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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정치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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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811회 작성일 10-06-0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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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워싱턴 내셔널스의 홈 경기를 관람하러 가면 역대 미국 대통령 4명의 달리기 경주를 볼 수 있다. 조지 워싱턴(Washington) 시어도어 루스벨트(Roosevelt) 에이브러햄 링컨(Lincoln) 토머스 제퍼슨(Jefferson). 유명 대통령의 모습으로 캐릭터 분장을 한 이들이 내셔널스의 경기 중간에 등장하면 관중석에 환호성이 터진다.

이들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달리기 경주를 할 때 관중석에서는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응원전이 벌어진다. 애칭 테디(Teddy)로 불리는 '루스벨트'가 지난해 중반까지 한번도 1등을 하지 못하자 "테디가 이기게 해 주세요"라는 구호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은 프로야구 경기의 흥을 돋우는 캐릭터 인물로 선정될 만큼 미국인들에게는 친근하다.

라디오에는 역대 대통령 40여 명을 소재로 각종 퀴즈를 내는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대통령들의 활동을 이런저런 각도에서 분석한 책이 끊임없이 출간될 정도로 주목받는 대상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지난 1월에 퇴임, 텍사스주로 돌아간 조지 W 부시(Bush) 전 대통령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결정의 순간들(Decision Points)'이라는 회고록을 출간하는 대가로 약 1500만달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이 회고록에서 자신의 삶을 시간순으로 나열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신이 내린 주요 결정 10가지에 초점을 맞춰서 집필하겠다고 해 관심을 끌었다.

이에 앞서 빌 클린턴(Clinton) 전 대통령도 화제에 올랐다. 그는 부인 힐러리가 지난해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자 2001년 퇴임 후부터 총 1억9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고 공개했다.

강연으로 5190만달러, 인세로 4010만달러를 벌어들였다고 발표했다. 또 같은 기간에 3380만달러를 세금으로 냈음을 밝혔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자신이 취한 정책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되기는 하나 본인과 측근들의 뇌물수수 혐의로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없다. 재임기간에는 청빈(淸貧)하게 일하고 퇴임 후에는 강연과 연설을 통해 합법적으로 돈을 버는 문화가 자리 잡은 덕분이다.

대통령 주변의 측근들도 공직(公職)을 명예로 여겨 최소한 재임 중 돈 문제로 말썽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백악관과 행정부에 근무하는 동안에는 우직하게 일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07년 8월 사표를 낸 부시 전 행정부의 토니 스노(Snow) 백악관 대변인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대변인직을 그만두는 이유로 연봉만으로는 자신의 세 자녀를 부양하기 어려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최강대국의 대통령과 수시로 대면하는 자리에 있었기에 한국 정치인들처럼 얼마든지 돈을 '빌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의 양심(良心)이 허용하지 않았는지, 미국의 정치 시스템이 그런 것을 못하게 막았는지는 알 수 없다. 스노는 사임한 지 1년도 채 못 돼 지난해 7월 결장암으로 사망했다.

대변인으로서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백악관과 미국 정치 역사에 누를 끼치지 않은 채 의연하게 삶을 마감했다.

재임 중에는 명예롭게 일하고 퇴임 후에 당당하게 돈을 버는 대통령과 그럴 자신이 없으면 공직을 떠나는 대통령 측근을 갖고 있는 미국인들은 한국인에 비해 '정치 행복지수'가 높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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