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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inceton 댓글 0건 조회 1,632회 작성일 10-08-0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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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께의 도쿄(東京). 당신은 자동운행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를 타고 나리타(成田) 공항으로 향한다. 자동차가 러시아워의 혼잡을 뚫고 자동주행하는 동안 당신은 회사 업무를 처리한다. 시계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회사의 인도네시아 채광 현장이 3-D 화면으로 펼쳐진다. 시계 속의 디지털 도우미에게 환율 변동이 광산투자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묻자 상냥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결과를 읽어준다.
이어 도우미에게 안과 예약을 지시한다(최근 안경이 새로 시력검사할 때가 됐음을 안과에 통보했다). 나리타에 가까워지자 자동차가 비행기의 연착을 알려준다. 예약 변경을 위해 공항 터미널로 향하자 자동차로부터 당신의 도착을 통보받은 화물수속 담당 직원들이 당신을 기다린다.
이것은 그리드라 알려진 새로운 컴퓨팅 모델로 가능해질 삶의 일부를 보여준 것이다. 전력망(electrical-power grid)의 개념에서 따온 이 용어는 다수의 서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복잡한 연산작업을 여러 서버에서 분산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美 아르곤 국립연구소의 이언 포스터나 서던 캘리포니아大 정보과학연구소의 칼 케셀먼 같은 그리드의 창시자에 따르면 그리드는 이전에는 슈퍼 컴퓨터로만 가능했던 복잡한 일들을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리드는 투자가 적게 들기 때문에 먼저 기업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 소비자들에게까지 보급될 것이다. 인터넷이 그리드에 자리를 내주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리드 네트워크는 이미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전에는 호환성이 없었던 컴퓨터 시스템들간의 ‘범용 통역기’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정보를 가지고 문제를 도식화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도쿄의 과학자들은 거리에서 휴대폰에 장착된 디지털 카메라로 여성의 피부 사진을 찍어 실험실로 전송한 다음 그것을 분석해 개인에게 맞는 화장품을 즉석에서 조언해주는 시스템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가상의 세일즈맨이 주인공 톰 크루즈를 스캔해 그가 최근에 구매했던 옷과 어울릴 만한 아이템을 추천해주는 장면을 실생활에서 구현한 것이다. 실제로 액센추어 컨설팅社는 이미 ‘온라인 의상실’을 준비하고 있다. 이것은 옷에 스마트칩을 달아서 어울리는 옷끼리 스스로 코디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은행·대형 제약회사 같은 기업체들은 모두 그리드 시스템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대부분의 업무용 서버는 하루 중 30%만 가동되며, 일반 PC는 전체 성능의 5% 정도만 사용된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마이크로소프트·IBM·휼릿 패커드(HP) 같은 회사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야간에 유휴 상태의 컴퓨터들을 홍콩에서 활용하거나, 한 회사 내의 모든 컴퓨터를 연결해 하나의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그리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화상회의가 발달해 재택근무가 보편화될 것이며, 온라인 세일즈의 효율성이 높아져 여행사와 증권사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사물과 사람에 이식된 스마트칩과 무선기술이 통합되면 모든 것이 변하게 될 것이다. 체내에 이식되는 바이오칩(이미 美 식품의약국의 허가를 받았다)은 그리드를 통해 심장박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의사에게 보낼 수 있게 된다. 자동차 메이커는 고객의 차량에 장착된 스마트칩을 이용해 차와 고객의 운전습관까지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의 자동차에 대한 디지털화된 정보가 그리드에도 저장돼, 이를 통해 정비소는 엔진 고장을 발견하고 경찰은 사용자의 과속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면 여기에는 ‘빅 브러더’와 같은 측면도 없지 않다. 그리드의 어두운 면은 이미 조지 오웰과 필립 K. 딕과 같은 작가들에 의해 파헤쳐졌다. 필립 K. 딕이 1956년 출간한 동명의 단편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세상 어디에나 그리드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주인공은 개별 맞춤형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고, 경찰이 워싱턴 D.C. 근처의 그물처럼 얽힌 자동화 고속도로에서도 주인공의 차를 찾아낸다. 사생활 보호론자들은 이러한 종류의 사생활 침해가 2012년이면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리드의 보안을 보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부인이 내부 네트워크에 들어올 수 없도록 차단하는 방화벽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보안 모델은 개인이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항상 연결돼 있지 않으면 아무도 혜택을 보지 못하는 복잡한 네트워크에서는 독자적으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따라서 개발자들은 인증받은 유저 여부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고 인증받은 유저들의 시스템 접속 가능 수준까지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망막 스캔과 같은 생체측정 기술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리드 컴퓨팅의 걸림돌은 공통언어뿐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법적인 문제(그리드에 의해 자동 운전되는 차가 사고를 냈을 경우 누구의 잘못인가), 지불 문제(인디애나州에 있는 PC의 기능을 대만의 누군가가 끌어다 썼다면 어떻게 요금을 징수해야 하는가) 등도 걸려 있다. 텔레콤 업계의 혼란으로 초고속통신망의 보급이 늦춰진다면 글로벌 그리드의 출현도 2012년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 “ 그리드가 인텔이나 시티은행·GM 등에 도입될지도 모르지만 가정에서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가트너 데이터퀘스트社의 짐 캐셀 부사장은 말했다.
그리드가 도입되면 IBM의 그리드 컴퓨팅 담당자 톰 호크의 말마따나 ‘포스트 테크놀로지’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우리가 작동원리도 알지 못하고 전기를 사용하듯, 컴퓨터의 기능은 전력망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컴퓨터의 기능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질 것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데이터는 엔지니어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해질 것이다. 그리드는 스스로 관리하고, 문제점을 진단하고, 보수하는 능력을 갖춰, 이상이 생길 때 우리에게 알려주고 고치는 방법까지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이다. IDC의 댄 쿠즈네츠키 시스템-소프트웨어 리서치 부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네트워크가 복잡해짐에 따라 사람들은 문제가 생겼는지조차 파악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문제를 진단하는 ‘대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대형 컴퓨터에는 10년 전부터 이와 같은 소프트웨어가 있었다. IBM의 컴퓨터는 스스로 이상을 찾아내 보수를 요청할 수 있다.” 인간처럼 의사소통이 가능한 기계들과, 그리드를 감독할 수 있는 대행 소프트웨어의 존재는 영화 ‘매트릭스’에 나온 공상과학의 미래처럼 으스스하게 들린다. 첨단기술의 미래는 위험과 약속 두가지 측면을 모두 내포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인간들은 매트릭스의 주인공처럼 이같은 미래를 주도할 새로운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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