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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뒤통수 얻어맞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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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2,346회 작성일 10-06-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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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통해 중동평화를 이루려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오바마와 생각이 다르다. 이스라엘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오바마 행정부와 이스라엘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뒤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급기야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3월10일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지지부진한 중동 평화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한 바로 그 시각에 이스라엘 내무부가 아파트 1600채를 동예루살렘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동예루살렘은 원래 요르단 땅이었지만 이스라엘이 1967년 중동전쟁을 통해 점령한 지역으로 이스라엘 수도인 예루살렘의 일부다.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를 수립하면 수도로 삼으려 정해놓은 곳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곳을 예루살렘의 일부로 보고 정착촌 건설계획을 강행해왔다. 따라서 취임 벽두부터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강력히 지지해온 오바마 행정부와 이스라엘 간의 마찰은 이미 1년 전부터 내재해 있었다. 

   
3월10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바이든 미국 부통령(왼쪽)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바이든 부통령의 방문에 때맞춰 정착촌 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오바마 행정부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오바마 대통령의 심복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이 ABC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 “미국에 대한 모욕이자 중동평화를 망치는 행위다”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한 데 이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바이든 부통령도 공개적으로 비난 수위를 높였다. 미국 최고 수뇌부가 맹방인 이스라엘을 이처럼 공개적으로 강하게 질타하고 비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마이클 오렌 주미 이스라엘 대사조차 이번 사태로 빚어진 미국과 이스라엘 간 긴장 관계를 “35년 만에 최악의 위기”라고 규정했을 정도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소속 당인 우파 리쿠드당과 다른 극우 연정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정착촌 문제와 관련한 네타냐후 총리의 유약한 태도가 더 문제라고 본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평화협상 과정을 지지하면서도 본질적으로 팔레스타인과의 화해를 반대하는 우파연합과 거리를 두거나 결별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 반대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오래전부터 네타냐후가 동예루살렘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는 데 찬성한다고 의심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의회에 출석해 “동예루살렘에 대한 정착촌 건설은 지난 40년간 계속돼왔으며, 그 때문에 동예루살렘에 사는 아랍계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도 않았고 감정이 상하지도 않았다”라고 강변한 바 있다. 현재 요르단 강 서안지구 정착촌에는 유대인 약 30만명이 산다. 동예루살렘 정착촌에도 유대인 18만명이 산다.

   
3월16일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사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지지해온 오바마 행정부를 못마땅해한다.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해 중동평화 문제를 전담할 특사로 중량급의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을 임명했지만 이스라엘은 시큰둥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봄 불씨가 꺼져가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되살리기 위해 이스라엘 우파 정부에 회유와 압력을 가했고, 그 결과 어렵사리 지난해 9월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점령 지역인 요르단 강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10개월간 유예하는 조처를 얻어냈다. 그 여세를 몰아 이번에 바이든 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평화협상을 재시동하려 했는데 ‘모욕’을 당한 것이다.

이처럼 이스라엘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미국의 태도는 강경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동예루살렘에 대한 정착촌 건설계획이 나온 직후 이스라엘 정부에 세 가지 강력한 요구조건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정착촌 계획을 취소하라는 것, 두 번째는 팔레스타인 죄수의 석방처럼 진정한 화해 제스처를 보이라는 것, 세 번째는 동예루살렘에 관한 지위 문제를 포함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핵심 분쟁요소를 차후 열리게 될 평화협상 의제에 다 포함시키라는 것이다.

국제 여론은 이스라엘에 등 돌려


만일 이스라엘이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고 정착촌 건설계획을 강행할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중동 평화협상은 사실상 파국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 관계도 치명적인 손상이 불가피하다. 이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을 맹비난하는 한편 정착촌 문제에 대한 미국의 해결 의지를 지켜본 뒤 평화협상에 나갈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22개 아랍동맹은 아예 평화협상에서 철수할 것을 팔레스타인에 권고했다. 특히 이스라엘의 유일한 중동 우방인 이집트도 당장 정착촌 건설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고, 유럽의회와 유엔도 같은 요구를 했다.

이처럼 국제 여론은 이스라엘에 등을 돌린 상태이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더 강하게 이스라엘을 밀어붙일지는 미국 내 정치적 변수와 맞물려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 내 최대 이스라엘 로비단체이자 압력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가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간 데 이어 연방 하원과 상원의 친이스라엘 의원이 하나둘씩 오바마 행정부의 ‘이스라엘 때리기’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친이스라엘파인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은 이번에 불거진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불화를 ‘집안싸움’이라 규정짓고, “이런 불화는 우리의 적 외에 누구한테도 도움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동 평화협상 문제와 관련해 역대 미국 행정부처럼 이스라엘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태도인 것 같다. 오바마 행정부는 남은 임기 내에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완수해 중동 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대신 맹방인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완벽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평화협상을 풀가동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뉴욕 타임스 외교 칼럼니스트인 로저 코헨이 지적하듯 이스라엘의 속내는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창설을 용인할 수 없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이스라엘 간 ‘불가분의 연대’를 강조한다. 그렇지만 오바마 행정부에서만은 미국과 이스라엘 간 관계가 더 이상 예전처럼 철옹성같이 튼튼하지는 않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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