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규제법’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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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684회 작성일 10-08-0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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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반 가까이 끌어 온 미국의 금융규제 개혁안(도드-프랭크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하원에 이어 상원을 통과하고 지난 21일 대통령 승인을 받으면서 드디어 발효됐다. 미국이 세계 금융에서 갖고 있는 위치, 그리고 국제규범 제정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 금융규제법은 좋으나 싫으나 세계적인 금융규제 기준이 될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 재발을 막을 역사적인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과연 그런지 의문이 많다.
이 법의 핵심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파생상품 규제 강화, 그리고 대형 금융사 규제 강화라는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소비자 금융 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을 설립해 금융사들이 소비자의 무지나 정보 부족을 이용해 돈 버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겠다고 천명했다. 또 과거에 그 내역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던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을 받게 됐고, 은행들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자기자본의 3% 이하로 제한했다. 이에 더해 대규모 금융사에 문제가 생길 조짐이 감지될 때 이 법으로 신설된 금융안정감시위원회(Financial Stability Oversight Council)를 통해 정부가 개입해 문제 기관의 분할이나 청산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뇌관이 됐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많은 부분이 상환 능력 없는 저소득층을 호도해 대출받게 한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도입은 많은 파생상품이 장외에서 거래되면서 그 내용과 규모가 잘 파악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은행의 파생상품 투자 규제는 이런 투자가 근본적으로 투기적 행위이고, 따라서 정부가 제공하는 예금보험의 보호를 받는 은행이 그에 투자하는 것은 납세자 돈을 오용하는 것이라는 논리에 기초했다. 대형 금융사들이 파산지경에 이르면 정부는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리 때문에 할 수 없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정부가 대형 금융사에 더 많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그런 상황까지 가기 전에 ‘대마(大馬)’를 강제로 분할해 ‘소마(小馬)’로 만들거나 강제 청산을 통해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다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논리들이 현재 미국의, 더 나아가 세계의 금융체제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첫째, 도드-프랭크 법안과 현재 주요 20개국(G20) 등 도처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개혁안에는 투명성이 제고되면 정보가 많아져 규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그 정보를 처리할 우리의 지적 능력 한계다.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밝혀진 것은 지난 10여년간 규제당국은 물론 금융업 종사자들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새로운 금융상품, 특히 파생상품이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무지몽매’한 미국의 빈민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 있는 세계 유수 금융사들도 잘 몰라서 사서는 안 되는 금융상품을 엄청나게 샀다는 점이 그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명성을 제고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봤자 규제당국, 심지어 그 금융상품을 사고파는 금융사 관리자들도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파생상품 창조 자체를 규제해 시스템을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극단론이라고 비난하는 분이 많겠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이런 일을 하고 있다. 약품의 경우에 약효가 부작용보다 월등히 크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우리는 그 약품을 팔지도 못하게 한다. 금융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금융상품, 특히 파생상품에도 이러한 사전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 법의 둘째 문제는 상만 있고 벌은 없는 보상체계를 그대로 놔뒀다는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의 책임자라고 할 만한 대형 금융사 경영자들은 대부분 금융위기가 일어난 뒤 책임지고 물러나기는커녕 계속 천문학적 보너스를 받았고, 규제당국자 중에도 문책성 인사를 당한 사람이 거의 없다. 이런 시스템을 그대로 놔두면 누가 방만한 경영과 느슨한 규제를 하지 않겠는가?
금융권 종사자와 금융규제 당국자들에 대한 상벌을 확실히 하면 다른 문제들도 상당부분 해결된다. 위기 상황에서 크고 중요한 회사를 구제하면서도 그 실패에 책임이 있는 경영자들을 엄중히 처벌한다면, 경영자들이 ‘대마불사’를 믿고 무조건 기업 덩치를 키우지 않을 것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도 제대로 하려면 소비자를 호도한 금융사, 그리고 그 경영자들을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파생상품 팔면서 소비자를 호도해 10억 달러 이상 손해를 끼친 것이 확실했음에도 골드만삭스에 5억5000달러의 벌금만 매기고 책임자는 아무도 처벌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시켰다. 1년에 임직원 보너스만 160억 달러씩 주는 골드만삭스에 5억5000달러는 보름치 이윤밖에 안 된다. 이런 상벌체계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잘못해도 솜방망이 처벌뿐인데 누가 소비자 보호에 관한 규제를 열심히 따를 것인가?
