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만 16개… 미 정보기관 통제불능 > 한국사는 사람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한국사는 사람


 

‘눈과 귀’만 16개… 미 정보기관 통제불능

페이지 정보

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661회 작성일 10-07-22 11:00

본문

ㆍ요원 20만명의 ‘거대 조직’… 교류 차단 ‘손따로 발따로’
ㆍ국방부와 사사건건 충돌… 정보총괄 DNI 위상 흔들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원동력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정보기관이 비대해진 몸뚱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다. 1991년 9·11 테러 이후 대대적인 조직 신설·확장·개편을 통해 정보기관들은 막강한 권한과 예산을 부여받았고 엄청난 양의 정보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미국의 안보가 강화됐다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미국 정보기관의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9일부터 ‘일급 비밀국가 미국’이라는 시리즈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실었다. 2년여의 탐사 취재를 거친 이 기사는 “미국 전체를 일급 비밀국가로 만든 장본인은 바로 미국 정부”라고 결론을 내렸다.

◇괴물이 된 정보기관 =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정보기관은 모두 16곳에 이른다. 정보요원만 20만명, 1년 예산은 웬만한 국가의 방위비 지출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750억달러(90조원)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 내정자가 20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공개한 내용이다.

16개 정보기관을 통솔하는 DNI는 미국의 정보 ‘차르(황제)’ 불린다. 9·11 테러 이후 각 기관들의 유기적 정보협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라 2004년 만들어진 최고 정보기관이다. 그 외에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국무부·국토안보부·재무부·에너지부 등 각 부처에서 운용하는 각각의 정보기관들이 특정 분야마다 있다.

그러나 각 기관의 산하조직까지 모두 합칠 경우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국가안보와 관계된 임무를 수행하는 정부의 정보기구는 1271곳이며, 민간 정보기구는 1931곳이다. 9·11 테러 이후 9년간 ‘안전한 미국’을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정보기관의 규모와 권한을 대폭 확장시켰지만, 이들은 정부도 통제할 수 없는 ‘괴물’로 변해 오히려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미국 내에 ‘숨겨진 정보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이제는 통제 불능 = 정보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업무 중복, 정보활동 관련 입법 미비, 예산 편중, 기관 간 정보 공유 차단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누가 어떤 작전에 관여하는지, 얼마의 예산이 쓰이는지도 알 수 없고 각 기관에서 파악한 정보를 해석하는 것도 각각일 정도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 일어난 성탄절 항공기 폭파 시도와 텍사스주 포트후드 군기지 총격사건, 그리고 지난 5월 뉴욕 타임스 스퀘어 차량폭탄테러 시도 등은 이 같은 정보 업무 비효율성을 잘 보여준다.

미국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대통령에게만 보고하는 정보체계를 통제하기 위해 ‘정보감시법’이라는 장치를 의회에 만들었다. 정보기관의 활동은 모두 의회에 보고되어야 하지만 조직이 방대해지고 기구가 늘어나면서 비밀 작전이 횡행하고 정보가 유출되는 등 통제기능은 거의 상실됐다. 각 기관 사이에 수평적 정보 교환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정부의 관리·감독을 어렵게 한다. 각 기관들은 경쟁과 비밀 유지를 위해 국가안보라는 전략적 목표를 더 이상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2010072118152650740_015643_0.jpg

◇전쟁도 용역에 맡길 판 =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대테러 작전을 정부기관이나 요원이 아닌 민간 용역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급증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국가 1급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85만4000명 중 민간 용역업체 직원이 26만4000명이나 된다. 사기업이 첩보활동에 참여하고 공작의 핵심적 역할을 맡는 등 정부의 기능을 대행하게 됨에 따라 민감한 문제를 통제해야 하는 정부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보 민영화’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쉽게 채용하고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민간 계약자를 늘린 탓이다. 숙련된 정보원들은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용역업체로 옮기고 정부조직에는 신참들만 남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더 큰 문제는 용역업체들이 ‘영리를 추구하면서’ 비밀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미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사건을 자주 일으키고 반미감정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CIA 의뢰를 받은 업체들은 최근 이라크에서 스파이를 고용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정부인사들을 상대로 뇌물을 제공해 정보를 빼내는 불법적인 활동으로 물의를 빚었다.

◇흔들리는 DNI 위상 = 미국의 정보 총괄책임자라지만 DNI의 실제 위상은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 DNI는 각 기관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 배정권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직접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지 못해 ‘감독 기관’ 역할에 그치고 있다. 8개의 정보조직을 운용하는 국방부는 공공연히 DNI와 충돌한다. 심지어 산하 기관인 CIA와의 파워게임에서도 밀리고 있다. DNI가 자주 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 DNI에 지명된 클래퍼 내정자도 국방부 정보기관 출신으로, 과거 DNI의 권한 축소를 위해 암투를 벌인 이력이 있다. 클래퍼 내정자는 20일 상원 청문회에서 “정보기관은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다른 기관과 협력할 것임을 강조했지만 미국의 정보 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에 대한 의문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