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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세상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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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765회 작성일 10-06-0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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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은 분노했다.

도시의 빈민가에서 푸드 스탬프(무료 급식권)로 연명하는 부모들의 운명을 복제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 재능이 있어도 대학에 들어갈 확률이 10%도 안 되고, 대학 졸업장 없이는 좋은 직업을 고를 수 없는 악순환을 선생님들은 끊으려고 했다.

미국 저소득층 커뮤니티에 파고들어 많게는 하루 12시간씩 학교에서 공부시켜 80%의 학생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고 있는 미국식 대안학교 KIPP('지식이 힘이다' 프로그램의 약자) 혁명의 핵심엔 선생님들이 있다. 불과 25살의 나이에 뉴저지 뉴어크 저소득층 지구에 KIPP 팀 아카데미(중학교)를 세워 7년째 운영하고 있는 라이언 힐씨. 대학 졸업 후 뉴욕 브롱크스 저소득층 커뮤니티에서 교사생활을 한 힐씨는 "괜찮은 부모를 만나 나는 쉽게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가난한 학생들은 재능이 있어도 대학을 가기가 엄청나게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30명의 교사들은 모두 힐씨처럼 불평등한 현실을 바꾸려는 젊은 선생님들이다. 아침 7시에 출근해 저녁 7시까지 근무하는 것도 모자라,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다. 학생들은 숙제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한다. 이곳의 교육목표를 물으면, 누구든 망설이지 않고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예 학급의 이름을 '보스턴 칼리지' '듀크'로 짓고, 학년 대신 학번을 부르며, 어린 학생들은 대학이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얘기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세속적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대학졸업장은 좋은 직업을 얻고, 빈곤의 사슬을 끊는 '평등장치'라는 게 이곳에선 다시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학에 목숨을 걸고, 공부를 많이 시킨다는 면에서 KIPP 학교는 '한국식 교육모델'을 닮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수업하는 모습엔 많은 차이가 있다. 가령 수학시간에 문제를 낼 때, 선행학습을 한 학생이 먼저 맞추게 하는 대신 다른 문제 해결방법이 없는지 생각하게 한다. 공식을 외워 문제를 푸는 경우에도 말로 다시 설명해보라고 주문한다. 공식을 외는 게 힘들지 않도록 구호를 만들고, 잘하는 학생에겐 따로 어려운 문제를 던져 준다. KIPP는 학습에 반드시 '즐거운 요소(joy factor)'를 넣도록 선생님들에게 주문한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좋은 점수를 받는 것과 학생들이 재미있게 창의적으로 공부하도록 하는 것. 얼핏 양립하기 힘들어 보이는 이 목표가 상대적으로 긴 학교 공부와 선생님의 창의적인 교육법으로 달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에스더 윈부시 교사는 "가르치는 데 공식은 없다"고 말한다.

물질 만능의 미국사회이지만, 이곳 선생님들의 가치관은 다르다. 긴 근무시간 때문에 다른 공립학교보다 KIPP 교사들은 보통 20~25%가량 봉급을 더 받는다. '봉급이 더 많기 때문에 여기에서 일하느냐'고 물었더니, 한 교사는 "내가 작년에 얼마 받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고 싶어 여기에 왔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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