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뒤덮인 미국 네바다주 산악 지대에서 조난된 가족 6명이 영하 29도의 혹한에도 동상조차 걸리지 않은 채 사흘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3~10세 어린이 4명이 포함된 이 가족의 생존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난 시 대처 방법의 모범 사례'라며 격찬하고 있다.
네바다주 러브록에 사는 제임스 글랜턴(34)과 크리스티나 매타이어(25) 커플은 지난 8일 오전(이하 현지 시각) 두 자녀와 조카 2명을 데리고 겨울 여행에 나섰다가 지프차가 미끄러져 길옆으로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다친 이는 없었지만 사고 지점은 인가도 없고 휴대전화 신호조차 잡히지 않는 해발 2278m 폐광 지역이었다. 가장 가까운 마을과 거리가 27㎞나 됐다. 게다가 이 지역은 최저기온이 영하 29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추운 지역이었다. 이 가족은 구조대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걸어나가 구조를 요청하지 않고 뒤집힌 차를 피난처 삼아 끈질기게 구조대를 기다렸다.
구조 후 진료를 맡은 더글러스 바첵 박사는 "겨울철 조난 사고 때 흔히 남편이 구조를 요청하러 갔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2차 사고가 잦은데, 이 가족은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난당하자마자 나뭇가지를 모아 차 옆에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다. 여행을 떠날 때 두툼한 겨울옷과 비상식량을 챙긴 것도 도움이 됐다. 전문가들이 극찬한 생존법은 따로 있었다. 이들은 밤에 차 안 온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낮에 모닥불로 달궈놓은 돌멩이를 스페어타이어에 채워넣어 난로 대용으로 썼다. CNN은 "어떤 전문가도 예상치 못한 환상적인 임기응변"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