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나는 미국 중간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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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839회 작성일 10-06-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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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임기 중간에 실시하는 전국 선거를 중간선거라고 한다. 미국에서 중간선거는 한국의 총선과 지방선거를 합친 것만큼 중요하다. 한국의 총선이 그렇듯 아무래도 여당 현직 의원들에게 불리한 선거다. 집권당에 대한 유권자의 견제심리도 작용하지만, 무엇보다도 대통령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 업적보다 실책이 하나둘 드러나며 언론과 반대 당의 공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초선 대통령보다 재선 대통령 때 두드러진다. 국민이 서서히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1994년 중간선거는 특이했다. 클린턴이 백악관에 입성한 다음 해에 치러진 선거에서 민주당은 상하 양원에서 다수당의 위치를 공화당에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당시 민주당은 하원에서 무려 54석, 상원에서 8석을 잃었다. 1946년 트루먼 대통령 당시 중간선거에 패해 양원의 다수당 자리를 빼앗긴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상원 초선 의원 8명 모두가 공화당 출신이었고, 재선에 실패한 하원의원·상원의원·주지사 전원이 민주당 출신이었다. 심지어 하원의장 토머스 폴리도 낙선했다. 민주당은 1954년 이후 처음으로 하원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게리 애커먼 의원의 정치자금 모금 행사(위)에는 의원 100여 명, 기자 300여 명,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참석했다.
중간선거에 패한 클린턴, 의료보험 개혁 실패
클린턴 시대를 한번 복기해보자. 1993년 빌 클린턴이 대통령에 취임했다. 공화당의 길고 긴 12년 권력에 염증을 느낀 미국인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했다. 빌 클린턴보다 더 대통령 취임을 학수고대한 사람은 그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어릴 적부터 꿈꿔온 의료보험 개혁을 위해서였다. 힐러리는 대통령에 맞먹는 권한으로 2년 동안 의료보험 개혁을 시도했지만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아칸소 주지사 시절부터 클린턴의 정치 스승이었던 딕 모리스는 “의료 개혁안이 실패하면 정권 유지가 힘들어질 것이다”라며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그녀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그 결과가 중간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당시 공화당 측 선거 사령탑이었던 깅리치는 국민에게 ‘미국과의 계약(Contract with America)’이라는 어젠다를 제시하며 균형예산 달성·자본소득세 인하·경제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이것이 반클린턴 정서를 만들었다.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의료보험 같은 개혁적 이슈를 내밀지 못하게 됐다. 이후 클린턴 정책은 공화당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게 됐다.
올해 중간선거는 11월에 있다. 1994년과 마찬가지로 초선 대통령의 집권 2년차에 실시되는 선거다. 이번 중간선거가 주목되는 이유다. 대통령 선거도 그렇지만 중간선거는 돈을 만드는 일로 시작해서 돈을 만드는 일로 끝난다. 선출직 정치인의 가장 큰 고민은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일이다. 특히 2년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연방 하원의원들의 대화 소재는 거의 돈 걱정이다. 정치자금을 모으는 스트레스 때문에 잘나가는 의원도 갑자기 은퇴 선언을 하는 예가 드물지 않다.
미국의 정치자금은 크게 하드 머니와 소프트 머니로 구분한다. 후보 개인에게 직접 기부하는 돈을 하드 머니라 부르는데 각종 규제와 제한이 따르는 까다로운 돈이다. 반면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무제한으로 정당에 기부하는 돈을 소프트 머니라 한다. 이 소프트 머니는 정당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거나 낙선시키는 데 사용할 수도 있는 돈이다. 소프트 머니는 연방선거위원회(FEC:Federal Election Commission)에 보고할 의무도 없다.
기업이 소프트 머니를 통해서 정치권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02년 소프트 머니 금지법이 제정됐다. 소프트 머니가 금지된 이후에 선출직 정치인들은 ‘돈 몸살’이 났다. 일반 시민의 소액 기부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역의 작은 시민단체가 연방의원을 만나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지금은 몇 천 달러라도 모금 행사를 조직할 수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활개를 치며 의사당을 오갈 수 있게 됐다.
