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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비족 타깃 마케팅‘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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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inceton 댓글 0건 조회 1,477회 작성일 10-08-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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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은 충분히 갖췄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을 감수하며 여가와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1990년 오스트리아 북부의 유고 접경지역인 클라겐푸르트. ‘시간 늦추기회’라는 모임이 창설됐다. 회장 페터 하인텔 교수(집단역학)는 “현대사회의 시간가속현상이 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쳐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며 “이 운동의 모토는 농사 리듬처럼 현대 생활의 속도를 늦춰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 늦추기회’의 회원들, 일명 ‘슬로비족’이 벌인 시간 늦추기 운동은 그후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로 조용히 확산돼 갔다. ‘젊은(Young) 도시거주자(Urban)로 연소득 5만달러 이상의 전문직(Professional) 종사자’들인 여피(Yuppie)족이 물질적 풍요를 만끽하던 신흥 부유층인 반면, 슬로비는 삶의 여유, 행복한 가정생활, 마음의 평화에 가치는 두는 부류다. 12여년이 지난 현재 ‘천천히, 그러나 더 훌륭하게 일하는,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는’ 슬로비족들이 전세계에서 발견되고 있다. 90년대 초반 소수였던 슬로비족은 21세기 초엽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정도로 늘어났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 트렌드를 이윤창출로 연결하는 데 그 누구보다 기민한 기업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25세에서 35살까지의 ‘2535세대’에 주로 포진하고 있는 슬로비족을 잡기 위한 한국 기업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이다. 물질보다 마음을, 출세보다 가정을, 명예보다 인간을 소중히 여기는 슬로비족들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다.
카드회사들의 ‘2535 슬로비족’을 잡으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최근 영화배우 정우성과 고소영을 CF모델로 내세워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삼성카드의 타깃층도 슬로비족. 임명선 삼성카드 브랜드매니지먼트팀 대리는 “일을 열심히 해 승진을 하면서도 크루즈에 승선해 여유를 누릴 줄 아는 2535 부부를 광고 속에 그려냈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도 마찬가지다.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는 당신을 위해’, ‘마음으로 쓰는 카드’라는 테마를 지니고 있다. 개인만을 위한 소비가 아닌 우리라는 가족의 행복을 중시하는 슬로비족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다. 레저, 여행사업 부문 등을 대폭 강화한 ‘우리모아플렉스 카드’를 시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2535층을 겨냥한 것.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카피로 눈길을 끌었던 현대카드는 ‘열심히 일한 사람은 충분히 즐길 권리가 있으며, 일과 여가는 분리된다’라는 컨셉을 지니고 있다. 이 광고를 기획한 광고대행사 웰콤의 이동욱 부장은 “속도만을 찾는 ‘빨리빨리’ 문화보다 때로 쉬어 갈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아는 사람들이 타깃”이라고 말했다.
식품회사도 슬로비족을 겨냥한 마케팅경쟁에서 빠질 수 없다. 건강을 챙기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사는 것은 지양하고, 젊고 건강하며 느긋하게 사는 모습을 추구하는 슬로비족의 성향이 건강식품시장을 확대시켰다.
사회 트렌드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M&C리서치의 한기룡 사장은 “2000년부터 IMF 상처를 ‘치유’하자는 분위기와 함께 슬로비족이 사회적 트렌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특히 올 들어 이 같은 트렌드가 각종 광고에 반영되는 등 풍요와 여유를 추구하는 분위기와 함께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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