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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10대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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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867회 작성일 10-06-0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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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기자에겐 자전거 10대가 한꺼번에 생겼다. 자전거를 워싱턴 DC의 도심 곳곳에 놓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이용하는 '축복'을 누린 지 한 달째다. 물가가 비싼 워싱턴 DC에서 자전거 10대를 동시에 갖는 데는 40달러밖에 들지 않았다. 시(市)에서 운영하는 '스마트 바이크'의 1년 회원이 되자 신용카드처럼 생긴 전자 회원증이 배달돼 왔다. 그 후, 백악관 주변의 H스트리트를 비롯, 10곳의 무인 공용자전거 주차대에서 자전거를 뽑아 페달을 밟고 있다.

자전거 10대의 '주인'이 되기 전에는 백악관 옆의 사무실을 나설 때마다 자동차를 타고 가야 했다. 국무부와 의회, 싱크탱크가 몰려 있는 듀폰 서클 부근에 갈 때마다 교통 체증으로 짜증이 나고, 주차를 하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 신경이 쓰인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올 초 워싱턴 DC는 2시간에 2달러를 받던 길거리 주차를 4달러로 100% 인상했다. '길거리 주차'를 찾지 못해 일반 주차장을 이용하면 2시간에 15달러 이상을 내야 한다.

'자전거족(族)'이 되면서 주차비를 줄인 것은 물론, 운전할 때보다 더 시간을 아끼고 있다. 기자가 취재하러 자주 다니는 곳에는 자전거로 10분 안팎이면 도착, 운전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3단 기어 덕분에 언덕길에서 속도를 낼 수 있고 바지가 체인에 끼지 않도록 철제 장치가 돼 있는 것도 만족스럽게 여기는 부분이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가장 먼저 감탄한 것은 단 한 차례도 보도 턱 때문에 고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모든 인도는 자전거가 지나갈 수 있게 턱이 깎여 있다. 시 당국은 자전거 이용자에게 보도 턱만큼 원망스러운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E스트리트를 비롯한 중요한 간선도로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서 자동차와 나란히 속도를 낼 수 있게 돼 있다. 운전할 때는 다소 불편하게 여겨졌던 일방통행 차로가 안전하게 느껴지는 것도 새로운 발견이다. 방향을 바꿀 때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자동차만 조심하면 사고가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전거를 타기 전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풍경도 만나고 있다. 워싱턴 DC 뒷골목에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오래된 건물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자전거를 통행수단이라고 여기기 때문인지 40~50대 직장인들이 정장을 한 채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조지워싱턴대와 조지타운대 주변에서는 치마 입은 여학생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눈에 띈다.

자전거를 타도록 권유하는 시스템과 문화가 정착된 덕분에 이곳에는 자전거로 통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임스 존스(Jones)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현직에 임명되기 전에 버지니아주의 매클레인에서 자전거로 워싱턴 DC의 상공회의소까지 출퇴근했다. 주한미대사관 공사를 역임한 외교관 딕 크리스텐슨(Christenson)도 일과 후, 자전거를 탄 모습으로 약속장소에 나오기도 했다.

미국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기업체가 자전거 문화 보급에 나서고 있다. 시카고를 방문했을 때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널드가 밀레니엄 광장에 만든 '사이클 센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통유리로 멋을 낸 1500㎡ 면적의 맥도널드 사이클 센터에서는 자전거를 빌려주는 것은 물론 샤워도 할 수 있게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 계획에 기업체가 적극 호응한 대표적인 사례다. 사회 각 분야가 조금만 힘을 합치면 워싱턴 DC나 시카고처럼 얼마든지 '자전거 천국'이 될 수 있다. 도심 곳곳에서 공용 자전거를 쉽게 이용함으로써 생활이 달라지는 이 기분을 서울에서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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