정치자금 모금 행사장 입장료 1000달러 넘어
연방 정치인들은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전국을 돌며 돈을 거둔다. 워싱턴에서는 정치활동위원회(PAC·팩)로부터 돈을 만들고 지역에서는 각종 이익단체를 통해서 돈을 거두어들인다. 워싱턴 의사당 건물 바로 뒤편에는 ‘Sewall-belmont House and Museum’이라는 이름의 단독주택이 있다. 의원들의 크고 작은 이벤트 파티가 열리고, 정치 거물들의 단골집이기 때문에 워싱턴 시에서 특별보호 주택으로 지정했다. 지난 5월4일 오후 7시, 이 2층 빨간 벽돌집에 상하원 의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정원에 하얀색 텐트를 치고 재즈밴드가 복고풍의 유럽식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의원 100여 명과 그들의 보좌관, K스트리트의 로비스트, 시민단체 활동가, 초청받은 워싱턴 주재 외교관, 그리고 기자 300여 명이 비좁은 공간에 모인 만찬자리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사람은 뉴욕 시 출신으로 연방 하원의 외교 거물인 게리 애커먼 의원이었다. 애커먼 의원은 각종 음식을 뉴욕에서 가져와 최대한 많은 의원을 저녁 만찬에 초대했다. 10년째 같은 날에 열리는 정치자금 모금 이벤트다. 거물이 총출동하니 로비스트나 외교관이 많이 모이는데 무료 입장은 없다. 입장료는 개인당 1000달러 이상이며 PAC은 최소한 5000달러 이상이다.
애커먼 의원은 지역구에서 가장 모범적인 풀뿌리 운동단체(시민단체)를 특별 초청했다. 바로 이 행사장에서 필자는 3년 전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홍보했고 2년 전에는 신임 외교위원장과 교류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세출위원장 찰스 랭글 의원에게 ‘한·미 FTA와 관련해 지역구 내 한국인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따져서 동의를 얻어낸 바 있다.
이 행사에서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은 의원끼리 하는 대화를 옆에서 귀동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연 선거 이야기가 으뜸이다. 이날은 인디애나의 예비선거일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선거 현장에 가 있는 현역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묻기도 했다. 찰스 슈머 뉴욕 주 상원의원은 애리조나의 이민법 때문에 오히려 이민 개혁안이 에너지 안보다 의제 순서가 앞설 수 있다는 발언을 했고, 앤서니 와이너 의원은 ‘골드만삭스’의 로비에 연루된 의원들과 관련한 소문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의 어느 의원은 며칠 전 백악관 출입기자단 주최 만찬장 이야기, 캘리포니아의 제인 허먼 의원은 중동 문제로 이스라엘 여행에서 막 돌아온 의원들의 이야기를 했다. 외교위 소속 엘리엇 엥겔 의원은 필자를 알아보고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기도 했다. 루이지애나 기름 유출, 의회 윤리위원회의 규정 강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로 인해 의회가 많이 바뀌게 되리라는 말이 많았다.
의사당 밖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특히 게리 애커먼 의원이 오랫동안 외교위를 주도했기 때문인지 상하원 외교위 소속 의원과 보좌관이 많았다. 필자를 만나는 의원들과 보좌관들의 공통된 요청은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의 한인 커뮤니티에서 모금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인도계·중국계와 모두 연결되는데 한국인 동포 사회와도 관계를 맺고 싶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다른 국가의 외교관과 인사를 하면서 다음번에는 대사관의 어느 한 분을 슬며시 모시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현상은 초선 대통령보다 재선 대통령 때 두드러진다. 국민이 서서히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1994년 중간선거는 특이했다. 클린턴이 백악관에 입성한 다음 해에 치러진 선거에서 민주당은 상하 양원에서 다수당의 위치를 공화당에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당시 민주당은 하원에서 무려 54석, 상원에서 8석을 잃었다. 1946년 트루먼 대통령 당시 중간선거에 패해 양원의 다수당 자리를 빼앗긴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상원 초선 의원 8명 모두가 공화당 출신이었고, 재선에 실패한 하원의원·상원의원·주지사 전원이 민주당 출신이었다. 심지어 하원의장 토머스 폴리도 낙선했다. 민주당은 1954년 이후 처음으로 하원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중간선거에 패한 클린턴, 의료보험 개혁 실패
클린턴 시대를 한번 복기해보자. 1993년 빌 클린턴이 대통령에 취임했다. 공화당의 길고 긴 12년 권력에 염증을 느낀 미국인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했다. 빌 클린턴보다 더 대통령 취임을 학수고대한 사람은 그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어릴 적부터 꿈꿔온 의료보험 개혁을 위해서였다. 힐러리는 대통령에 맞먹는 권한으로 2년 동안 의료보험 개혁을 시도했지만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아칸소 주지사 시절부터 클린턴의 정치 스승이었던 딕 모리스는 “의료 개혁안이 실패하면 정권 유지가 힘들어질 것이다”라며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그녀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그 결과가 중간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당시 공화당 측 선거 사령탑이었던 깅리치는 국민에게 ‘미국과의 계약(Contract with America)’이라는 어젠다를 제시하며 균형예산 달성·자본소득세 인하·경제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이것이 반클린턴 정서를 만들었다.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의료보험 같은 개혁적 이슈를 내밀지 못하게 됐다. 이후 클린턴 정책은 공화당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게 됐다.
