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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우월감이 조성하는 끝없는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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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inceton 댓글 0건 조회 1,535회 작성일 10-08-1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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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에 반하는 민족주의가 대두하면서 타인종 혐오에 따른 폭력 등 차별행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인종적 자만심과 우월감이라는 정신적 질병을 치료하지 않는 한, 인종차별의 종식은 아직 요원하다.
1789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코이산’(또는 ‘코이코이’)족에 한 아이가 태어났다. 사르티에 바트만이라는 이름의 소녀는 여느 원주민 아이들처럼 초원을 뛰놀며 자랐다. 누구도 그녀의 인생이 스무 살을 넘기자마자 갈기갈기 찢길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1810년 바트만은 “돈을 벌게 해 주겠다”며 유혹한 영국인에 이끌려 런던으로 갔다. 그러나 돈은커녕 그녀는 기괴하게 생긴 동물 취급을 받으며 유럽을 돌아야 했다. 백인들과 달리 까만 피부에 툭 불거져 처진 눈두덩이, 큰 가슴과 뒤로 튀어나온 엉덩이를 가졌다는 이유에서였다. ‘호텐토트(코이코이를 의미하는 네덜란드어)의 비너스’라고 불리던 바트만은 유럽인들의 뒤틀린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벌거벗은 채 술집에서 춤을 췄다. 심지어 동물 조련사에게 팔려 서커스단에 끌려 다니기까지 했다. 결국 사창가에 넘겨진 그녀는 1816년 스물 다섯의 나이로 알코올 중독, 매독, 결핵 등에 감염되어 프랑스 파리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는다.
프랑스 의사들은 과학적 검증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바트만의 시체를 석고모형으로 뜨고 해부했다. 고통스런 얼굴로 눈을 감은 채 서 있는 그녀의 나체 모형은 파리 인류 박물관에 진열됐다. 발라놓은 뼈와 뇌, 생식기 역시 1976년까지 그곳에 전시됐다.
바트만이 고국의 품에 안긴 것은 지난 5월. 자국의 재산이라며 돌려주지 않던 프랑스가 바트만의 유해를 본국으로 송환했다. 1994년 취임한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7년 간 끈질긴 반환 요청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200년이 지나서야 치러진 장례식에서 사람들은 무엇보다 그녀의 유해에 옷 입히는 의식을 정성스럽게 거행했다. 살아서는 물론이고 죽어서도 사람들의 눈요깃감이었던 그녀에게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돌려준다는 의미에서였다.1854년 미국인의 꾐에 넘어가 미국과 유럽의 구경거리가 된 멕시코 인디언 여성 줄리아 파스트라나는 ‘사람과 오랑우탄의 혼혈’이라는 비참한 별명을 가졌다. 얼굴이 흉하게 생기고 온 몸이 털로 뒤덮인 그녀 역시 동물처럼 끌려 다니다가 5년 뒤 아이를 낳다 숨졌다. 잔인한 사람들은 산모와 아기 시체를 미라로 만들어 또 다시 돈벌이에 이용했고, 이는 1970년까지 계속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는 다른 인종들을 격리시키기 위해 일부를 박제로 만들어 전시하기도 했다. 지난 2000년에는 스페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신원 미상의 코이산족 사냥꾼이 보츠와나에 반환되었다.
이것을 굳이 남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구한 말 1907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박람회에 살아있는 조선 사람이 진열된 것이다. 상투를 튼 남성과 장옷·한복을 입은 여성이 눈을 끔뻑거리며 서 있었다. ‘조선 사람’이 ‘조선 동물’로 비하된 데 격분한 조선인 유학생들이 본국에 이 사실을 알렸고, 당시 대한매일신보는 이 끔찍한 사건을 보도했다.
예나 지금이나 인종차별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인종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차별하는 행위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강조됨에 따라 세계는 인종차별을 종식시키기 위해 각종 회의를 열고 캠페인을 벌이는 등 부단히도 노력해 왔다. 그러나 비뚤어진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세계화와 첨단 산업 및 과학을 이용하여 인종차별을 더욱 극대화하여 세계로 확대시키고 있다.
현재 인종차별주의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구는 인터넷이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인종차별과 증오, 외국인 혐오, 이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행위를 조장한다. 특히 인터넷에 많이 노출된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시야에 걸려들기 쉬워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우려된다.
인종차별은 매우 사소한 것에서부터 대외적인 일에까지 곳곳에 적용된다. 유엔인권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얼마 전 각국에서 정권을 잡은 민족주의적 극우 정당들이 이민자 규제를 요구하는 등 인종차별을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9·11 테러 이후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이민 및 입국자 규제가 까다로워지고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차별대우가 심해져 인종차별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인종차별 행위는 선진국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세계 인종 시장이라고 불리는 미국. 지난 7월에는 백인 경찰이 흑인 소년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구타한 사건이 발생했다. 흑인들의 분노가 커지자 사건 발생지인 잉글우드 시의 루스벨트 돈 시장은 사태를 일으킨 모스 경관을 직위 해제했다.
영국도 인종차별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나라다. 지난 6월 24일 데이비드 칼버트 스미스 검찰총장은 영국 사회가 제도적으로 인종차별주의에 물들어 있다고 비판했다. BBC가 여론조사기관인 ICM을 통해 올해 초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51%가 영국을 인종차별 사회라고 응답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자국 내 흑인 및 아시아계 소수민족들을 차별대우하는 것으로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본은 재일교포, 동남아시아는 중국인 화교를 차별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국제앰네스티가 발표한 ‘인종차별과 법 집행 실태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중 백인들보다 유색인종의 처벌이 훨씬 많다. 1977년부터 조사된 결과 미국의 교도소 수감자 수는 흑인이 백인의 8배, 마약 범죄로 처벌받은 흑인이 백인의 13.4배나 된다.
유럽에서도 마약이나 절도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죄수들 중 대부분은 백인들이 아니라 소수민족이다.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수감 중 사망하는 일 역시 소수민족들에게 더 많이 일어난다. 영국에서는 남아시아계 사람들과 백인 극우파와의 충돌이 종종 일어나는데, 경찰들이 이 같은 테러 행위를 경시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세계화에 반하는 민족주의가 대두됨에 따라 각 인종 및 외국인 혐오 행위 등으로 반영되는 인종차별 행위가 더욱 광범위해지고 폭력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종차별 행위를 단지 흑인과 유색인종에 대한 백인들의 차별로 규정할 수만은 없다.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부터 폐지된 지금까지도 미국, 유럽 등에서 자행되는 백인들의 흑인과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차별 받는 소수인종들끼리도 서로 차별하며 심지어 같은 인종끼리도 차별하는 엽기적인 행각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일부 한인들은 백인들에게 차별을 당하면서도 자신들 역시 라틴계와 흑인들을 무시한다. 같은 민족 집단 내에서도 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차별하는, ‘이지메’라는 일본의 좋지 못한 행태가 우리나라에 넘어와 ‘왕따’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는 모든 인종이 서로 존중하는 새로운 동반자적 관계 속에서 사회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인간을 바라보는 개개인의 가치관이 존엄성과 평등의 바탕 위에 올바르게 정립되지 않는 한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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