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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못하는 운전자에게 벌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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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529회 작성일 10-06-0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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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못한다고 티켓을 받고 벌금을 무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 달라스에서다.
최근 달라스 경찰국은 지난 3년간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운전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티켓 발부를 39건이나 했다는 것이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영어를 못하는 운전자라는 이유로 수백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일이 어떻게 현실에서, 그것도 가까운 우리 주변에서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근 달라스 모닝뉴스와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 등 지역 주요 언론사 및 방송사가 앞다퉈 이 사건을 기사화하면서 일부 달라스 경찰국 소속 경찰들의 ‘만행’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실제로 이런 사실은 달라스 경찰국의 데이빗 컨클 경찰국장이 ‘자백’하면서 세간에 확실하게 알려졌다. 지난 10월 23일 컨클 국장은 이전 3년간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경찰이 티켓을 발부한 39건에 대해 시인하며 이들의 잘못된 업무 수행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동일한 이유로 티켓을 받고 아직 벌금을 내지 않은 경우는 모두 티켓을 무효화시키는 것은 물론, 이미 벌금 204달러를 낸 경우는 해당 금액을 환불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컨클 국장이 앞장서 “이런 법은 달라스 시에는 없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데 대해서 나는 놀랐고 충격을 받았다. 그것도 달라스에서 발생했다는데 대해 믿기지가 않는다. 우리 도시에서는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스패니시를 사용하지 말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는데 말이다.”
이렇게 영어를 못하는 운전자에게 티켓을 발부한 일은 달라스 경찰국 여러 지서를 통해서였는데, 최소 6명 이상의 경찰이 이런 티켓 발부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한 경찰은 무려 다섯 차례나 해당 티켓을 발부했던 것으로 밝혀져, 혹시 인종 차별 내지는 혐오성 경찰 업무 수행은 아니었는지조차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신참 경찰이 티켓 발부하고 베테랑 경찰들은 묵인
 
이처럼 39건의 ‘잘못된’ 티켓 발부에 대해 정체가 드러날 수 있게끔 한 사건은 바로 지난 10월 2일 히스패닉계 여성인 어네스티나 몬드래곤 씨가 교통 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되면서 표면화됐다.
당시 몬드래곤 씨는 화이트락 부근에서 불법 유턴을 하다가 경찰에 포착됐는데, 당시 그녀를 잡은 경관은 신참인 게리 부름리라는 수습경찰이었다.
그런데 부름리 경관은 몬드래곤 씨에게 세가지 위반 사항으로 티켓을 발부했다. 불법 유턴의 신호등 무시 및 운전면허증 미소지 명목에다 ‘영어를 못하는 운전자’라는 죄목이 추가된 세가지 위반 티켓이었던 것이다. 불법 유턴이나 운전면허증 미소지 등은 수긍이 가는 적발사항이지만, 영어를 못하는 운전자라는 적발사항은 말 그대로 ‘듣도 보도 못한’ 항목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영어를 못하는 운전자가 교통 법규에 위반되는 경우가 있다. 택시 운전사 등과 같이 영업용 차량의 운전자의 경우는 기본적인 영어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 일반 차량 티켓 상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경찰들만이 따로 소지하고 있는 교통 법규 위반 항목에 기타 사항으로 포함된 ‘15번’ 항목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항목은 영업용 차량 적발시에만 참고하도록 돼있는 사항이다. 그런데 이 항목을 일반 운전자에게 적용시킨 꼴이 된 것이다.
컨클 국장도 이들 경찰이 이 사실을 오해한 것 같다는 입장을 전했다. 몬드래곤 씨에게 티켓을 발부한 부름리 경관은 동북부 지서 소속으로, 이제 갓 33세의 수습경찰이기에 그런 실수를 한 것 같다는 해명이었다.
그러나 모든 수습경찰에게는 그를 훈련시켜주는 일명 ‘조교’ 경관이 있기 마련이다. 부름리 경관의 경우 53세의 다니엘 라킨 경사가 조교 경찰이었다. 베테랑 경찰이 그를 훈련시켜 주고 있었기에 부름리가 잘못된 티켓을 발부했다 해도 라킨 경사가 이를 묵인하지 않는 한 그런 실수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모든 티켓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경찰서 상사가 사인을 해야 하는데, 몬드래곤 씨의 티켓에 대해서도 50세의 데이빗 버로우 경위가 사인을 해줬다고 한다.
“이 경우 수습경찰이 하는 모든 업무에 대해서 조교 경찰은 알고 있어야 했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수습 경찰보다 조교 경찰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히스패닉인 몬드래곤 씨는 자신에게 부과된 영어 미숙 운전자 항목에 대해 법정에 어필했고 결국 그 항목은 취하됐다. 달라스 경찰국 측은 그녀에 대한 다른 위반 항목 역시 모두 취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문제가 되자 다른 위반 티켓마저 ‘눈감아주는’ 식으로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몬드래곤 씨는 텍사스 주 운전면허증 소지자였고, 영어는 극히 제한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티켓 수에 비해 미미,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 심각
 