이렇게 볼 때 도드-프랭크 법안에 포함된 것보다 훨씬 근본적인 규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2008년 상황은 언젠가는 또 재현될 것이다. 세계 경제의 앞날에 무척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 법의 핵심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파생상품 규제 강화, 그리고 대형 금융사 규제 강화라는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소비자 금융 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을 설립해 금융사들이 소비자의 무지나 정보 부족을 이용해 돈 버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겠다고 천명했다. 또 과거에 그 내역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던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을 받게 됐고, 은행들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자기자본의 3% 이하로 제한했다. 이에 더해 대규모 금융사에 문제가 생길 조짐이 감지될 때 이 법으로 신설된 금융안정감시위원회(Financial Stability Oversight Council)를 통해 정부가 개입해 문제 기관의 분할이나 청산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뇌관이 됐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많은 부분이 상환 능력 없는 저소득층을 호도해 대출받게 한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도입은 많은 파생상품이 장외에서 거래되면서 그 내용과 규모가 잘 파악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은행의 파생상품 투자 규제는 이런 투자가 근본적으로 투기적 행위이고, 따라서 정부가 제공하는 예금보험의 보호를 받는 은행이 그에 투자하는 것은 납세자 돈을 오용하는 것이라는 논리에 기초했다. 대형 금융사들이 파산지경에 이르면 정부는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리 때문에 할 수 없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정부가 대형 금융사에 더 많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그런 상황까지 가기 전에 ‘대마(大馬)’를 강제로 분할해 ‘소마(小馬)’로 만들거나 강제 청산을 통해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다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논리들이 현재 미국의, 더 나아가 세계의 금융체제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첫째, 도드-프랭크 법안과 현재 주요 20개국(G20) 등 도처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개혁안에는 투명성이 제고되면 정보가 많아져 규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그 정보를 처리할 우리의 지적 능력 한계다.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밝혀진 것은 지난 10여년간 규제당국은 물론 금융업 종사자들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새로운 금융상품, 특히 파생상품이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무지몽매’한 미국의 빈민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 있는 세계 유수 금융사들도 잘 몰라서 사서는 안 되는 금융상품을 엄청나게 샀다는 점이 그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명성을 제고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봤자 규제당국, 심지어 그 금융상품을 사고파는 금융사 관리자들도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파생상품 창조 자체를 규제해 시스템을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극단론이라고 비난하는 분이 많겠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이런 일을 하고 있다. 약품의 경우에 약효가 부작용보다 월등히 크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우리는 그 약품을 팔지도 못하게 한다. 금융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금융상품, 특히 파생상품에도 이러한 사전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 법의 둘째 문제는 상만 있고 벌은 없는 보상체계를 그대로 놔뒀다는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의 책임자라고 할 만한 대형 금융사 경영자들은 대부분 금융위기가 일어난 뒤 책임지고 물러나기는커녕 계속 천문학적 보너스를 받았고, 규제당국자 중에도 문책성 인사를 당한 사람이 거의 없다. 이런 시스템을 그대로 놔두면 누가 방만한 경영과 느슨한 규제를 하지 않겠는가?
금융권 종사자와 금융규제 당국자들에 대한 상벌을 확실히 하면 다른 문제들도 상당부분 해결된다. 위기 상황에서 크고 중요한 회사를 구제하면서도 그 실패에 책임이 있는 경영자들을 엄중히 처벌한다면, 경영자들이 ‘대마불사’를 믿고 무조건 기업 덩치를 키우지 않을 것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도 제대로 하려면 소비자를 호도한 금융사, 그리고 그 경영자들을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파생상품 팔면서 소비자를 호도해 10억 달러 이상 손해를 끼친 것이 확실했음에도 골드만삭스에 5억5000달러의 벌금만 매기고 책임자는 아무도 처벌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시켰다. 1년에 임직원 보너스만 160억 달러씩 주는 골드만삭스에 5억5000달러는 보름치 이윤밖에 안 된다. 이런 상벌체계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잘못해도 솜방망이 처벌뿐인데 누가 소비자 보호에 관한 규제를 열심히 따를 것인가?
이렇게 볼 때 도드-프랭크 법안에 포함된 것보다 훨씬 근본적인 규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2008년 상황은 언젠가는 또 재현될 것이다. 세계 경제의 앞날에 무척 걱정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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