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브 > 한국사는 사람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은 다른 대통령 때와는 달리 내부 사정이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기로 유명하다. 혹자는 이런 부시 백악관의 비밀스런 모습을 과거 소련의 크렘린궁에 비유하기도 한다.
부시 백악관은 마치 마키아벨리식의 독선이 지배하며, 국내 정책 수립 때 유일한 고려사항은 정치적 이해타산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치담당 보좌관인 칼 로브가 국제 문제를 제외한 모든 문제에 전권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치평론가와 워싱턴의 입방아들은 칼 로브의 막강한 힘을 예견하고 있었다. 지난 7월 카렌 휴가 사임하기 전까지는 국내 문제에 대해서 백악관 내부는 칼 로브와 카렌 휴의 쌍두마차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임을 한 카렌 휴의 공백을 틈타 칼 로브는 100% 부시의 귀를 독점하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낙승을 거두면서 칼 로브의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했고, 부시의 입은 곧 칼의 머리라는 공식이 수립됐다. 국제 문제에서는 파월 국무장관-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체니 부통령의 트로이카가 서로 견제하며 부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국내 문제는 칼 로브가 거의 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칼 로브는 부시의 정치 브레인 역할을 근 15년 해오고 있는 부시의 측근 중 측근이다. 
칼 로브는 부시를 1973년 처음 만난 이후로 그의 곁을 떠난 적이 없다. 그러나 성장 배경은 정치적으로 유명한 가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어려움 없이 자라며 동부의 엘리트집단 양성소인 예일과 하버드를 다닌 부시와는 완전히 다르다. 칼 로브는 가정 형편에 의해 끊임없이 전학을 다니고 부모가 이혼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랐다. 결국 어머니가 자살하는 환경에서 불우한 청년 시절을 보낸 것이다.
더욱이 고학력을 자랑하는 워싱턴의 엘리트와는 다르게 칼 로브는 세 개의 대학을 전전하다 결국엔 대학 졸업장을 따지 못하고 정치 전선에 뛰어들었다. 혼자 각고의 노력으로 다양한 분야의 학식을 쌓은 것이다. 그는 특히 역사학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그에 관한 자서전이 두 권이나 준비 중이다.