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보다 집요한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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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2,316회 작성일 10-06-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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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에서 버락 오바마(Obama) 미 행정부를 취재할 때 자주 듣는 영어 단어가 있다. 미 행정부와 싱크탱크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을 평가할 때 'tenacious'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우리 말로는 '집요하다, 강인하다'로 번역될 수 있는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이 정한 의제를 추진할 때 매우 끈질기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싫어하는 공화당측 인사들도 그가 '끈질기고 집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지난해 1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집요하게 추진해 온 것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건강보험 개혁안의 법제화와 국제적으로는 '핵무기 없는 세상'이다.
지난 3월, 오바마 대통령은 100년 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했던 건강보험 개혁법 제정에 성공했다. 미 전역을 다니며 '타운홀 미팅'을 통해 시민들을 만나고 100여 차례 의원들을 만나 설득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사회주의자'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뚝심을 핵 문제에서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핵 없는 세상'을 주창(主唱)한 후, 1년 만인 지난 4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3종 핵 세트'를 잇달아 내놓았다. 혁신적 내용이 담긴 핵 태세검토보고서(NPR) 발표, 러시아와의 핵무기 감축협정 갱신, 1차 핵 안보정상회의 개최….
오바마 대통령의 스타일은 처음에는 요란하다가 큰 업적을 남기지 못한 조지 W. 부시(Bush) 전 대통령의 용두사미(龍頭蛇尾) 형과 비교된다. 특히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다루는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비판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 잘 알려진 '악의 축(Axis of Evil)' 발언 외에도 김 위원장을 '피그미'로 부른 기록도 있다.
그러나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유엔 안보리의 대북(對北) 결의 1718호를 이끌어냈지만 그뿐이었다. 보름 만에 북한과 양자 대화를 가진 후, '면죄부'를 줌으로써 이 결의를 사실상 무효화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문제에서 크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자주 언급하는 것도 아니다. 그 대신 단계별로 단호한 조치로 북한을 압박하는 집요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2차 핵실험 후에는 '대북제재 조정관'직을 신설했다. 핵 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는 북한을 핵 공격배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 핵 확산국으로 규정했다.
지난 20일 우리 정부의 천안함 피격 조사 발표와 24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백악관 성명이 발표된 것은 워싱턴 시각으로 각각 밤 10시와 새벽 1시였다. 이렇게 한밤중에 북한의 '침략(aggression) 행위'를 강하게 규탄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릴레이 성명'을 주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지렛대 삼아 목소리만 컸던 '카우보이(Cowboy) 외교'가 아니라 '영리한(Smart) 외교'를 하고 있다. 천안함 피격사건을 계기로 1년 가까이 끌어 온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경제위기 이후 수세(守勢)에 몰려 있던 미중(美中)관계의 주도권도 다시 회복했다. 북한도 이런 오바마 대통령을 잘 봐야 한다.
이하원 워싱턴 특파원
지난해 1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집요하게 추진해 온 것으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건강보험 개혁안의 법제화와 국제적으로는 '핵무기 없는 세상'이다.
지난 3월, 오바마 대통령은 100년 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했던 건강보험 개혁법 제정에 성공했다. 미 전역을 다니며 '타운홀 미팅'을 통해 시민들을 만나고 100여 차례 의원들을 만나 설득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사회주의자'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뚝심을 핵 문제에서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핵 없는 세상'을 주창(主唱)한 후, 1년 만인 지난 4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3종 핵 세트'를 잇달아 내놓았다. 혁신적 내용이 담긴 핵 태세검토보고서(NPR) 발표, 러시아와의 핵무기 감축협정 갱신, 1차 핵 안보정상회의 개최….
오바마 대통령의 스타일은 처음에는 요란하다가 큰 업적을 남기지 못한 조지 W. 부시(Bush) 전 대통령의 용두사미(龍頭蛇尾) 형과 비교된다. 특히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다루는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비판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 잘 알려진 '악의 축(Axis of Evil)' 발언 외에도 김 위원장을 '피그미'로 부른 기록도 있다.
그러나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유엔 안보리의 대북(對北) 결의 1718호를 이끌어냈지만 그뿐이었다. 보름 만에 북한과 양자 대화를 가진 후, '면죄부'를 줌으로써 이 결의를 사실상 무효화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문제에서 크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자주 언급하는 것도 아니다. 그 대신 단계별로 단호한 조치로 북한을 압박하는 집요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2차 핵실험 후에는 '대북제재 조정관'직을 신설했다. 핵 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는 북한을 핵 공격배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 핵 확산국으로 규정했다.
지난 20일 우리 정부의 천안함 피격 조사 발표와 24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백악관 성명이 발표된 것은 워싱턴 시각으로 각각 밤 10시와 새벽 1시였다. 이렇게 한밤중에 북한의 '침략(aggression) 행위'를 강하게 규탄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릴레이 성명'을 주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지렛대 삼아 목소리만 컸던 '카우보이(Cowboy) 외교'가 아니라 '영리한(Smart) 외교'를 하고 있다. 천안함 피격사건을 계기로 1년 가까이 끌어 온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경제위기 이후 수세(守勢)에 몰려 있던 미중(美中)관계의 주도권도 다시 회복했다. 북한도 이런 오바마 대통령을 잘 봐야 한다.
이하원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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