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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간의 게이츠 장관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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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2,012회 작성일 10-06-0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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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장관의 전용기에서 만난 로버트 게이츠(Gates) 장관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었다. 미국인의 체격치고는 크지 않은 약 170㎝의 키에 백발의 그가 웃을 때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임 도널드 럼즈펠드(Rumsfeld) 장관의 날카로운 인상에 비해 온화한 분위기를 풍겼다. 20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전용기에 동승한 14명의 기자와 칵테일 모임을 가질 때는 시종 유머 섞인 발언으로 여러 차례 웃음이 나오게 만들었다.

그런 게이츠 장관이 23일까지 하와이, 도쿄, 서울, 브라티슬라바(슬로바키아의 수도)를 방문한 6일 동안 두 차례 공개적으로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각각 한국과 일본과 관련된 사안에서다.

게이츠 장관은 20일 그의 전용기가 태평양 상공을 지날 때 행한 브리핑에서 전시작전 통제권 전환 문제를 언급했다. "나는 한미 양국이 (2012년 4월) 전시작전 통제권 전환의 시한(데드라인)을 맞출 것으로 분명히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전작권 전환시기와 관련한 버락 오바마(Obama) 미 행정부 관계자들의 언급 중에서는 가장 강한 것이다. "전작권 전환과정은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한 그는 한미 연례안보회의(SCM)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한 진전을 점검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음 날인 21일, 일본의 방위성에서 열린 미일(美日) 국방장관 기자회견. 그는 오키나와(沖繩)의 후텐마(普天間) 미 해병대 비행장 이전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행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못박았다. 게이츠 장관은 바로 옆의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성 장관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원래 합의대로 슈와브 기지로의 이전이 되지 않으면 주일미군 재편 계획을 모두 되돌리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게이츠 장관이 보인 단호함의 대상은 한일(韓日) 양국의 전(前) 행정부가 각각 미국과 맺은 합의에 대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정부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합의사항을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 바탕에는 양국의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기존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단순한 원칙이 작용한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문이다. 6일 동안 근접 관찰한 게이츠 장관의 머릿속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제외하고는 다른 생각이 들어갈 공간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의 전용기에 동승한 기자를 대상으로 한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의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보도 금지) 브리핑'은 90% 이상이 아프가니스탄 문제였다. AP, 로이터, AFP, 블룸버그 통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사 기자들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프가니스탄 정책을 파고들었다.

한미동맹과 관련, 한국 사회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는 오바마 행정부가 '전시내각(戰時內閣)'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언론이 매일 집계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미군 사망자는 800명을 훌쩍 넘은 지 오래다. 전용기에 동승한 뉴욕타임스의 톰 섄커(Shanker) 기자의 지적대로 내년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위한 미국의 예산은 680억달러로, 웬만한 나라의 1년 국가 예산보다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이미 합의된 전작권 전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권(主權)을 내세우며 전작권 전환을 밀어붙인 노무현 정부가 대단히 어리석었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그 물줄기를 되돌릴 방법은 없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북핵 문제를 면밀히 교차분석하면서 이에 대한 해법을 조용히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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