달라스 경찰국은 다른 ‘영어 미숙 운전자’ 티켓 발부에 연루된 경찰들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컨클 국장은 이 문제에 대한 조사는 최소 몇주에서 길면 몇년까지도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당연히 무엇이 위법이고 무엇이 범죄인지 그 세부사항을 철저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있어서 경찰들이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파장은 단순히 경찰국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티켓에 대해 법정에서 통과가 돼 벌금을 물도록 했다면 그에 대해서도 일련의 기소 과정의 ‘연결고리’가 있지 않았겠냐는 의문이다. 따라서 이 점 역시 철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영어 미숙 관련 티켓 발부 수가 39건으로 매년 달라스 경찰들이 발부하는 교통 법규 관련 티켓 수 40만건에 비해서는 비율적으로 적지만, 그러나 이 정도 건수면 충분히 법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SMU 법학과 교수인 조지 마티네즈 씨 역시 같은 의견이다.
“이는 마치 언어 능력에 따라서 인종을 차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라티노들이 그 주요 타겟이기 때문에 인종적으로 매우 큰 문제로 비쳐진다.”
몬드래곤 가족을 대변하는 도밍고 가르시야 변호사도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지적한다.
“이 사건의 쟁점은 사람들이 영어를 배워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물론 영어는 배워야 한다. 진짜 이슈는 법을 따라야 하는 문제, 즉 존재하지도 않는 법에 대해 위반했다고 티켓을 주는 것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상대적으로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법 집행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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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적 행태 조사하라는 히스패닉 목소리 높아
 
히스패닉 사이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목소리가 격앙될 수밖에 없는 상황. 라티노 시민권자협회의 임원인 브렌다 레이스 씨는 “달라스 시를 대표하는 경찰 중에는 분명 영어를 못하는 것이 범죄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는 게 문제의 쟁점이다”고 강경하게 말한다.
컨클 국장은 이런 사태가 발생한 점에 대해서 거듭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하긴 했다. 또한 이번 일로 달라스 경찰국과 히스패닉 커뮤니티 사이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달라스 경찰국은 범죄 피해를 다룰 때 그들의 이민자의 신분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우리 경찰은 모든 사람에 대해 공평하게 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컨클 국장의 발표 이후 지역 언론이 새롭게 전한 소식으로는, 2007년 이후로 최소한 20명의 달라스 경찰이 이와 같은 티켓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예상한 것보다 많은 수의 경찰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이전 3년까지만이 아니라 그 이전까지도 소급해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이런 티켓을 발부한 경찰 가운데 히스패닉 경찰은 한 명도 없었고, 이 중에는 13년된 베테랑 경찰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3년간 39건의 티켓 발부 가운데 5건이 각각 204달러의 벌금을 냈고 나머지는 법정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달라스 경찰국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여론과 히스패닉 사회에서 너무 부풀려지고 있다고 반발을 표명하기도 했다. 특히 이미 벌금을 돌려줬고, 또 시정 조치를 취한 사건들이라 다 잊혀져 가고 있는 마당에 이 문제를 침소봉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수많은 교통 티켓 발부 가운데 극히 적은 수의 ‘잘못’을 대대적으로 여론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경찰들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경찰의 실수가 단지 시스템의 결함 내지 업무 파악 불충분 등의 단순한 사안이 아닐 수 있다는데 대한 우려다. 즉, 영어를 못하는 사람에 대해 ‘범죄자’로 여기는 선입견을 갖는 달라스 경찰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과연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느냐는 것이다.
몬드래곤 씨가 경찰에게 티켓을 받던 날 함께 차에 있던 그녀의 11세 딸이 한 말이 있다.
“영어 못한다고 또 우리 엄마를 잡을까봐 그 때 이후로 경찰들만 보면 두려워져요.”           
 이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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