가 3일입니다.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부신 피질의 방어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의 한계가 3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혹시 이번에도 작심삼일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하더라도 너무 자책하지는 마세요. 의지박약 때문이 아니라 뇌의 자연스러운 작용 때문입니다. 작심삼일의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면 잠시 브레이크를 밟고 뇌를 쉬게 해주세요. 그리고 다시 도전하면 됩니다. 첫번째 스트레스보다 두번째 스트레스는 더욱 견디기 쉬워질 테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프로그램을 제시해 줄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인 금연코스를 밟는 것입니다.

다른 모든 작심(作心)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지만으로 자신을 몰아치기보다는 우선, 자신을 도와줄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방법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인간이 스트레스와 마냥 싸워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만약 끝까지 스트레스를 버티기만 한다면 결국 뇌의 피로를 가중시켜 건강까지 해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들어 주변에 "장기적으로 멀리 봐야 하는 계획일수록 수월하게, 그리고 조금은 엉성하게 짜라"는 충고를 자주 하곤 합니다. 뜻밖이지요? 그러나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여유와 관용이 관건입니다. 한 모금의 담배도, 한입의 케이크도 용서 못한다는 모질고 독한 마음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하면 여유를 잃게 되고 쉽게 지쳐 나가떨어지게 됩니다. 완벽을 기할수록 한번의 실수에 크게 좌절하고 실망하게 되지요. 저는 이것을 '뇌피로'라고 부릅니다. 이 같은 뇌피로가 쌓이면, 창의력과 에너지가 고갈되고, 스트레스에 약해져 쉽게 건강도 잃을 수 있습니다.

이번 새해에는 무엇이든 여유있고 느긋하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도전해 보세요. 어쩌다 한번 실패해도, 계획이 틀어진다 해도 크게 낙담하실 건 없습니다. 한번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또 어떻습니까? 내일이 있으니 꾸준히 해보세요. '수십 번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해 내겠지' 이렇게 느긋하게 마음 먹기 바랍니다. 다 잘하고 있는데 단지 금연만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입니다.
현대인은 자신을 너무도 조이고 삽니다. 그래서 늘 지치고 피곤합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늘 긴장하고 있는 우리의 뇌에도 피로가 가득할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피로가 모여 사회의 피로가 되지요. 우리 사회가 이렇게 피로한 이유는 우리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 갑오년의 첫출발은 좀 느긋하고, 여유있고, 부드럽게 시작해봅시다. 출발선에 섰을 때 갑자기 엑셀을 밟게 되면 차가 오래 못 가고 고장나기 쉽습니다. 서서히 가속페달을 밟아야 차에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올해야말로 의지와 감정 모두에 충실할 수 있는, 그래서 뇌와 마음도 건강한 한 해가 되시길 소망합니다.

칼럼니스트 : 이시형 박사(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삼성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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