올해 중간선거는 11월에 있다. 1994년과 마찬가지로 초선 대통령의 집권 2년차에 실시되는 선거다. 이번 중간선거가 주목되는 이유다. 대통령 선거도 그렇지만 중간선거는 돈을 만드는 일로 시작해서 돈을 만드는 일로 끝난다. 선출직 정치인의 가장 큰 고민은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일이다. 특히 2년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연방 하원의원들의 대화 소재는 거의 돈 걱정이다. 정치자금을 모으는 스트레스 때문에 잘나가는 의원도 갑자기 은퇴 선언을 하는 예가 드물지 않다.
미국의 정치자금은 크게 하드 머니와 소프트 머니로 구분한다. 후보 개인에게 직접 기부하는 돈을 하드 머니라 부르는데 각종 규제와 제한이 따르는 까다로운 돈이다. 반면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무제한으로 정당에 기부하는 돈을 소프트 머니라 한다. 이 소프트 머니는 정당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거나 낙선시키는 데 사용할 수도 있는 돈이다. 소프트 머니는 연방선거위원회(FEC:Federal Election Commission)에 보고할 의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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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모금 행사장 입장료 1000달러 넘어
연방 정치인들은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전국을 돌며 돈을 거둔다. 워싱턴에서는 정치활동위원회(PAC·팩)로부터 돈을 만들고 지역에서는 각종 이익단체를 통해서 돈을 거두어들인다. 워싱턴 의사당 건물 바로 뒤편에는 ‘Sewall-belmont House and Museum’이라는 이름의 단독주택이 있다. 의원들의 크고 작은 이벤트 파티가 열리고, 정치 거물들의 단골집이기 때문에 워싱턴 시에서 특별보호 주택으로 지정했다. 지난 5월4일 오후 7시, 이 2층 빨간 벽돌집에 상하원 의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정원에 하얀색 텐트를 치고 재즈밴드가 복고풍의 유럽식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의원 100여 명과 그들의 보좌관, K스트리트의 로비스트, 시민단체 활동가, 초청받은 워싱턴 주재 외교관, 그리고 기자 300여 명이 비좁은 공간에 모인 만찬자리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사람은 뉴욕 시 출신으로 연방 하원의 외교 거물인 게리 애커먼 의원이었다. 애커먼 의원은 각종 음식을 뉴욕에서 가져와 최대한 많은 의원을 저녁 만찬에 초대했다. 10년째 같은 날에 열리는 정치자금 모금 이벤트다. 거물이 총출동하니 로비스트나 외교관이 많이 모이는데 무료 입장은 없다. 입장료는 개인당 1000달러 이상이며 PAC은 최소한 5000달러 이상이다.
애커먼 의원은 지역구에서 가장 모범적인 풀뿌리 운동단체(시민단체)를 특별 초청했다. 바로 이 행사장에서 필자는 3년 전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홍보했고 2년 전에는 신임 외교위원장과 교류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세출위원장 찰스 랭글 의원에게 ‘한·미 FTA와 관련해 지역구 내 한국인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따져서 동의를 얻어낸 바 있다.
이 행사에서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은 의원끼리 하는 대화를 옆에서 귀동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연 선거 이야기가 으뜸이다. 이날은 인디애나의 예비선거일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선거 현장에 가 있는 현역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묻기도 했다. 찰스 슈머 뉴욕 주 상원의원은 애리조나의 이민법 때문에 오히려 이민 개혁안이 에너지 안보다 의제 순서가 앞설 수 있다는 발언을 했고, 앤서니 와이너 의원은 ‘골드만삭스’의 로비에 연루된 의원들과 관련한 소문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의 어느 의원은 며칠 전 백악관 출입기자단 주최 만찬장 이야기, 캘리포니아의 제인 허먼 의원은 중동 문제로 이스라엘 여행에서 막 돌아온 의원들의 이야기를 했다. 외교위 소속 엘리엇 엥겔 의원은 필자를 알아보고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기도 했다. 루이지애나 기름 유출, 의회 윤리위원회의 규정 강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로 인해 의회가 많이 바뀌게 되리라는 말이 많았다.
의사당 밖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특히 게리 애커먼 의원이 오랫동안 외교위를 주도했기 때문인지 상하원 외교위 소속 의원과 보좌관이 많았다. 필자를 만나는 의원들과 보좌관들의 공통된 요청은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의 한인 커뮤니티에서 모금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인도계·중국계와 모두 연결되는데 한국인 동포 사회와도 관계를 맺고 싶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다른 국가의 외교관과 인사를 하면서 다음번에는 대사관의 어느 한 분을 슬며시 모시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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